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키르기스스탄의 개신교 목사 한 명이 ‘적개심 조장’이라는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체포 후 철제 파이프로 구타를 당하고 머리와 가슴에 타박상을 입는 등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포럼18(Forum 18)에 따르면, 피해자는 수도 비슈케크 인근에서 사역 중이던 진리와 자유 개혁 재림교회(True and Free Reform Seventh-day Adventist Church)의 65세 목사 파벨 슈레이더(Pavel Shreider)로, 현재 비슈케크 내무부 산하 수사구치소에 예심 구금 중이다.
슈레이더 목사는 2024년 11월 13일 오전 8시 자택을 나서는 순간 국가보안위원회(NSC) 비밀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체포됐으며, 곧바로 NSC 청사로 압송돼 심문 중 고문을 당했다고 포럼18은 보도했다.
슈레이더 목사는 같은 해 11월 작성한 고문신고서에서 “다섯 명의 요원에게 머리와 가슴을 가격당하고 척추 부위에 발길질을 당했다”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백을 강요받으며 철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고문 사실을 알린 국가 고문방지센터는 해당 신고를 기각했다.
의료진 역시 고문 사실을 숨기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슈레이더 목사는 “의사들이 나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CP는 이튿날인 11월 14일에는 한 교회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전기충격기까지 동원됐으나, 초이는 끝내 거부하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당일 석방됐다고 밝혔다.
슈레이더 목사는 “집단에 의한 인종·민족·종교적 적개심 선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 판결 시 징역 6~7년형을 받을 수 있다. 첫 재판은 지난 4월 17일 시작됐으며, 최종 심리는 5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슈레이더 목사의 변호인 악마트 알라구셰프(Akmat Alagushev)는 포럼18에 “공소장에는 슈레이더 목사와 공모한 인물의 이름조차 명시되지 않았다”며 “미디어나 공공장소 등에서 불법 행위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슈레이더 목사의 딸 베라(Vera Shreider)는 이번 주 구치소에서 아버지를 면회한 뒤 “건강은 양호하며, 성경도 읽고 기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식사와 약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슈레이더 목사 체포 당시에는 국가보안요원 시이미크 볼로토프(Siymik Bolotov), 내무부 수사관 아짐 쿠르만베코프(Azim Kurmanbekov), 특수경찰 2명 등 최소 9명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가택수색 당시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고, 슈레이더 목사가 가족과 대화하거나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것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당국은 목사가 예배를 드리던 알라무둔 지역 레닌 마을의 교회 건물과, 목사 친척인 파벨 얀첸(Pavel Yantsen)의 자택도 수색했다. 같은 날 9명의 성도 가정도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엘렌 화이트의 저서 약 200권, 성경 50권 이상을 포함해 총 2,000권 이상의 서적, 컴퓨터, 휴대전화, 현금, 차량 및 부동산 소유 문서 등이 압수됐다.
일부 물품은 반환됐지만, 한 대의 휴대전화는 “분실됐다”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했고, 서적들은 여전히 증거물로 보관 중이다.
해당 교회는 미국 기반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와는 구별되는 ‘개혁운동파’로, 소련 시절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해왔다. 교회는 키르기스스탄 정부에 정식 등록되지 않아 불법 단체로 간주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에 따르면, 당국은 2022년부터 교회를 폐쇄하려는 명분을 찾고 있었으며, 2021년에는 슈레이더 목사의 지시로 노인을 속여 주택을 매입했다는 혐의로 교인 두 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교인들은 이번 형사사건 역시 당시 사건과 연결지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럼18은 사건과 관련해 여러 당국에 질문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키르기스스탄은 유엔 고문방지협약(UNCAT)에 가입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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