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벤우(Benue)주 내 기독교인 거주 지역에 대한 풀라니(Fulani) 무장세력의 공격이 이어지며, 지난 3월 28일부터 현재까지 수십 명의 기독교인이 숨졌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지난 5일 저녁, 오투크포(Otukpo) 카운티 오토비(Otobi) 마을에서는 무장한 목동들이 마을을 습격해 기독교인 3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 피터 오체크파(Peter Ochekpa)는 “밤에 무장세력이 마을로 들이닥쳐 자고 있던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며 “주민들은 각자 숲으로 도망쳐야 했다”고 전했다.
벤우주 하원 의원 앙보 케네디(Angbo Kennedy)는 최근 오투크포 카운티 내 또 다른 마을들인 오크포마주(Okpomaju), 오케테(Okete), 아사(Asa) 등에서도 유사한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풀라니 무장세력의 공격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4월 3일에는 오투크포 외곽 지역에서 기독교인 2명이 살해되고, 13명이 납치됐다. 아사 지역의 올레나(Olena) 마을 주민 아그네스 오구체(Agnes Oguche)는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마을이 포위돼 수많은 기독교인이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오투크포 지역 지방정부 의장 맥스웰 오기리(Maxwell Ogiri)는 모든 공격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해 벤우주 당국과 보안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주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연합 대표 에드윈 오치아(Edwin Ochia)는 나이지리아 정치 지도자들과 보안기관들의 무관심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되고 마을이 파괴되는 동안,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범죄자들은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보안기관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는 단순한 무능을 넘어 공모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벤우주 경찰청 대변인 캐서린 아넨(Catherine Anene)은 현재 경찰 병력이 피해 지역에 투입돼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Lay Faithful Trust Foundation'은 지난해에도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인 중심 마을 우모기디 이텍파(Umogidi Itekpa)를 공격해 34명이 사망하고 13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 보선 이매뉴얼(Bosun Emmanuel)은 “이러한 공격은 풀라니 민병대가 벤우주의 토착 기독교 민족들을 조직적으로 제거하려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정의 NGO인 ‘CESJET’의 아이작 익파(Isaac Ikpa)는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삶이 마비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살해된 지역 추장 온체 아카투(Chief Onche Akatu), 오크포마주에서 희생된 5명, 3월 30일에 피살된 펠리시아 오치그보(Felicia Ochigbo), 그리고 4월 3일 이토비(Itobi)에서 납치된 14명의 버스 승객 사례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대응 부족을 비판했다.
마쿠르디 교구의 윌프레드 치크파 아나그베(Wilfred Chikpa Anagbe) 주교는 지난 3월 12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이러한 폭력은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제거하려는 이슬람 세력의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강간, 기독교인 살해 및 추방, 교회와 농장 파괴, 그리고 점령 후 마을 이름 변경 등의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회 산하 국제종교자유 소위원회(APPG)는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일부 풀라니 세력이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을 따르며 보코하람 및 ISWAP과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인 지도자들은 풀라니 목동들이 사막화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기독교인 농촌을 점령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 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감시 목록(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순교한 4,476명의 기독교인 중 3,10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희생됐다.
WWL 보고서는 특히 북중부 지역에서 풀라니 무장세력의 공격이 기독교 농촌에 집중되고 있으며, 북동부와 북서부에서는 보코하람과 ISWAP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성폭력, 도로 차단 살해, 납치 등의 수법으로 기독교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라쿠라와(Lakurawa)라는 새로운 지하디스트 단체가 북서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단체는 알카에다 계열 JNIM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는 2025년 WWL 순위에서 기독교인에 가장 위험한 50개국 중 7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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