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산 것도 없는데 한 번 장보면 금방 3만~4만원이 훌쩍 나가서 밥 해 먹기 무서울 정도에요."

3살 배기 아이 엄마인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39)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현재 둘째를 임신 중으로 일을 잠시 쉬고 있다. 남편 혼자 벌어오는 돈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해야 하는데 밥상 물가가 고삐 풀린 듯 치솟아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다. 김씨는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외식도 하지만,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며 "집밥도 외식도 부담스럽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신선채소 및 축·수산물 가격은 물론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거의 대부분의 품목들이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계란값(특란 3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6392원으로 1년 전 5645원보다 13.2% 올랐다. 이마저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지난 여름 1만원 수준으로 급등했다가 겨우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AI 재확산으로 향후 수급차질을 빚을 경우 계란값 널뛰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정식 주요 메뉴에 사용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국산 냉장 삼겹살(100g) 가격은 3341원으로, 1년 전(2020년 12월18일)보다 13.8% 올랐다. 한우 등심(100g 1+등급)은 1만4763원으로, 전년보다 1.27% 올랐다.

수입산 육류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2일 현재 수입 냉동 삼겹살(100g)은 1346원으로 1년전 1189원보다 13.2% 올랐다. 미국산 갈비(100g)는 2942원으로 1년 전 2472원보다 19.01% 상승했다.

한국인의 대표 서민 간식 라면도 올랐다. 삼양라면 5개입은 3717원으로 전년보다 6.2%, 신라면 5개입은 4061원으로 전년보다 6.89%, 진라면(순한맛) 5개입은 3323원으로 전년보다 11.0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외식 물가도 급등했다.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1월 서울의 대표 외식 품목 9개 중 삼계탕 1품을 제외한 8개 가격은 1년 전보다 모두 올랐다.

냉면 한 그릇은 9731원으로 1년 전보다 8.12% 올랐다. 비빔밥은 전년보다 4.84% 오른 9154원, 김치찌개 백반 1인분은 5.14% 상승한 7077원, 삼겹살(200g)은 6.44% 오른 1만7650원, 자장면 한 그릇은 6.56% 상승한 5615원, 칼국수는 4.2% 오른 7615원으로 조사됐다. 김밥 1줄 가격도 2731원으로 전년보다 3.52% 올랐다.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삼계탕으로, 삼계탕 1인분 가격은 1만4231원으로 1년전보다 1.59% 소폭 내렸다.

치킨과 햄버거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치킨업계 1, 2위 교촌치킨과 bhc는 주요 메뉴 가격을 최근 각각 500~2000원, 1000~2000원 올렸다. 롯데리아도 이달 1일부터 제품 판매가를 평균 4.1% 올렸다.

향후 물가 전망도 밝지는 않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99로 1년 전보다 9.6%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오르기 때문에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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