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4일제 도입 논의를 촉구하면서 노동계의 숙원인 근로시간 단축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김문수 장관이 주4일제 도입이 폐업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현재와 같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주4일제 도입이 많은 폐업과 도산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는 주4일제를 강조한 이 대표의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보다 132시간 더 길다. 이에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해 1월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주4일제 도입 찬성 비율이 67.3%에 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주4일제 네트워크를 출범해 ▲법제화 ▲노동시간 단축 정책 및 로드맵 마련 ▲국가노동시간위원회 설립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체제 전환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등의 주4일제 실험 성공 사례가 소개되며 논의가 활발해졌다.

영국 사우스 케임브리지셔 지자체는 주4일제 도입 후 직원 이직률이 39% 감소하고 평균 지원자 수가 53% 증가했다. 프랑스의 유통물류업체 LDLC는 주4일제 도입 후 매출이 36% 증가하고 이직률이 11%에서 2%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이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병동 사직률이 3.6%p~6.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을 저하시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44.4달러로 OECD 평균보다 20% 이상 낮다"며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추가 단축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주4일제가 가장 우려되는 노동 입법(34.3%)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4일제 논의와 별개로 반도체 산업을 주52시간제의 예외로 두는 '반도체특별법'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주4일제와 특정 산업의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이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4일제 도입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양대노총이 발표한 22대 국회 핵심 입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핵심 입법과제는 시급한 사안부터 추진하는데 주4일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당장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4일제 법제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일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한할 수 있다"며 "주4일제는 여건이 되는 곳에서 초과 노동시간이나 탄력 근무제를 활용해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4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단순히 금요일부터 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6시간(4일×9시간) 근무 방식을 병행하고, 점진적으로 연착륙하는 방향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주4일제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다시 떠오르면서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법제화 가능성과 노동·경영계 간 합의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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