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이하 차별금지법안)을 지난달 31일 발의했다. 차별금지법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처음 대표발의한 후 지난 6월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넘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대표발의하고, 뒤이어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또 다시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함으로써 네 번째 거의 똑같은 법안이 발의되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앞서 같은 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평등법안과 대동소이하다. 유사할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 중복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런데 권 의원은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올 6월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박주민 의원의 평등법안에도 똑같이 권 의원 이름이 올라있다. 그러니까 이미 3번이나 같은 내용의 법안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고 이번에는 아예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의 국회 처리를 예의주시해 온 교계는 이 같은 권 의원의 행동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506개 단체가 연합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하 진평연)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권 의원의 평등법안은 앞서 발의된 박주민 의원의 법안과 거의 대부분이 중복된다”며 그런 법안을 다시 대표발의한 의도가 짐작컨대,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발의 횟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편법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안’ ‘평등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이름만 바꿔가며 네 번이나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급한 민생 법안처리로 뒤로 밀린 탓도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름은 ‘차별금지법’, ‘평등법’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 오히려 국민 대다수가 역차별당하고 불평등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권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며 “국민 10명 중 9명이 평등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언론 보도의 근거를 댔다. 그 근거란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말한다. 그런데 인권위의 조사는 ‘평등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단순히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전제로 실시한 것이어서 공정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평등법’의 실제적인 문제점을 언급한 다른 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여당 일부 의원들이 서로 돌아가며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은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의 실체를 알게 된 국민과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급제동이 걸린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지 돌파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 성격으로 보인다. 또 이전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동일인이 동일한 법률안을 재차 발의할 수는 없는 점을 피해 대표발의자를 바꾸어가며 유사한 법안을 계속 발의함으로써 발의 횟수를 늘리고 마치 많은 수의 국회의원들이 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안’ ‘평등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시점에 논란과 갈등을 초래하면서까지 끌고 가기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아직까지는 일부 의원들의 개별 입법활동 이상의 의미로 확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일 한교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은 당론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월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 참석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혀 한교총에 와서 한 말과 180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전 대표 외에 이재명 경기지사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여당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우군의 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다. 따라서 당론은 손바닥 뒤집듯 언제든 정치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중 민주노총이 “차별의 문제가 사회적 합의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참여연대 등 진보적 색채의 시민단체들이 사회의 불평등 현실을 지적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여당으로선 부담이다.

이에 비해 교계의 대응은 진평연 등 차별금지법 반대 단체들의 활동에 국한된 느낌이 없지 않다.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각 교단별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그 목소리가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각 사회 현장을 파고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한교연은 지난 2일 개최한 실행위원회 임시총회에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안 철회를 위해 각 교단들이 9월 총회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짐으로써 한국교회 전체가 한 방향으로 연대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지금 사분오열된 연합기관을 통합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들에 힘있게 대응하는데 1차적 목적이 있는 만큼 이번 9월 장로교 총회가 시기적으로 어느 때보다 매우 중요한 이유다.

주님은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에 빛과 소금(마5:13~16)이라고 하셨다.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시지 않고 빛과 소금이니 그 사명을 다하라 명하신 것이다.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같은 악법에 대항하는 것이야말로 주님이 분부하신 그리스도인의 영적 사명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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