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6일 파키스탄 자라왈라에서 발생한 무슬림 폭동으로 기독교인들 소유의 물건이 불타고 있다. ⓒ모닝스타뉴스
2023년 8월 16일 파키스탄 자라왈라에서 발생한 무슬림 폭동으로 기독교인들 소유의 물건이 불타고 있다. ⓒCDI

2023년 8월 파키스탄 펀자브주 자라왈라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대상 폭동 사건과 관련해, 교회를 방화하고 한 기독교인의 집을 약탈한 혐의로 기소된 무슬림 10명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경찰 수사의 결정적인 부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닝스타뉴스(Morning Star News)에 따르면, 파이살라바드 반테러법원은 6월 4일(현지시간), 런디안왈라 경찰서가 기소한 구세군 교회 방화 및 시디크 마시(Siddique Masih)의 주택 약탈 사건에 대해 피고인 1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시디크 마시는 교도소에서 열린 신원 확인 과정에서 피의자들을 모두 지목한 바 있으며, 범행 현장에는 경찰과 기독교인 증인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아우사프 알리(Ausaf Ali)와 그의 아들 샤모안 알리(Shamoan Ali), 살림 알리(Saleem Ali), 우사마 악바르(Usama Akbar), 무함마드 이드리스(Muhammad Idrees), 아티프 후세인(Atif Hussain), 무함마드 나딤(Muhammad Nadeem), 무함마드 아잠(Muhammad Azam), 무함마드 아슈라프(Muhammad Ashraf) 등이다.

시디크 마시와 교회를 대리한 악말 바티(Akmal Bhatti) 변호사는 "경찰이 의도적으로 명백한 증거를 무시하고 부실한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게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던 증인으로 시디크 마시 외에도 리아캇 길(Liaqat Gill), 이크발 마시(Iqbal Masih) 등 기독교인 세 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바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라호르 고등법원에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자라왈라 폭동과 관련해 등록된 총 22건의 사건 대부분에서 수사상 심각한 결함이 반복됐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시정 요구는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고발자인 런디안왈라 경찰서장이 현장에서 피고인들을 직접 체포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바티 변호사는 소수 종교인 기독교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치사회 운동단체 '파키스탄 소수자 연대(Minorities Alliance Pakistan)'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일부 기독교 인사들이 정부 관계자들과 유착해 사건 무마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기독교 대표라 자처하며 경찰 및 지방 행정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동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 만남은 단지 사진 촬영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했으며, 정의 실현에는 실질적인 기여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실상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향후 진행될 재판들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모닝스타뉴스는 파키스탄 성공회(Church of Pakistan)의 고위 지도자를 포함한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자라왈라 사건의 법적 대응을 위해 해외 후원자들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지원받았음에도, 해당 자금을 실제 재판 대응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가 의뢰한 기독교인 변호사 대부분은 무보수로 사건을 맡았고, 시간이 흐르며 상당수가 관심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8월 16일, 자라왈라 지역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고 꾸란을 훼손했다는 혐의로 두 명의 기독교인 형제가 지목되자, 수천 명의 무슬림 군중이 폭동을 일으켜 25개 이상의 교회와 기독교인 주택 85채를 공격하고 약탈했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사건 이후 300명 이상의 무슬림이 체포됐으나, 대부분은 보석으로 풀려났거나 부실한 수사로 인해 기소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총 5,213명의 용의자 중 380명만이 체포됐고, 4,833명은 여전히 수사망을 벗어난 상태다. 이 중 228명은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77명은 혐의가 취하됐다.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담당 부국장 바부 람 판트(Babu Ram Pant)는 사건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당국은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지만, 매우 부실한 대응으로 인해 자라왈라 폭력 사태의 가해자들에게 면책의 분위기를 허용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혐의만으로도 대규모 폭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죄로 인정될 경우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실제 사형이 집행된 사례는 드물지만, 단지 혐의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동체 내 폭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된다.

한편, 자라왈라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기독교인 형제는 테러전담법원에서 다른 기독교인과의 개인적 갈등으로 인해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5년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가 발표한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며, 전체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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