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악기 수업을 받게 하기 위해 찾은 히스패닉 부모들과 이이갸기 나누고 있는 정성현 목사(왼쪽에서 두번째)와 박정미 사모(왼쪽에서 세번째). ©기독일보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미국 내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이주민) 인구는 4130만 명으로 전체 인구 2억9370만 명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스페인어가 영어와 함께 미국의 공용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로 히스패닉들은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메리카미션센터(AMC) 정성현 목사는 이렇게 말문를 뗐다.

"멀리 해외 선교는 많이 하는데, 정작 내 이웃에 살고 있는 선교대상자들에게는 관심이 너무 적다. 아버지 정은실 선교사님을 따라 11살에 볼리비아로 가서 30년을 살다 보니 겉모습만 한국 사람이지 생각이나 속은 거의 볼리비아 사람인 제가 안식년 차 애틀랜타에 와서 보니 전도할 사람들은 많은데 전도는 남미보다 열 배는 어렵다고 느껴진다"

볼리비아 정은실 선교사의 차남으로 몇 년 전, 애틀랜타에 와서 안식년을 보낸 장남 정치현 목사의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정성현 목사를 만났다. 현재 도라빌에 위치한 AMC를 통해 매월 기부 받은 물건을 무료로 이웃들에게 나눠 주는 '가라지 프리' 행사를 열고 있고, 히스패닉 자녀들과 청년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가르쳐주고 다양한 공작 시간을 열고 있다.

히스패닉 선교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글레시아 해븐 게이트 교회, 이곳에 아메리카미션센터가 있다. ©기독일보

전자 오르간과 기타, 드럼을 가르쳐주는 화요일 저녁에 AMC를 찾은 기자는 자녀들을 맡겨놓고 센터 밖에서 대화를 하거나 일을 보는 히스패닉 부모들과 눈 인사를 나눴다. 정식으로 악기 수업이 열리는 금요일 저녁에는 20-25명의 아이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한국인 선생님들과 함께 한다고 한다. 또 AMC의 사역을 보고 먼저 협력을 제안한 히스패닉 목회자와 연합사역을 진행하기도 하고, 얼마 전 주일에는 AMC에서 개척을 시작한 다른 히스패닉 교회도 있다. 한 마디로 AMC는 일주일 내내 사람들이 드나들며 육의 양식과 영의 꼴의 먹는 '역동적인' 선교센터의 모습이다.

"안식년으로 왔지만 미국 내 히스패닉들을 전도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원에서 바비큐를 나눠 주면서 초대해보기도 하고, 가가호호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기도하면서 방법을 찾던 중 한번은 기금마련을 위해 가라지 세일을 했는데, 하나 둘 모여드는 히스패닉들을 보고 그러지 말고 그냥 무료로 나눠주자고 생각했다. 매달 '가라지 프리' 행사를 열었고, 마음을 반 이상 열고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누구든 친절하게 대하고, 물건을 나누면서 나중에는 당신도 나누라고 하니 쉽게 자기 물건을 갖고 오면서 전도의 기회가 생겼다."

히스패닉 아이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정성현 목사. ©기독일보

정 목사는 남미 현지 히스패닉들에 비해 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한 히스패닉들은 생활 수준이 높고, 이민자로서의 고립감과 외로움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같은 남미에서 왔어도 출신 나라가 다르면 마음의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하지만 미국 내 히스패닉들을 전도해야만 하는 이유는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이외에도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미와 인접한 플로리다 등지에서 유행하는 찬양이나 설교 말씀은 남미 곳곳 쿠바 저 끝까지 전해질 정도로 미국과 남미는 문화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가까운 곳이에요. 거기에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국에 거주하는 히스패닉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전도돼 지도자로 세워지면 미 대륙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봅니다. 히스패닉들이 가진 종교는 대부분 가톨릭인데, 한국의 유교처럼 문화, 사회적인 관습인 경우가 많다. AMC를 통해 선교의 열정을 가진 한인들이 복음이 필요한 히스패닉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기회로 갖게 되길 소망한다."

한인들의 사랑으로 모아진 다양한 물품들은 매월 두번 째 주일 오후 2~4시 AMC 앞에서 '가라지 프리' 행사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기독일보

마지막으로 그는 안식년이 끝나간다면서 히스패닉을 사랑하고 선교 마인드를 가진 사역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여전히 마음 문이 닫힌 히스패닉들에게 다가갈 도구인 물품들과 후원금 기부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일년간 하나님께서 모든 기도를 들으시고, 막막했던 전도의 길도 열어 주셨다. 미국 내 히스패닉 선교는 구제품을 전하고 잘 해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듯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신앙의 성장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많은 히스패닉들이 성경을 모르고 그냥 가톨릭이라는 명분으로 우상을 섬기듯 신앙생활 하는데 이들을 날마다 삶에서 거듭나는 제자를 길러 내는 일에 함께 해주시길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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