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성령 이해는 WCC를 중심으로 제기된 새로운 선교 목표인 ’인간화‘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WCC에서 주장하는 선교의 주된 관심은 ‘세상 속에서의 샬롬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샬롬이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 중의 하나가 ‘인간화’라는 표현일 것이다. 이 개념은 1968년에 열린 WCC 웁살라 대회에서 강조된 개념인데, 웁살라 대회는 “인간의 참 인간성과 인간의 사회가 어느 때보다 여러 가지 파괴적인 힘에 의해 위협받고 있음”에 깊이 주목하였다. 웁살라 대회는 모든 비인간화의 현상을 극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야말로 선교의 일차적 과제라고 보았으며, 선교적 공동체의 결정적인 관심은 선교의 목표로서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보았다. 즉 웁살라 대회는 새 인간 (the new man)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한 인간성으로(into new humanity) 성장하도록 사람들을 초대하는 새 창조의 선물로서 하나님의 선교를 묘사하였다.
선교의 주된 목표를 인간화의 실현이라고 보면서 1968년 WCC 웁살라 대회는 선교가 일어나는 장에 대하여 “선교 장소는 이렇듯 다양하고 그 배경은 인간의 필요가 있는 곳이며, 인구팽창, 긴장 관계, 움직이고 있는 힘들, 제도적 경직성, 권력의 우선순위와 사용에 대한 의사결정, 그리고 공공연한 인간 갈등이 있는 곳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웁살라 대회는 비인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질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영적 빈곤 못지 않게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고, 이로써 웁살라는 선교의 수직적인 차원(복음화) 보다는 수평적인 차원(인간화)를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전통적인 신학이 그 주된 관심을 복음화에 두고 복음화를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에큐메니칼 신학은 인간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그 인간화를 이루는 것이 선교의 주된 관심이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선교가 수행되어지는 주된 장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보다는 비인간화가 일어나는 곳에 더 깊은 관심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상과 같은 인간화 개념에 특별히 영향을 미친 것은 해방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신학은 세계적인 구조악에 의해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화 되었는지를 잘 지적하고 있다. 즉 사회 경제적 힘의 구조에 의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인간들이 철저하게 비인간화되어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러한 비인간화의 구조는 개인들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으로 되어지지 않고, 철저하게 사회 구조 자체를 변혁시켜야 한다고 해방신학은 강조하였다. 즉 세상을 참으로 변혁시키는 길은 단순히 복음을 전하여 개인을 바꾸고자 하는 복음화로만 되어지지 않고, 잘못된 사회 구조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구조를 세워나가는 작업 즉 인간화가 요구된다고 보았다.
또한 해방신학은 전통적인 선교의 관심이었던 복음화는 사회를 조금씩 개발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종국적으로 교회는 기존의 억압질서와 손을 잡음으로써 자본주의의 하녀가 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전통적 신학은 자본주의의 하녀가 되어 억압적인 기존질서와 손을 잡음으로써 타락하게 되므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하여는 실천하는 신학이 되어야 함을 해방신학은 강조한다. 해방신학은 종속관계에서 배불리 먹고 사는 것보다는 인간다움이 보장되는 ’해방‘을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관심이 에큐메니칼 신학의 인간화 추구 경향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인해 선교의 목표는 인간화 즉 해방으로 인식되고, 성령은 바로 그 해방을 이루어가시는 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계속)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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