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수집하며 논란이 된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세계 각국의 규제 압박에 직면하며 결국 개인정보 수집 방침을 일부 변경했다. 국내에서는 정부 요청에 따라 앱 다운로드가 잠정 중단됐다.
딥시크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해 기존에 수집하던 개인정보 항목에서 '이용자의 키보드 입력 패턴과 리듬'을 제외했다. 또한 유럽경제지역(EEA), 영국, 스위스 등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추가 약관을 마련해, 현지 법률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점을 명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앱 마켓에서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로 딥시크의 다운로드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앱 이용자와 웹 서비스 이용은 제한되지 않는다.
딥시크는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로, 저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해 주목받았지만,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중국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 논란이 됐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31일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 방식에 대한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딥시크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방식과 통신 기능 관련 정보 공개가 불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개인정보위는 "국내법상 제3자 제공 및 위탁 처리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야 하지만,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딥시크 이용자의 일부 정보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로 전달된 정황도 확인됐다.
세계 각국도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일부 주에서는 정부 소유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이탈리아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앱 마켓에서 딥시크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딥시크를 검토 중이며, 독일 당국도 규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압박에 대응해 딥시크는 지난 10일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14일 개인정보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개인정보위는 국내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다운로드 중단을 권고했다. 딥시크는 이를 수용해 국내 앱 마켓에서 신규 다운로드를 중단한 상태다.
개인정보위는 서비스 중단 기간 동안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국내법 준수를 위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AI 기업이 국내 서비스 출시 전 준수해야 할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해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AI 기업들에 대한 개인정보 실태 점검이 약 5개월 소요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점검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인정보위는 이번 조사 대상이 단일 기업이며, 기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만큼 보다 신속한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위는 기존 이용자의 개인정보 처리·보관 현황도 점검하며, 필요 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향후 국내 AI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 및 법적 개정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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