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정보 : 『신학과교회』 14 (혜암신학연구소, 2020): 107-137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문화신학)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문화신학)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일상적 상황에서는 대개 원만한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도 인간이 고난과 고통에 맞닥뜨리면 기존의 관계는 도전받는다. 욥의 경우와 같이 개인사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홀로코스트, 세계 1,2차 대전과 같은 국가적·국제적 상황에서 인간은 전지전능하신 신이 도대체 어디 계시며 어찌하여 이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시는가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출현에 온 인류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이 바이러스는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톨릭 미사가 사상 처음으로 중단되었고, 교회의 예배는 행정당국으로부터 규제와 감시를 받는 현실에 처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론은 소위 '초월적 유신론'이다: "...'초월적 유신론'은 인간 종교사에서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장 강렬하게 종교인들 마음속에 그려지는 초월 개념을 이룬다." 이것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하여 무소부재하시고 전지전능하신 신 표상을 선사한다. 아울러 신과 인간과의 질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자기 한계 내의 인간이 초월적 신으로부터 도움 받고 구원 받는다는 관계성을 정립해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신론은 인간이 위기 상황에 직면 했을 때 도전받는다. 대표적으로 신정론(神正論)의 문제가 있다. 절망 속에서의 인간은 전지전능하시고 선하신 신의 행방을 의문을 가지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김경재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통적인 신론을 재고해보자고 독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러한 위기 상황은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심각한 신앙적-신학적 문제를 제기하게 되고 전통적인 실재관과 신론을 더 깊이 재성찰하도록 촉구하게 되었다."

김경재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신관(神觀)으로 신약성경 에베소서의 한 구절을 근거 삼는다. "하나님도 하나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엡4:6) 성경 기자는 하나님을 만유 '위'(above all)에, 만유를 '통하여'(through), 그리고 만유 '안'(in)에 계신다고 고백했다. 김 교수는 만유의 '위'와 '통하여'와 '안'이 각각 하나님의 초월성, 과정성, 내재성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만유 '위'는 신의 초월성과 절대자유를 가리켜주고, 만유를 '통하여' 계신 신은 피조물의 존재와 생성과 흥망성쇠를 꿰뚫어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가리킨다. 그리고 만유 '안'에 계신 신은 이 땅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동시에 우리 인간 역시 하나님 안에 살고 있는 존재들임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한계 안의 인간이 이 '위'와 '안'과 '통하여' 계신 하나님을 동시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김 교수는 "인간 이성의 논리적 구조로서는 초월성, 과정성, 내재성을 동시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 신학사상사에는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관계맺음에서 세 가지 관계방식을 동시에 고백하지 못하고 어느 한 가지에 치중하곤 했다"고 분석한다.

신의 초월성에 치중했을 때 인간이 당도하게 되는 신관은 '초월적 신관'이다. 이는 초자연주의적 유신론(supranatural theism)이나 초월적 유신론(transcendental theism)으로도 불린다. 앞선 설명과 같이 이 신관은 신의 초월성, 그리고 신-인 간의 거리두기를 통하여 질적 차이를 강조한다. 궁극적 실재로서의 신을 인격적 유비를 사용하여 묘사하기에 신앙인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동시에 대중성을 지니게 된다. 이 신관은 한편으로 이 세상과 초월 세계를 이원론적으로 보는 시각을 지니는데, 이 때 신의 개입은 초월 세계에서 이 세계로의 개입, 즉 '초자연적 개입'이다. 때문에 신정론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 말해서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악한 일들과 코로나19 등에 의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죄 없는 어린 아기를 왜 하나님은 구원하시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하나님이 만유 '안'(in)에 계신다는 입장에 치중했을 때 당도하는 신관은 자연주의적 범신론이라고 김 교수는 밝힌다. 범신론은 근대 이후 과학이 발전하면서 자연세계가 신성을 상실하고 기계화된 객체가 되었을 때, 자연에 신성을 부여하였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종래 신화의 세계가 부정당하고 또 자연이 객체화되는 상황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어주었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범신론적 신관은...초월적 유신론에 맞서면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 이해'를 '자연 속에, 인간 본성 안에, 만유의 존재론적 근거와 능력으로서' 존재하는 하나님의 만유내재성을 회복시키는데 공헌한다." 그러나 범신론 역시도 한계를 지닌다. 창조물과 피조물 사이의 질적 차이가 모호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또 다른 한편으로 범신론적 신관은 '과정적 실재'를 포용할 수 없다. 범신론적 신관은 모든 개체가 신으로부터 등거리에 있어 직접적으로 신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다고 보나, 현대적 과학 이해에 따르면 자연은 어느 시점에 완성형이 된 실재가 아니라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적 실재'이기 때문이다.

앞의 두 입장에 비하여 하나님이 만유를 '통하여'(through) 일하신다는 입장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김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특히 이 면을 주목하면서 신관을 정립해야 함을 권고한다. 만유를 '통하여'(through) 일하시는 입장을 이론적으로 '진화론적 유신론'(evolutionary theism)이라 나타낼 수 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진화론적 유신론은 하나님의 창조를 태초에 단 한 번 결정론적으로 완결된 것으로 보지 않고, 태초의 창조(original creation) 이후에도 계속적 창조(continuing creation), 종말적 완성을 위한 궁극적 창조(final creation)가 이어진다. 결정론적이지 않고 과정적이다. 김경재 교수는 본인이 이 입장에 서 있다고 밝히면서, "진화론적 유신론의 입장에서 기독교 신관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이론이 범재신론(panentheism)"이라 밝힌다. "범재신론적 신관은 초자연주의적 유신론, 자연주의적 범신론, 유물론적이고 무신론적인 자연과학적 세계관 등을 극복하려는 신론이다."

김경재 교수가 소개하는 범재신론(panentheism)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범재신론은 모든 실재(實在)들을 완결된 존재가 아닌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실재'라고 본다. 따라서 "자기 혼자 스스로 자기완결적이고 불변한 것이라는 실체(substance)를 부정"하고 아울러 과정을 중시한다. 실재의 과정은 단순한 변화나 반복이 아니라 "새로움을 창발시켜가는 창조적 전진과정"이다. 과정이 중시되기에 현실에서의 모순 상황도 부정되지 않는다. 불변하는 이상적 이념과 예측불가능한 인간 감정 등이 동시에 긍정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을 특정한 이론에 대입시켜 그것이 미래까지도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던 종래의 입장과 확연히 대비된다. 쉬운 예로 중세의 인간은 교황청의 안내에 따라 일정한 헌금을 하면 연옥에 있는 조상의 형편까지도 통제 가능하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교황청이 제시하는 교리는 불변하고 완성적인 것으로, 가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개방'되어 있고 따라서 '과정'을 중시하는 이와 같은 인간의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이해는 신관에 있어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였다.

김경재 교수는 범재신론적 견지가 개방한 신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나님은 영원하신 분이며 동시에 시간적인 분이라고 본다. 곧 신의 본성엔 양극성이 있다고 보는데, 시원적 본성(primordial nature)과 연관적-결과적 본성(consequent nature)이다. 전자는 영원하고 불변하고 무한하고 절대적인 속성이며, 후자는 시간적이고 피조세계와 관련되고 상대적인 속성이다." 인간의 육체적 면과 정신적 면 모두가 인정되듯이 신도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한 면과 더불어 피조세계와 관련된 부분들, 즉 피조세계가 겪는 신의 실재, 다른 말로 인간 실존이 겪는 다양한 면의 하나님의 모습들이 긍정되는 것이다. 심지어 더 나아가, 피조세계가 창조적 새로움을 지향하도록 유인함과 동시에, "그 피조물의 결단과 선택에 영향도 받는다"고 김경재는 밝힌다. 인간이 신으로부터 영향받을 뿐만 아니라, 신도 인간에 의하여 영향 받으시는 분임을 그는 과감히 서술한다.

이와 같은 하나님에 대하여 김경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최종적으로 서술한다. 하나님은, "피조물의 선하고 아름다운 것의 선택과 결단을 함께 기뻐하고 향유한다." 아울러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하심과 동시에 "세상의 모순과 악에 고통당하고 함께 저항한다." 명령하시고 심판하시는 분일 뿐 아니라 "낮아지시고, 스스로 비우신다." 초월적으로 역사하실 뿐만 아니라 "숨어계시듯 역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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