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제119년차 총회가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신대에서 열린 가운데, 총회 마지막 날 ‘유신진화론의 이단성에 관한 연구위원회’ 설치의 건에 관한 긴급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위원장 한선호 목사의 제안에 따라 긴급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대의원 표결 끝에 재석 302명 중 183명 동의로, 안건 통과 조건인 재석 인원 3분의 2 이상(203명)을 넘기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앞서 총회 첫날 서울신대 소속 박영식 교수의 유신진화론 논란에 대해 기성 이대위는 박 교수를 파직·해임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이를 두고 류승동 총회장은 결재를 유보했었다. 이에 대해 류 총회장은 “총회의 유신진화론에 대한 이단 결의가 없는 상황에서 박 교수의 이단 결의는 무리하다”고 밝혔다.
또한 박영식 교수가 유신진화론 논란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고 서울신대에서 박 교수의 사과 진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논란을 마무리 짓자는 잠정 결론이 총회 첫날에 나왔었다.
그러나 이대위원장 한선호 목사가 총회에서 박영식 교수의 유신진화론 논란을 말끔하게 결론짓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유신진화론의 이단성에 관한 연구위원회 설치의 건’을 마지막 날 긴급동의로 제안했다.
찬성의견이 이어졌다. 백운주 전 서울신대 이사장은 “자유주의 신학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 때 서울신대와 성결교단이 복음주의 신학인가 세속주의 신학인가 중 어느 것을 받아들일지 기로에 서 있다”며 “성결교단이 복음적 정체성을 견지하려면 서울신대에서 유신진화론 사상을 막아내야 한다. 이는 서울신대 교수진 전원과 기성 교단 증경총회장단이 발표했던 것”이라고 했다.
우경식 대의원도 “유신진화론의 이단성 여부를 여기서 결판짓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단성을 연구할 연구위원회를 만들지 여부를 결정짓자는 것”이라며 “연구위원회 신설을 막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반대의견도 나왔다. 성락성결교회 담임 지형은 목사는 “한국 모든 교단들 가운데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규정한 곳은 예장 합신 밖에 없다”며 “황덕형 총장도 종간 진화는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논문에서 밝혔는데, 이대위는 황 총장의 발언을 고사하고 자신의 학문적 자존심을 꺾고 사과문을 발표한 박영식 교수를 그렇게 해서라도 죽여도 되는가”라고 했다.
결국 표결 끝에 해당 안건은 통과 정족수인 재적인원의 3분의 2 이상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이 해명했다. 그는 “박영식 교수의 유신진화론에 관한 논쟁을 서울신대가 박영식 한 사람을 박해한다고 모함하는 것 자체가 오해”라며 “저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박영식 교수와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로 문제가 발설됐고 마치 서울신대가 무고한 사람을 박해한다는 프레임이 씌어졌다”고 했다.
또한 지형은 목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발언은 제 논문에서 창조의 문제를 과학주의 정신으로 다룬다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각주에 달아놓은 말”이라며 “이것을 마치 내가 진화론을 지지하는 개인적인 견해인 것처럼 해당 발언만 뽑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영식 교수에게 유신진화론만 배타적으로 주장하지 말고,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 모두를 인정하면서 유신진화론은 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할 것을 요청했다. 즉 하나님의 성경을 귀히 여기는 관점에서 학문적 자세를 취해달라고 말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서울신대가 근본주의에다 창조과학만 지지하는 학교로 매도된 측면이 없지 않다. 잘못된 프레임으로 서울신대가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용규 전 총회장은 “기성 이대위에서 유신진화론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말했다면 직전 총회장은 반드시 결재를 했어야 한다”며 “서울신대가 유신진화론을 용인해선 안 된다. 성결 교단의 목사와 장로들이 이단사상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그런데 학연·지연을 통해 그 사람을 옹호하는 세력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기채 목사는 “종교다원주의나 퀴어신학, 유신진화론에 대해 교단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직전 총회장도 유신진화론의 이단성을 발표한 이대위 입장을 인정했고, 서울신대에서도 후속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이대위는 통상적인 업무로서 유신진화론의 이단 관련 연구를 계속해달라”고 했다. 이후 기성 제119년차 총회는 이날 오후 5시경에 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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