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생들이 제적 위기에 반발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학 승인 문제를 둘러싼 대학과 학생 간 충돌은 고등교육법 해석과 각 대학 학칙의 적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1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 신청이 부당하게 반려될 경우 소송 등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집단 휴학을 승인하지 않도록 각 대학에 요청하고, 각 대학 총장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비롯된 사안이다.
의과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교육부 방침을 수용하자, 상당수 대학은 21일을 기점으로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일괄 반려했다. 대부분 대학 학칙은 등록하지 않거나 휴학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학기 초를 넘긴 학생을 제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복귀 의사를 밝히는 학생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연세대의 경우 의대생의 절반가량이 복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학생이 복학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어 제적 가능성은 여전하다.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제적 여부와 향후 법적 분쟁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연세대는 1개월 이상 무단 결석하거나, 휴학 기간 만료 후 기한 내에 복학·등록하지 않은 경우 제적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서울대와 고려대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 제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쟁점은 총장의 휴학 승인 거부가 정당한 재량 범위 내인지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등교육법은 병역 의무와 같은 특수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총장이 재량에 따라 휴학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체·정신적 질환, 자녀 양육, 임신·출산 등 일부 사유는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휴학은 학칙에 따른 판단에 맡겨져 있다.
의대생들은 총장의 일괄적인 휴학 거부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학칙상 허용된 사유에 따라 휴학을 신청했음에도 개별 심사 없이 일괄 반려됐다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교육부가 사전에 집단 휴학 불허를 요청한 상황이고, 휴학 자체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닌 행정상의 허가라는 점에서 학생 측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학 간 학칙의 차이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가사휴학' 외에는 휴학 사유에 대한 증빙을 요구하는 반면, 고려대는 비교적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휴학 사유로 정부의 정책 반대가 아닌 개인적 사유를 내세운 경우, 대학의 일괄 반려가 정당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휴학 신청이 대부분 승인되었던 점도 고려 대상이다. 그동안 사실상 휴학이 학생의 권리처럼 여겨졌던 상황에서 이번 일괄 반려 조치는 이례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김광산 법률사무소 교원 변호사는 "학생들이 휴학을 권리로 인식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대학이 휴학을 거부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학이 개별 사유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 반려했다면, 일부 사례에서 학생 측이 승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의 복학 여부와 대학의 제적 조치, 그리고 이어질 법적 대응에 따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각 대학의 대응 방식과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료계와 교육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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