‘제17회 한국장로교의 날’ 행사가 지난 6일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샬롬 부흥!’을 주제로 한 이날 기념예배는 장로교회의 정체성 회복과 연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날 예배에서 특히 눈에 띈 건 △성경 △찬송 △교회 △주일학교 △기독교학교 △사회봉사 △해외선교 △비전 등 8가지 주제를 가지고 8개 교단 총회장들이 각각 메시지를 전한 장면이다. 한국교회 부흥성장의 키워드에 연합의 의미를 가미한 것이다. 200여 명의 장로연합회 찬양단의 특별찬양과 함께 남전도연합회 회원이 성찬위원으로 참여한 것과, 한국 장로교 역사를 보여준 뮤지컬 ‘빛의 길’ 공연 역시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하지만 ‘장로교의 날’의 의미와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 건 폐막 직전에 발표된 ‘비전선언문’이다. △한국장로교회의 회복과 연합을 이루어 거룩한 교회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부터’, ‘날마다’ 개혁을 실천할 것 △오직 성경 말씀을 믿고 개혁주의 신학을 지키고 장로교 정치체제를 실천하는 장로교회로 살아갈 것 △교회 청년들이 한국장로교회의 역사와 믿음을 이어가게 하는 데 책임을 다할 것 △약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돌보고 위로하며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는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 △북한교회 재건과 복음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민족 복음화와 세계 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것 등 5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는데, 한국장로교의 현 좌표와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늘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에 25개 장로교단이 가입해 있지만 1981년 출발할 당시엔 예장 통합, 합동, 고신, 기장, 대신 등 5개 교단이 조직한 예배모범위원회 활동이 전부였다. 장로교 예배 모범만이라도 하나로 통합하자며 모인 협의체가 가입 교단 수가 늘어나고 사업과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오늘의 장로교 연합체 성격으로 확대된 거다. 장로교 창시자 요한 칼빈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 2009년부터 시작한 ‘한국장로교의 날’ 행사도 어느덧 장로교의 정체성 강화와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념예배에서 대회사를 전한 한장총 대표회장 권순웅 목사는 “올해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라며 “한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로교인들이 장로교 연합과 일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한국장로교의 날’이 시작된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권 목사가 언급한 “한국의 70% 이상 차지하는 장로교인”이란 표현은 한국 장로교회가 한국교회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킨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장로교가 이처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권 목사의 말처럼 오늘 한국 땅에 ‘대한예수교장로회’ 명패를 붙인 교회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교단으로 등록된 장로교단만 200개가 넘는다는 보고가 말해준다. 그 배경엔 140년 전 이 땅에 복음을 전한 첫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 목사의 선한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40년 전 한국에 복음을 들고 들어온 첫 선교사이자 한국장로교의 역사인 언더우드 목사는 전국 각지에 교회를 세워 복음을 전하고, 미션스쿨을 설립해 미래의 동량을 키웠으며, 병원을 건립해 병든 이를 치료했다. 그와 그의 가족이 복음을 위해 이 땅에 뿌린 헌신과 희생의 밀알이 오늘 한국교회의 든든한 기초가 됐다.
이처럼 장로교회가 왕성해진 건 장로교 선교사들의 눈부신 선교 성과이지만 초기 주한 외국 선교부의 선교지 분할정책도 한몫했다.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 내한 이후 많은 선교사가 저마다 선교활동을 벌이면서 특정 지역 편중이라는 폐단이 나타나자 이를 막기 위해 선교부 간에 구역 조정이 이루어지게 된 거다.
당시 선교지 분할에 가장 적극적인 교파가 장로교였다. 미국 남장로교와 북장로교 선교부의 연합체인 ‘장로교 공의회’에 후발 주자인 호주장로교회와 캐나다장로교회가 동참하면서 한반도 여러 지역에 장로교회가 골고루 세워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선교지 분할이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온 건 아니다. 선교지 중복에 따른 불필요한 마찰과 재정적 인적 낭비를 줄이는 등 복음 전도 효율화라는 선한 동기에서 시작했지만, 장로교가 뿌리내린 곳마다 다른 교파가 발붙이기 힘들 정도로 배타적인 교단 색채가 이식되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 장로교 간판을 걸지 않으면 모두 이단으로 배척하거나 정통 교단 취급을 받지 못하는 풍조가 나타날 정도였다.
그런 신학적 배경이 지역에 그대로 녹아들면서 1930년대 지방색에 의한 교권 대립과 해방 후 교회가 분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장로교회가 가장 왕성하게 부흥 성장한 이면에 가장 많은 교단 분열과 신생 장로교단이 난립하는 흑역사로 기록되게 된 거다.
최근 한국교회, 특히 주요 장로교단마다 급격한 교세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가장 많은 교회와 성도 수를 보유한 이상으로 교세 하락의 폭도 커 보이고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어두운 게 현실이다. 그중 장로교회만의 정체성을 잃고 무색무취한 존재가 된 게 가장 뼈아프다.
일제 강점기에 교회 지도자들이 평양 장대현교회에 모여 눈물로 죄책을 고백할 때 성령의 불길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그런 역사를 지닌 한국 장로교회가 ‘장로교회의 날’에 “나부터, 날마다 개혁”, “성경 중심 신앙 실천”을 다짐한 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복음의 불모지였던 이 땅이 옥토로 변하게 된 것도 오직 성경 안에서 길과 진리를 찾고 ‘나부터 날마다 개혁’을 실천한 믿음의 선열들의 ‘무릎 꿇음’에서 시작됐다. 오늘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에 몰아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너무나 평범해서 잊어버린 눈물의 기도, 통렬한 회개와 자기반성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하나님이 문제 해결의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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