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다시금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한국 원화의 강세 흐름이 뚜렷해지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 가능성과 맞물려 환율 협상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자,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인 1375.6원보다 6.6원 하락한 1369.0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작년 10월 17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개장 수준으로, 시장의 체감 강달러 흐름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빠르게 절상되고 있는 통화 중 하나다. 특히 지난주 야간 거래 기준으로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절상 폭이 컸던 원화는 이번 주에도 강세를 이어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환율 협상에서 한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원화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미 양국의 환율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1420원대에서 1390.8원까지 급락했다. 이후에도 시장은 환율 협상의 결과를 주시하며 지속적인 원화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은 외환시장 운영 원칙 및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를 공유하며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으며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하면서, 시장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당국의 행보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 역시 부담 요인이다. 2018년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미국은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 환율 움직임을 무역정책과 연계해 해석하려는 미국의 기조는, 한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식 협의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은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정부로서는 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환율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도 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계속 바뀌고 있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변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원화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수출기업은 수출단가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수출 제품의 해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신중한 대응을 펼치는 배경에는 수출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게다가 한국은 7월 8일까지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라 불리는 협상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 국면 속에서 이 일정에 맞춰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확실한 논리와 근거를 갖고 미국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사례에서 보듯, 통상협의 과정에서는 단기적인 원화 약세의 불가피성과 장기 절하 추세에 대한 명확한 설명 논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관세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충격과 환율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정교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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