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인간의 책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계시인가. 기독교 신앙의 토대를 이루는 이 질문에 대해 개혁신학의 거장 벤자민 B. 워필드가 제시한 고전적 답변을 담은 책 <성경론>이 새롭게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워필드의 대표 저작 가운데 하나인 The Inspiration and Authority of the Bible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 총 열 권으로 이루어진 〈B. B. 워필드 전집〉 가운데 제1권을 새롭게 편집해 번역한 것이다. 번역 과정에서는 지나치게 어원학적 논의에 집중된 두 장을 생략하는 대신, “합리주의와 성경의 권위”라는 글을 추가해 당시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의 권위를 어떻게 비판했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 주도록 했다.
계시 종교로서의 기독교
워필드는 기독교를 “계시 종교”로 규정한다. 성경이 제시하는 종교는 인간의 철학이나 사상, 혹은 종교적 창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신 계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인간의 종교적 발명품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신앙으로 제시된다.
그는 계시가 주어지는 방식에 대해 세 가지 형태를 구분한다. 외적 현현, 내적 암시, 그리고 하나님과 인간 저자가 함께 작용하는 협력 작용이다. 이러한 방식 속에서 성령은 선택된 인간 저자들을 도구로 사용하시되, 그들의 인격과 언어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하신다.
워필드는 이 과정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의 인간 저자에 대한 적응”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와 문화, 개인적 표현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계시를 전달하셨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의 구속사적 계시
워필드는 성경의 계시를 단편적인 메시지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구속사적 계시로 이해한다. 다양한 시대와 방식, 서로 다른 인간 저자들을 통해 기록되었지만, 그 모든 계시는 궁극적으로 한 분 하나님이 전개하시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성경의 권위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신앙 고백과도 연결된다. 워필드는 교회가 처음부터 성경의 본성과 권위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이며 신앙과 삶의 권위 있는 기준이라는 확신을 지속적으로 지켜 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신학과의 논쟁
워필드가 활동하던 19세기는 성경의 권위가 강하게 도전받던 시대였다.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의 영향 속에서 성경을 인간 종교 문헌 가운데 하나로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워필드는 성경의 완전 영감 교리를 옹호했다. 그는 성경의 권위를 단순한 교회의 전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직접 인정하고 가르친 신앙 고백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성경의 영감과 권위를 믿는 것은 단순한 교리적 선택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 자체와 깊이 연결된 문제라고 보았다.
모든 시대를 향한 책
워필드는 성경이 가진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보편성을 강조한다. 수천 년 전 특정한 문화와 역사적 상황 속에서 기록된 책이 오늘날 전혀 다른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의미를 전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간 저작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성경의 배후에 모든 시대와 모든 인간을 꿰뚫어 보는 저자가 존재함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저자는 바로 하나님이며, 성경의 궁극적 저자는 하나님이라는 고백이 성경의 권위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개혁신학 성경론의 고전
저자는 흔히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와 함께 세계 3대 칼빈주의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특히 성경 영감과 권위에 관한 그의 연구는 개혁신학 전통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다.
<성경론>은 성경의 신적 권위와 인간적 요소의 관계, 성경 영감의 의미, 그리고 자유주의 신학의 도전에 대한 변증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신학생과 목회자뿐 아니라 성경의 권위 문제를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중요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오늘날에도 성경의 권위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워필드의 『성경론』은 오래된 고전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성경은 왜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저자는 성경 자체가 그 답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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