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근거 구절”의 육하원칙 해석에 의한 천년왕국의 실체

허정윤 박사
허정윤 박사

어떤 사건의 실체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육하원칙(6W)을 이용해서 그 사건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사건의 해석에 객관성과 논리성을 강화한다. 이 연구에서 이 방법으로 도출하는 천년왕국의 실체는 기존 천년왕국 4학설을 검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가늠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본다.

(1) 누가(who): 천년왕국의 통치 주체와 백성

천년왕국은 요한계시록 20:4절 이하에서 보듯이 새 창조의 과정에서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의하여 세워지고 통치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

① 천년왕국 백성의 구성은 사탄의 미혹과 핍박을 이겨낸 신자들이 대부분이며,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선택하신 의인들이 일부 포함된다.

② 이들은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에 보내진 편지에서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이긴 자”에게 약속하신 상급을 받아 첫째 부활에 참여한 자들이다.

③ 이들은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년왕국에서 보좌에 앉아 심판하는 권세를 받거나 제사장이 되어 왕 노릇 하게 된다.

④ 이들 중에는 하나님 보좌 앞에 있던 계시록 4장 이하의 24장로와 제단 아래에 있던 자들(계 6:9)과 또한 구약 시대에 죽지 않고 승천한 것으로 알려진 에녹과 모세와 엘리야,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상 사역 때 약속했던 자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 언제(when): 천년왕국은 언제 세워지는가?

천년왕국은 “근거 구절” 바로 앞 20:1-3절에 서술된 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사탄을 결박하여 무저갱에 감금하는 때에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① 그러나 지상의 역사에서 사탄이 결박되어 무저갱에 감금되는 시기를 추정하려면, 하늘에서 왕이 되신 그리스도가 천사를 보내어 사탄을 무저갱에 감금하실 이유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 그 이유는 그리스도가 갈릴리 산에서 마지막으로 내리신 대위임령(마 28:16-20)에서 발견된다. 제자들이 대위임령에 따라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주고 가르치는 일을 온전히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땅의 임금으로 활동하는 사탄이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활동을 제한할 필요성이 당연히 제기된다.

◆ 그리스도가 제자들의 대위임령 수행을 돕기 위해 사탄을 무저갱에[ 감금해 두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못하셨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사탄에게 내려진 “천 년 동안” 감금하는 형량은 그때까지 사탄이 저지른 악의 총량에 대한 잠정적 또는 일차적 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② 따라서 그리스도가 천사를 보내어 사탄을 무저갱에 감금한 시기는 다음과 같은 신약성경 구절에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제자들이 이방 선교를 시작하던 때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 그리스도께서는 복음의 전파에 최악의 방해물이 사탄임을 암시하시면서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강탈하겠느냐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강탈하리라”(마 12:29)는 말씀으로 땅에서 임금 노릇을 하는 사탄의 결박을 예고하셨다.

◆ 그리스도는 눅 10:17-18에서 파견했던 70인 제자들이 돌아와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고 보고하자,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하늘과 땅에서 활동하던 사탄이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내쫓길 때의 모습을 설명하신 것이다(계 12:7-9 참조). 여기서 요한은 사탄을 “큰 용”, “옛 뱀”, “마귀”, “용” 등으로 부른다.

◆ 요한은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를 낳은 여자에게 사탄이 “분노하여 돌아가서 그 여자의 남은 자손 곧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과 더불어 싸우려고 바다 모래 위에 서 있더라”(계 12:17)고 지상에서 사탄의 활동을 증언하였다.

◆ 요한은 사탄의 다른 이름인 용이 바다에서 나온 짐승에게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주므로 온 땅의 사람들이 “용에게 경배하며 짐승에게 경배하여 이르되 누가 이 짐승과 같으냐 누가 능히 이와 더불어 싸우리요 하더라”고 증언했다(계 13:2-4). 이는 사탄이 자기가 결박되어 감금될 것을 예견하고, 그의 “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짐승에게 미리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때부터 짐승이 교회와 신자들을 핍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요한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사탄을 결박하여 무저갱에 감금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서술했다(계20:1-3). 이것은 마 12:29에서 사탄의 결박을 예고하신 말씀을 이루신 것이다.

③ 위의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사탄이 결박되어 무저갱에 감금된 시기를 추정해본다면, 사도행전에서 스데반이 유대인들의 돌에 맞아 죽은(행 7:59-60) 직후인 주후 ‘34-6년 사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날에 예루살렘에 큰 핍박이 있어 제자들 외에는 이방으로 다 흩어져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 전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천년왕국은 그리스도가 계신 천상에서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준으로 하는 천년왕국은 후천년설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탄은 비록 무저갱에 감금되어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되었을지라도 사탄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양도받은 짐승의 무리가 교회와 신자들이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동안에 핍박과 박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도행전은 이후 사마리아에 간 빌립이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면서 짐승의 핍박과 박해를 이기고, 복음 전파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 사도행전에 의하면, 스데반을 죽인 유대인들 가운데 한 명인 사울에게 그리스도가 나타나서 이방 선교를 명령하셨고, 그는 바울로 이름을 바꾼 뒤에 로마 선교에 목숨을 바쳤다.

◆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여생을 돌본 요한을 제외하고, 베드로를 위시한 나머지 제자들은 모두 이방 지역으로 나가서 교회를 세우고, 복음 전파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로마제국은 결국 313년에 기독교 박해를 중단했고, 380년에 국교로 받아들였다.

④ 그리스도의 재림이 천년왕국 후에 있다는 후천년설은 계 19:11-15과 20:1-6의 문자적 시간 순서를 바꾸는 해석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 계 19:19-21은 재림하신 그리스도가 아마겟돈 전쟁에서 승리하시고, 짐승과 거짓 선지자를 산 채로 유황불 못에 던져 넣는 심판과 그 나머지를 말 탄 자의 검으로 죽이는 심판을 요한이 환상으로 보는 장면이다. 바로 이어지는 20:1-6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사탄을 무저갱에 감금함으로써 천년왕국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전천년설은 이 순서가 역사적 순서와 같다고 본다. 말하자면 그리스도가 천년왕국 전에 재림하신다고 본다.

◆ 전천년설 관점은 아마겟돈 전쟁에서 승리하신 그리스도가 짐승과 거짓 선지자를 유황불 못에 산 채로 던져 넣는 심판을 하시면서 그들의 우두머리인 사탄이 빠져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전천년설은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⑤ 창조론적 관점 곧 후천년설 관점으로 보는 계 20:1-6절의 이해는 ‘과거 장면 전환 기법’(Flashback, Cutaway to the past)을 이용함으로써 계 19:19-21절의 아마겟돈 전쟁 이전에 사탄이 무저갱에 감급되어 있었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아마겟돈 전쟁의 심판에서 사탄이 빠진 이유가 합리적으로 납득된다. 요한은 아마겟돈 전쟁의 심판에서 사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계시록에 기록하지 않았다.

◆ ‘과거 장면 전환 기법’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에 그 이야기의 과거를 알려주기 위해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문학적 기법이며, 요한계시록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 요한계시록에서 다른 ‘과거 장면 전환 기법’의 대표적인 예로는 11:15-19절에서 천사가 일곱 째 나팔을 불고난 이후인 12:1절부터 그리스도라고 해석되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사탄의 박해를 받는 장면으로 바뀌는 것이 있다. 아무리 완고한 전천년설 지지자라 할지라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일곱째 나팔이 분 뒤에 예수 리스도가 태어났다고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지는 못할 것이다.

⑥ 교회는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에 따라 모든 민족에게 복음 전파를 하면서 짐승의 무리와 싸우게 되었고, 그들의 박해로 많은 순교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긴 자”로 인정받는 순교자들은 포도원 주인인 그리스도가 보는 즉시 고용하는 품꾼들(마 20:1-16)과 같다. 목 베임 당한 순교자들은 곧 첫째 부활하여 그리스도가 고용하는 품꾼처럼 늦어도 같은 품삯을 받으면서 천년왕국에서 필요한 백성의 수를 채우는 자가 될 것이다.

⑦ 역사적으로 교회가 복음 전파를 하는 “천 년 동안”이 지상에서의 시간으로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하나님의 “천 년 동안” 시간은 아직 차지 않았거나, 사탄의 형량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만 가능할 뿐으로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시간이다.

⑧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탄은 이미 석방되었어야 했고, 천년왕국도 끝났었을 것이므로 그리스도는 재림하셨어야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배도한 이단 교파들이 주장하는 적그리스도 외에 그리스도의 재림은 실현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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