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기초 믿음과 건설 믿음,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에 대한 신학적 논증 (고대, 중세, 현대)

김정부 목사
김정부 목사(찬송하는교회 담임, 한국교회법학회 이사)

앞선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기독교 신학의 역사 속에서 기초 믿음과 건설 믿음,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의 개념이 어떻게 이해되고 논의되어 왔는지 신학자, 성경학자, 신학교수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겠습니다.

Ⅰ. 서론: 구원의 두 측면과 신학적 탐구의 필요성

앞선 1부 내용에서 제시된 기초 믿음과 건설 믿음의 구분은 구원의 여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 경험을 넘어, 성경 전체의 가르침과 기독교 신학의 역사 속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어 온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본 논증은 고대, 중세, 현대 신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봄으로써 이 두 개념의 신학적 타당성을 확증하고, 성경적 근거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합니다.

Ⅱ. 본론: 고대, 중세, 현대 신학의 믿음의 여정과 구원의 두 축

1. 고대 교부들의 이해: 구원의 시작과 성화의 과정

고대 교부들은 구원을 단회적인 사건(칭의)과 점진적인 과정(성화)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의 개념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1.1. 어거스틴 (Augustine of Hippo, 354-430):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를 강조하며, 인간의 자유 의지가 타락으로 인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예정론은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이는 기초(기본)구원의 은혜로운 성격을 뒷받침합니다. 동시에, 그는 성령의 역사와 인간의 협력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을 강조했는데, 이는 건설 구원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그의 저서 《고백록》과 《하나님의 도성》에서 이러한 사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2. 아타나시우스 (Athanasius of Alexandria, 296-373): 아타나시우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옹호하며, 인간의 구원이 하나님의 성육신 사건을 통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이 하나님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는 유명한 말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구원의 기초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리스도를 닮아 변화되는 성화의 목표를 제시합니다. 이는 기초 믿음을 통해 얻는 구원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는 건설 믿음의 필요성을 암시합니다.

1.3. 동방 교부들 (예: 이레네우스, 오리게네스): 동방 교부들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나 타락으로 인해 그 형상이 손상된 존재로 보았습니다. 구원은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으로 이해되었으며, 이는 점진적인 성화, 즉 건설 구원의 개념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레네우스의 “인간의 영광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며, 인간의 유익은 하나님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말은 지식적인 믿음의 기초 위에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뜻대로 살아가는 건설적인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고대 교부들의 이러한 이해는 구원이 단번에 주어지는 은혜로운 선물인 동시에, 평생에 걸쳐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루어가는 성화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의 구분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초기 논의로 볼 수 있습니다.

2. 중세 신학의 발전: 믿음, 은혜, 행위의 관계

중세 신학은 고대 교부들의 유산을 이어받아 믿음, 은혜, 행위의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루었습니다. 특히 스콜라 신학은 이성적 탐구를 통해 신앙의 내용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2.1. 안셀무스 (Anselm of Canterbury, 1033-1109): 안셀무스는 그의 속죄론에서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이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고 인간의 죄를 속죄하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이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는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시합니다. 그의 논증은 믿음의 대상을 분명히 제시하며, 이 믿음이 구원의 기초임을 강조합니다.

2.2.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1225-1274):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기독교 신학과 통합하려는 시도를 통해 신학 체계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믿음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지성적 동의”로 정의하며, 이 믿음이 구원의 시작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한 구원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사랑(caritas)과 선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초 믿음 위에 사랑과 행위를 통해 건설되는 구원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그의 《신학대전》에서 이러한 논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3. 후기 스콜라 신학: 후기 스콜라 신학은 은혜와 인간의 자유 의지의 협력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건설 구원의 과정에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조는 종교 개혁 시기에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 구원(Sola Gratia)이라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중세 신학은 믿음이 구원의 기초임을 분명히 했지만, 구원의 완성에는 사랑과 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건설 구원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은혜와 행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후대 신학 논쟁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3. 종교 개혁의 통찰: 칭의와 성화의 변증법

종교 개혁은 오직 믿음(Sola Fide)과 오직 은혜(Sola Gratia)를 구원의 핵심 원리로 재천명했습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의 절대적인 은혜 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은혜가 삶의 변화, 즉 건설 구원으로 이어져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3.1.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교리를 핵심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행위가 구원에 기여할 수 없으며,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의가 전가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루터는 또한 참된 믿음은 반드시 선한 열매를 맺는다고 보았으며, 이는 건설 구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로마서 주석》과 《갈라디아서 주석》에서 이러한 사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2. 존 칼빈 (John Calvin, 1509-1564): 칼빈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를 더욱 강조하며, 예정론을 통해 구원의 절대적인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의 칭의 교리는 기초(기본)구원의 은혜로운 성격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동시에, 칼빈은 성화를 구원받은 자의 필연적인 결과로 보았으며, 성령의 역사와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는 건설 구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의 《기독교 강요》는 이러한 칭의와 성화의 변증법적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3.3. 개혁주의 신학: 칼빈의 영향을 받은 개혁주의 신학은 칭의와 성화를 구원의 두 가지 구별되지만 분리될 수 없는 측면으로 이해합니다. 칭의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법정적인 선언이며, 성화는 평생에 걸쳐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실제적인 변화입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의 개념을 신학적으로 더욱 명확하게 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종교 개혁자들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를 통해 기초(기본)구원의 절대적인 은혜성을 강조했지만, 그 믿음은 반드시 성화라는 열매를 맺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건설 구원의 중요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4. 현대 신학의 논의: 구원의 다층적 이해

현대 신학은 종교 개혁의 유산을 바탕으로 구원을 더욱 다층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4.1. 칼 바르트 (Karl Barth, 1886-1968): 바르트는 하나님의 계시를 강조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를 구원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의 신학은 인간의 공로를 배제하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구원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이는 기초(기본)구원의 중요성을 재확인합니다. 동시에, 그는 구원받은 자의 삶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과 사랑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건설 구원의 윤리적 함의를 보여줍니다. 그의 《교회 교의학》은 이러한 논의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4.2. 폴 틸리히 (Paul Tillich, 1886-1965): 틸리히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구원을 “궁극적 관심에 사로잡힘”으로 정의하며, 이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을 극복하고 참된 존재를 회복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의 신학은 믿음을 단순히 지적 동의가 아닌, 전 존재를 건 헌신으로 이해하며, 이는 기초 믿음을 넘어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건설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조직신학》에서 이러한 사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4.3. 자유주의 신학 및 해방 신학: 이들 신학은 구원을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해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건설 구원이 단순히 개인의 성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4. 복음주의 신학: 복음주의 신학은 종교 개혁의 핵심 교리인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를 강조하며, 개인의 회심과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를 구원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봅니다. 이는 기초(기본)구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복음주의 신학은 성령의 능력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살아가고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구원받은 자의 마땅한 책임으로 강조하며, 이는 건설 구원의 실천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현대 신학의 다양한 논의는 구원을 다층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기초(기본)구원의 은혜로운 성격은 여전히 강조되는 반면, 구원받은 자의 삶의 변화와 사회적 책임과 같은 건설 구원의 다양한 측면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5. 성경학적 관점: 구원의 두 가지 양상

성경 자체는 구원을 단회적인 사건과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제시합니다.

5.1. 단회적인 구원 (기초/기본 구원): 신약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순간 죄 사함을 받고 의롭다 칭함을 받는 단회적인 구원을 분명히 가르칩니다 (요한복음 3:16, 로마서 3:24, 에베소서 2:8-9). 이는 앞선 설교에서 언급된 “기본 구원”의 개념과 일치합니다. 이 구원은 인간의 행위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5.2. 점진적인 구원 (건설 구원): 동시에, 성경은 구원받은 자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거룩하게 변화되는 점진적인 과정을 강조합니다 (로마서 6:4, 고린도후서 3:18, 빌립보서 2:12-13, 베드로후서 3:18). 이는 “건설 구원”의 개념과 부합합니다. 이 과정은 말씀을 배우고 순종하며, 기도와 교제를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고, 시련을 통해 연단받는 등 신앙생활 전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5.3. 구약 성경의 예표: 구약 성경의 출애굽 사건은 구원의 두 가지 양상을 예표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속박에서 벗어난 것은 죄의 권세로부터의 구원, 즉 기초(기본)구원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광야에서의 40년 여정은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성화의 과정, 즉 건설 구원을 상징합니다.

5.4. 예수님의 가르침: 예수님의 비유들 또한 구원의 두 가지 측면을 보여줍니다. 씨 뿌리는 비유(마태복음 13장)에서 씨앗이 뿌려지는 것은 복음의 씨앗이 심겨져 믿음이 시작되는 기초를 의미하지만, 그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은 건설적인 믿음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포도나무와 가지 비유(요한복음 15장)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주어지는 기초적인 구원을 넘어, 지속적인 순종과 열매 맺음을 통해 건설적인 구원이 이루어짐을 강조합니다.

 성경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구원은 단번에 주어지는 은혜로운 선물인 동시에, 구원받은 자가 평생에 걸쳐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 뜻을 이루어가는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기초(기본)구원은 구원의 시작이며, 건설 구원은 그 구원을 삶으로 완성해 나가는 여정입니다.

Ⅲ. 결론: 신학적 합의와 성경적 균형

고대, 중세, 현대의 주요 신학자들과 성경학자들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구원은 단회적인 은혜의 사건과 점진적인 성화의 과정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선 설교에서 제시된 기초 믿음과 건설 믿음, 기초(기본)구원과 건설 구원의 구분이 신학적으로 타당하며,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기초(기본)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구원의 시작입니다. 이는 우리의 공로나 행위와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이 기초 위에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순종하며, 기도와 교제를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변화되는 건설 구원의 과정을 끊임없이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을 균형 있게 이해하고 강조해야 합니다. 기초(기본)구원의 은혜를 경홀히 여기거나, 건설 구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된 구원은 성령의 인도하심과 우리의 순종을 통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열매를 맺어가며 완성될 것입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부 #김정부목사 #찬송하는교회 #한국교회법학회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