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받을 이유보다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많은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신다는 고백. 저자 임형규 목사(라이트하우스 서울숲)는 이 책에서 이미 그리스도인에게 익숙한 복음, 뻔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사랑을 얼마나 갈구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해주실까 전전긍긍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근거, 사랑받지 못할 만한 이유와 변명을 푸념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쩌면 그것은 내가 형편없을 때 사랑스럽지 않을 때도 사랑받고 싶다는 간절한 부르짖음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어린 시절 나는 남자들만 잔뜩 있는 동네에서 자랐다. 그러다보니 여학생과 이야기하거나 소통하는 법을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동네 바보 캐릭터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남녀공학이기는 해도 남학생반, 여학생반이 따로 있었고 층이 달랐다. 그런데 나에게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접근해야 할지 나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누구도 나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동네 바보 캐릭터였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에 교실마다 누런 양철 주전자가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어느 녀석이 그 주전자 뚜껑을 시민테 바닥에 놓고 발로 밟은 채 밀고 다니는데, 정말이지 어마무시한 소리가 났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의 100배 정도의 소리였다. 그 일대의 모든 사람이 괴로워했다. 모두가 그 친구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 친구를 바라볼 때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아하 이거구나! 나를 바라보게 하는 방법이 있었어! 나는 이 방식을 선택했다. 그때 주님께서 나를 말리셨어야 했다. 나는 용기 있고 당당하게 주전자 뚜껑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분명히 그녀가 나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여학생의 반 근처 복도에서 주전자 뚜껑을 밟고 스케이트 타듯이 밀고 다녔다. 결국 그녀가 나를 쳐다보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워낙에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자세히는 안 들렸지만 아마도 입을 오물거리며 뭐라고 욕지거리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서툴렀던 내가 사랑받고 싶어서 선택한 도구는 주전자 뚜껑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도 사랑받고 싶어서 주전자 뚜껑을 있어야 할 곳에 두지 않고 발로 밟고 밀어서 소리를 낸다. 물론 진짜 주전자 뚜껑을 밟지는 않는다. 더 교묘해져고 지독해졌다. 사소한 일에 더 크게 웃거나 더 크게 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착한다. 필요 이상으로 비판하고 반항한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나의 고통이나 어려움과 과장한다. 연인이나 배우자 들으라고 한숨을 크게 내쉰다. 분에 넘치게 비싼 명품이나 자동차를 산다. 화려한 옷차림이나 치장을 추구한다. 이것들이 우리가 사랑받고 싶어서 밟고 밀고 다니는 주전자 뚜껑들이다. 아마 당신에게는 더 진화한 주전자 뚜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주목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만 우리의 관계 속에서 참기 힘든 잡음을 일으킨다. 내가 받기 원하는 진정한 사랑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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