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이 이들을 수용하는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이전에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다가 홍역을 치렀던 유럽이 과거와는 달리 단단히 빗장을 걸어 잠그는 분위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아프간 난민 가족 390명을 긴급작전을 통해 입국시켰다. 이들은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과 지역재건사업 등에서 우리 정부 측 기관에 고용돼 일해 온 사람들이다. 정부는 이들을 처음엔 ‘아프간 난민’이라 했다가 이후 외교부에서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라고 불렀고, 그 후 법무부 장관이 다시 ‘특별기여자’라는 다소 생소한 명칭을 부여했다. 정부가 국내에 데려온 ‘아프간 난민’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부르는 이유는 향후 난민 수용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2018년에 예멘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로 국내에서 벌어졌던 혼란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간 난민 문제는 간단하게 풀기엔 현실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특히 유럽의 나라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다가 아직도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만큼 더욱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단순히 인도적인 인권문제로 국한할 수 없기에 그만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독일은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나라중 하나다. 정계 은퇴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총리후보는 지난달 16일 “우리는 2015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프간 난민 수용에 선을 그었다.

독일의 이런 변화는 2015년 유럽 어느 나라보다 먼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이후 겪어야 했던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잘 말해준다.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의 표시로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다. 저출산 문제 등도 있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난민을 적극 수용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한 후 폭력과 테러 위협 등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도 완전히 바뀌었다.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의 형편은 어떨까.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법 시행 후 올해 7월까지 총 6만 5,760명의 난민신청자가 몰리는 이른바 난민 천국이 된지 오래다. 비록 아직까지 정부가 까다로운 심사과정에서 위험요소를 걸러내고 있다지만 이슬람 과격분자의 유입 가능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난민으로 인정되면 국민 혈세에서 최소 1인당 20만 원에서 최대 약 140만 원(5인 가구)에 달하는 생계지원금을 6개월간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자국민도 받기 힘든 경제적 혜택을 제3국인 난민에게 부여하는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로 국민 모두가 어려운 현실에서 ‘난민’이든 ‘특별기여자’든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할 수만은 없는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 또한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벌써부터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지금 한국도 불경기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우이웃이 넘치고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자국민도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난만이라니, 종교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당일 오후 2시 30분 기준 2만3천명 이상이 동의했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난민 수용을 요청하는 목소리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등 106개 한국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아프간 난민 보호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교계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찬반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아프간 난민 문제, 안타깝고 복잡하지만, 성급하고 졸속의 인도주의를 지양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NCCK 정평위는 성명에서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며 “인종, 종교, 문화의 차이를 넘어 난민들을 환대하고 포용하는 태도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닌 평화와 인권의식의 증진을 가져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유와 생명을 위해 자국을 탈출하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6.25 한국전쟁 때 미국과 유엔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유리 방황하는 떠돌이 신세를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 난민 문제는 감상적으로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테러 우려도 난민 수용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으로 탈출한 아프간 난민들 중 5명이 탈레반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이미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 외에 현지에서 한국의 재건사업에 함께했지만 이번 명단에 들지 못해 현지에 남은 사람들, 가족까지 포함해 1천여 명이 한국 입국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 입국자 390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지금으로선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없지만 미국 등이 요구할 경우 결단의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그 전에 정부가 염두에 두여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란 것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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