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일이 26일로 확정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이 정지된다"는 다수설을 강조하며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도 이에 힘을 실으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학자들의 압도적 다수설에 따르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으로 인해 기존 형사재판이 중단된다"고 주장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최고위원은 이를 근거로 "불소추 특권에서 말하는 '소추'는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라 검사의 '공소제기'뿐만 아니라 '재판수행'(공소유지)까지 포함한다"며 "따라서 대통령이 당선되면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도 자동으로 중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다른 혐의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계속 진행될 경우 대통령직이 박탈될 수도 있는데, 이는 헌법상 탄핵 절차를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검찰 등 사법기관이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이 후보자의 형사재판 문제를 인지한 상태에서 선출한 경우, 그 결단이 사법기관의 판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나머지 4개 재판도 모두 중단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기소된 사건은 불소추 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며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해 6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 논란을 처음 제기하면서 헌법 84조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됐다. 한 전 대표는 당시 "거대 야당이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피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 84조 논쟁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2심 재판을 거쳐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대선에 출마했는데, 홍 후보 측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중지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된다"며 반박했다. 현재 민주당의 입장이 과거와 정반대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모두 3월에 예정되어 있어, 여야 간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 84조 논란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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