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여야 의원들의 송곳질의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1차 청문회에서 출석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미리 준비한 답변서를 살피는 국정원 박 모국장   ©뉴시스

그러나 2차 청문회에 나온 국정원 전·현직 직원과 경찰 관계자 등은 다소 긴장한 모습속에서도 차분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출석한 26명 가운데 단연 주목받은 증인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이른바 댓글녀로 알려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였다. 국정원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권 전 과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공세를 당했다.

권 전 과장은 다소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막상 청문회가 이어지자 차분하게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대답하는 등 폭로성 답변을 통해 여야 의원들의 기싸움에서 꺾이지 않았다.

실제로 권 전 과장은 자신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상관이던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를 만류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청장이 지난해 12월12일 자신에게 격려전화를 한 것을 부인한 것에 대해 이 증언은 거짓말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또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중간수사 발표를 가리켜 '은폐·축소 발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비판했으며 이 발표의 목적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는 소신발언을 했다.

지역감정 논란이 제기된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는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질의에 대해선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냐"라고 되묻는 등 단오하게 맞받아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압박성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맞대응했다. "지금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문재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냐"는 김 의원의 질문과 관련해선 "저는 당시 수사를 진행하기에 여념이 없어서 투표조차도 하지 못했다"며 "지금 김 의원 하는 질문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십자가밟기'와 같은 질문"이라고 반박했다.

가림막 뒤에서 답변을 상의하는 국정원 댓글 의혹 여직원   ©뉴시스

또다른 핵심증인인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도 여야 의원들의 날카롭게 쏟아지는 질문을 벗어나진 못했다. 자신에 대한 감금 및 인권유린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한 때 울먹거리는 등 부당함을 호소했다. 댓글작업이 정치적 개입을 위한 것은 아니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전 과장과 다르게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 활동 내용은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하는 등 잇따라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여기 뭐 하러 나왔냐. 얘기해 달라"고 따지자, 김씨는 "재정신청이 진행 중이기에 양해를 해 달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직원들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공정성에 대해 "확신한다"며 적극적으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일체의 정치적·정무적 고려가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고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은 "정정당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직원인 한등섭씨는 "분석한 결과는 한치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박진호씨도 적법절차에 따라 분석했다"고 항변했다. 장기식씨는 "한치의 오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병하 전 서울청 수사과장,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 디지털증거분석팀 직원 김보규·김수미·장병덕·김하철·임판준씨도 권 전 과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수미 디지털증거분석관은 "예전에도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은)너무 억울하다. 저희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부분을 꼭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 분석관은 또 '권 과장과 자신 중 누가 더 사이버 증거분석의 전문가라 생각하냐'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질문에 "분석에 관해서는 공인 자격증이 있고 2009년부터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과 관련해 교육을 하고 있다. 분석에 있어서는 (내가)전문가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과 맞짱 대결을 펼치는 증인도 있었다. 새누리당으로부터 민주당과 결탁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을 산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은 의원들의 추궁에 맞불을 놓으며 강단있게 대처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속여서 여직원의 주소를 파악해도 되느냐"고 지적하자 "거기에 현혹돼서 말한 당직관이 문제지 내가 문제냐"고 따져물었다. 국정원 여직원을 차량으로 미행한 CCTV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번호를 대라. 내가 세금 내고 살아가는데 어디를 간들 범죄냐"고 맞받아쳤다.

또 김태흠 의원이 "국정원 전직원으로서 조직을 팔고 자기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에 대해 "조직을 판 적이 없다. 어디에 팔았나. 미국에 팔았나, 북한에 팔았나. 제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대북심리전단을 지휘했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전 차장은 조직적 선거개입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사이버상에서 이념전은 북한과 추종세력에 의해 위험한 상태다. 제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PC방에 가서 한두 시간만 작업하면 얼마나 치열한지 증명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의 추궁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권영세 주중대사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정현 현 청와대 홍보수석 등과의 통화여부에 대한 집중질의에 대답하기 급급했다.

박 전 국장은 권 대사와의 전화통화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김 전 청장과는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홍보수석과는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했으며 새누리당 이한구·최경환 의원과는 이 사안과 관련해선 통화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댓글의혹 #국정원댓글의혹 #청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