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WCC를 중심으로 생겨난 새로운 성령이해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신학이 세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신학은 세상을 멸망할 것으로 보고 사람들을 속히 그곳으로부터 구원해 내어야 할 곳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관점 때문에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을 낙원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열심히 복음을 전해서 멸망할 세상으로부터 구원의 방주인 교회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 교회의 주된 사명이며 신학의 주된 관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교회에 쏠려있던 전통적 신학의 관심을 세상으로 돌린 것이 바로 에큐메니칼 신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에큐메니칼 신학은 전통적으로 교회에 많이 몰려있던 신학의 관심을 세상으로 옮긴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환에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교회협의회의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발전시킨 후켄다이크는 교회가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교회 중심적인 이해를 지닐 경우 교회가 행하는 모든 활동은 교회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고, 세계를 이해할 때도 교회론적인 범주로 세계를 정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선교를 행할 경우 선교를 ‘교회화’로 생각하면서 교회형성과 교파증식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전도를 행하는 것도 “... 교회의 영향력을 다시금 획득하려는 사실을 성서적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평가하였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철저하게 교회 중심적인 자세를 배격하고 세상에 깊은 관심을 두면서 교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더 이상 교회 성장이나 교파 확장이 아니라 세상의 샬롬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여기에서의 샬롬은 하나님의 창조물인 세상 만물을 모두 포함하며, 그것들의 번영, 평화, 조화, 정의 등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것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며, 이런 것들을 이루어나가기 위하여 신자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제 분야에 파송되어지는 것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교회는 영적인 진리에 대한 강조보다는 세상에 샬롬을 이루려는 일을 위한 봉사와 투쟁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선교는 부름 받은 공동체인 교회로부터 출발하는 선교가 아니라 교회가 하나님으로부터 보냄 받은 현장인 세계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님의 일차적인 관계는 먼저 세상이고, 교회는 그 세상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어지며 세상의 샬롬 구현을 위한 여러 다양한 기구 중 하나의 기구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전통적인 명제인 “하나님-교회-세계”의 순서는 “하나님-세계-교회”로 뒤바뀌게 된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영향으로 에큐메니칼 신학은 교회에 대한 관심 또는 강조점을 세상에 더 깊이 두게 되었다. (계속)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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