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업계에서 이례적인 '가입자 대이동'이 발생했다. 지난 5월 한 달간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가 93만건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달 대규모 해킹 사고를 겪으면서,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총 93만3509건이었다. 이는 전월(69만954건) 대비 35.1% 증가한 수치이며, 해킹 사고 발표 전인 3월(52만5974건)과 비교하면 무려 77.5%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68.1% 늘어난 것으로,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번호이동 건수가 90만건을 돌파했다.
이 같은 수치는 번호이동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2월(129만7092건) 이후 11년 만의 최대치다. 단통법 시행 이후로만 보면, 이전까지는 2015년 1월의 75만6654건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2017년 11월의 69만7180건이 이었다. 이 같은 기록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와 맞물렸던 결과였지만, 이번에는 사이버 보안 이슈가 소비자 이동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전혀 다르다.
SK텔레콤이 지난 5월 22일 대규모 해킹 사고를 공식 발표한 이후,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번졌고 이는 실제 이탈로 이어졌다.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간 가입자는 한 달 동안 무려 44만490건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85.9%나 증가한 수치로, 통신사 해킹 사고가 미친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이탈한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향한 곳은 KT였다.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건수는 19만6685건에 달했으며,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건수도 15만8625건에 이르렀다. 또한, 최근 급격히 세를 넓히고 있는 알뜰폰으로도 8만5180건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텔레콤으로 유입된 번호이동 건수는 3만4960건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SK텔레콤의 순감 규모는 40만5530건에 달해, 사실상 '가입자 엑소더스'라 불릴 만한 대규모 이탈이 현실화됐다.
알뜰폰 역시 이번 이동통신 시장의 격변에서 뚜렷한 수혜를 입었다. 전체적으로 알뜰폰으로 유입된 번호이동 건수는 13만1317건으로, 전체 이통사 중 가장 많은 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SK텔레콤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건수가 8만5180건으로 가장 많았고,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각각 2만3962건, 2만2175건이 알뜰폰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의 순증 규모는 약 7만1000건에 달했다.
알뜰폰 간의 번호이동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5월 한 달간 알뜰폰 내 번호이동 건수는 29만8327건으로, 전월(21만536건)에 이어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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