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사월에 부는 바람'
도서 '사월에 부는 바람'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 고향 땅. 아픔 없이는 회상할 수 없는 고향."

소설가 현기영이 자신의 생애와 문학적 궤적을 돌아보는 산문집 『사월에 부는 바람』을 출간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겪은 제주 4·3사건의 참혹한 기억과 그로부터 이어진 작가로서의 사명, 그리고 고향 제주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진솔하게 담아낸다.

제주에서 태어난 현기영은 제주 4·3사건의 생존자이자 목격자다. 그는 『순이 삼촌』, 『제주도우다』 등의 작품을 통해 4·3의 비극을 본격적으로 문학에 담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산문집에서도 그는 개인적인 기억을 넘어 사회가 공유해야 할 역사로서 4·3을 성찰하며, 문학적 언어로 치유와 증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기영은 책에서 "예닐곱 살 때 일어난 제주 4·3을 겪은 뒤, 죽은 자를 위해 증언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이 앓은 말더듬증과 우울증 또한 4·3의 충격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며, 고통의 체험이 곧 문학의 출발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책에는 고향 제주를 향한 작가의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시선이 곳곳에 녹아 있다. 소설 속 배경이 되어온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풍경들이 산문 속에 정감 있게 그려지며, 독자들에게 제주의 진면목을 전한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버지』로 등단한 현기영은 이후 『순이 삼촌』, 『제주도우다』, 산문집 『바다와 술잔』 등을 통해 일관되게 고향과 역사, 시대의 아픔을 성찰해왔다. 그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제주 4·3사건의 실상을 생생하게 환기하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은 작은 슬픔이다. 그들에게는 4·3의 처절한 슬픔보다는 흰 눈 위에 얼어 죽은 새에 대해 슬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며, "4·3의 슬픔은 피와 비명과 떼죽음의 슬픔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 산문집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비극을 몸소 경험한 작가가 그것을 언어로 증언해온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문학으로 감싸온 그의 문장은, 이제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기억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독자 앞에 다시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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