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를 위한 성경 번역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성경 번역
기존 번역본과의 공존 방안 제시
외국인들 “「개역개정」보다 「새한글」 문법 쉬워”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8일 서울 중구 소재 영락교회(김운성 위임 목사) 본당에서 지난해 12월 10일에 발간된 「새한글성경」(이하 새한글)의 완역과 출간을 기념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새한글성경」이 다매체 시대의 한국교회 다음세대에게 끼칠 영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환영사를 전한 권의현 사장(대한성서공회)은 “「새한글성경」은 다매체 시대의 젊은이들이 성경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도록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 어법에 맞게 번역된 새로운 성경”이라며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성서공회는 격동의 시기미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성경을 지속적으로 번역하고 보급해 왔다. 「새한글성경」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새로운 번역 성경을 읽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귀히 쓰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사말을 전한 박동현 번역자(「새한글성경」 구약 책임번역자)는 “「새한글성경」은 2천 년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의 모든 한국어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새롭게 번역된 성경이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의 동포들, 나라 안뿐만 아니라 나라 밖 동포들,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읽는 외국인도,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아직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도 하나님을 만나 뵙고 섬기도록 번역한 성경”이라며 “심포지엄이 「새한글성경」이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동혁 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가 ‘새 부대에 새 포도주 - 새한글성경의 구약 번역 특징과 실제’ △박형대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가 ‘새한글성경의 신약 번역 특징과 실제 - 저본, 문법, 표현을 중심으로’ △유선명 교수(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가 ‘새한글성경과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을 함께 읽는 방안’ △이승문 교수(명지전문대학 교목실장)가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새한글성경 활용 방안’ △이수인 교수(아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미디어학과)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읽기와 새한글성경’ △권순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가 ‘새한글성경과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의 이해도 차이 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새한글」 구약 번역의 세 가지 특징

먼저, 김동혁 교수는 “「새한글」 구약 번역의 세 가지 특징에는 문장 내 도치, 화자와 말의 종류 표기, 다양한 화계 등이 있다”며 “먼저, 문장 내 도치는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어순을 조금 희생시키지만, 원문의 생각을 따라가게 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며, 둘째로 「새한글」이 과감하게 번역 속에 화자와 말의 종류를 명시한 것은 한국어 독자가 성경의 내용과 문학의 갈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셋째로 다양한 화계를 활용한 것은 국어학적 의의는 물론 성서학적 의의까지 지닌다”고 했다.
◇ 다음세대, 「새한글」 통해 하나님을 이해·사랑·경외하길
박형대 교수는 “우선 「성경원문연구」에 다양한 색채의 글이 실린다는 것을 의미하고, 「새한글」이 저본, 문법, 표현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다양성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맞이하면 한국어 번역 성경이 발전할 것을 시사한다”며 “다음세대가 「새한글」을 통해 하나님을 배우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경외하게 된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대조 성경의 출간과 보급
유선명 교수는 “사실상 한국교회의 공적 본문이 된 개역개정은 성경의 독자들이 세대교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한글」이 다음세대에 친숙해지는 만큼 기존 세대에게는 생경함이 더해지는 필연적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며 “공예배시 성경봉독을 이중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지향성을 현실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대조 성경의 출간과 보급”이라고 했다.
◇ 「새한글」 활용 방안에 대해
이승문 교수는 새롭게 번역된 「새한글」 성경이 알파세대와 MZ세대를 위한 최적화된 성경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성경의 번역 방향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공동체에서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경 읽기는 정기성과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읽고 나누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활용법”이라며 “삶과 독서가 상호작용해야 하며, 몸짓과 말의 상호작용을 통해 독서가 삶에, 삶이 독서에 동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성경 읽기를 단순한 독서가 아닌 복음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활동”이라며 “「새한글」을 통한 성경 읽기와 듣기가 다음세대의 영성 유지와 창조적인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 ‘말씀의 변치 않는 본질’, 어떻게 각 시대의 매체 안에 담아낼 것인가?’

이수인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성경 번역본 「새한글」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번역본은 짧고 간결한 문장을 통해 이독성을 높였으며, 특히 하이퍼텍스트, 멀티미디어, 즉시성 등 디지털 텍스트의 특성을 고려해 제작됐다”며 “디지털 텍스트는 접근성과 확산력, 유연한 업데이트 등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읽기의 피상성, 인지 부하, 자율성 훼손, 파편적 소비 등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며 「새한글」은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설계된 번역본임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역사는 대체보다 공존과 접합의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성경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형식을 통해 독자와 교회 공동체를 잇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끝으로 “중요한 것은 ‘말씀의 변치 않는 본질을 어떻게 각 시대의 매체 안에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기술의 진보가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책임 있게 답변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했다.
◇ 외국인 유학생 대상 성경 번역본 이해도 조사… “「개역개정」보다 「새한글」 문법 쉬워”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경 번역본의 이해도 비교 조사에서, 최근 출간된 「새한글」 성경이 문법적으로는 기존의 「개역개정」보다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희 교수는 최근 다문화가정 증가와 함께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개역개정」과 「새한글」 성경의 이해도를 비교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 유무에 따라 텍스트 이해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비기독 유학생은 두 번역본 모두에 대해 2점에서 10점 사이로 응답해 이해도 편차가 컸고, 기독 유학생은 5점에서 10점 사이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보였다.
특히, 한자 문화권 유학생들은 「개역개정」에 포함된 한자어 덕분에 추론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옛 말투의 연결어미와 종결어미에 대해서는 익숙지 않아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한글」 성경은 고유어가 다소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문법 구조와 문장은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도치 표현이나 시적 문장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표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 교수는 “「개역개정」 표현이 더 종교적인 느낌을 준다는 응답도 있었다”며 “옛 말투의 장중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신앙적 맥락에서는 오히려 유익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행사는 종합토론 순서로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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