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을 갖고 지역 공약인 '북극항로 개척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박 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촉구한 반면, 이 대표는 북극항로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항만공사에서 박 시장과 만나 동남권 발전을 위한 북극항로 개척 필요성을 역설하며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포항·울산 등 동남권 발전을 위해 북극항로 개척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미래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며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표가 인천 출신이라 부산을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지사 시절에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구조는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북극항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것은 지방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의 일환"이라며 "해운업은 선점 효과가 중요한 산업이므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동남권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민주당이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 시장은 민주당이 지역 균형 발전을 주요 정책 기조로 삼아왔지만, 최근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이 지역 균형 발전을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해왔지만, 지금은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산은) 이전 문제를 강조하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부산시는 글로벌도시특별법 제정을 위해 무려 160만 명 시민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 법안은 지역 민주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며, 산은 이전과 함께 지역 주민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 대표와의 비공개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 논의를 위한 협력을 원했고 시 차원에서도 지원 의사가 있었지만,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이 대표를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을 만나기보다 이 대표를 만나기가 10배는 더 어렵다"며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간곡히 요청하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는 저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들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 시장의 발언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대해 언급했고, 이재명 대표는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장이 기대한 수준의 답변을 듣지 못해 실망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부산을 홀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시장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손님을 맞는 방식으로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장을 무시하려고 방문한 것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시장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표현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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