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미얀마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와 이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미얀마 현지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일시 철수를 권고했다.

KWMA는 14일 오후 서울 노량진 CTS기독교TV 멀티미디어센터 3층에서 열린 ‘미얀마 현황 및 선교사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미얀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고, 점점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때 미얀마 현지의 모든 선교사가 일시 귀국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강대흥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 관계자 2명 등이 참석했다.

14일 오후 KWMA 미얀마 현황 및 선교사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4일 오후 KWMA 미얀마 현황 및 선교사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지희 기자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에 따르면, 미얀마 현지에 한인선교사 210여 가정이 있었으나 현재는 100여 가정(180여 명)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교단선교부와 국제 선교단체의 철수명령과 철수권고로 본국에 돌아오거나, 다른 일정으로 본국에 들어왔다가 미얀마 현지로 돌아가지 못한 선교사들은 일시 귀국 상태다.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는 위기관리팀을 조직하여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등에 소속되지 못한 개 교회 파송 24가정을 위한 조직적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3일 미얀마 전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 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또 미얀마로의 여행을 취소·연기하고, 이미 체류 중인 경우에도 긴요한 용무가 아닌 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14일에는 미얀마에 진출한 은행권 주재원 일부 직원과 가족들이 일시 귀국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인들은 사업투자금, 재산보호 등의 이유로 철수가 더딘 상황이다.

현재 서구 국가와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은 필수 요원 외 모두 철수를 권고했으며, 서양 선교단체들도 미얀마 선교사들의 100% 철수를 명령한 상태다.

강대흥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대흥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이날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 한국 사람들과 현지 선교사들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선교사들을 파송한 교회들이 미얀마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하여 빨리 선교사들을 일시 귀국시키는 것이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미얀마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이며, 현지에서 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경제가 너무 어려워지고 있어 구제 사역이 많이 필요하나, 군부는 구제 사역을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타깃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강 사무총장은 “선교사 거주지가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있는 선교사의 경우 군부의 공격 흐름에 소극적일 수 있고, 일반 기업인·투자자들은 사업투자금과 한국 기반이 없음으로 인해 미얀마에서 쉽게 철수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이때 미얀마 선교사들이 일시 철수한다면, 한국 파송교회 담임목회자 입장에서는 ‘일반인들은 철수하지 않는데, 더 희생해야 될 선교사들이 먼저 철수하느냐’고 할 수 있어 위협을 느껴도 철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선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교단이나 선교단체에서도 (철수 여부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KWMA가 공식 입장을 밝힌다”며 “미얀마 선교를 하는 교회 목사님들이 선교사들의 사역을 귀하게 생각하면서 언젠가 사태가 풀리면 미얀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선교적 여지를 남겨놓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양곤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바고 시에서는 지난 8, 9일 군부가 시민에게 수류탄, 포탄 등을 쏘아서 진압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로 인해 최소 시민 82명 이상이 희생을 당했다. 이때 GMS 소속 선교사 2명도 바고 시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 9~11일 한국 대사관 영사와 통화하며 긴급하게 대응하여 선교사들은 11일 양곤으로 대피했다. KWMA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교계와 파송단체, 파송교회들이 미얀마에 파송한 선교사들을 빠른 시일 내로 일시 귀국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 회원 선교사들이 발언하고 있다.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 회원 선교사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 K 선교사는 “어제 현지 선교사로부터 받은 보고에 의하면, 군인들이 집집이 방문해 핸드폰을 검사하고 시위 사진이 있으면 데리고 가서 잠시 조사하고, 심한 경우 핸드폰을 압수하는 일이 있었다”며 “지금 한국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미얀마에서 겪고 있는 일이 시시각각 다른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K 선교사는 이어 “미얀마가 내전까지는 가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미얀마한인선교사연합회 J 선교사도 “약탈과 폭행을 당하는 시위대도 저희가 사랑하는 미얀마 사람들인데, 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고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며 “쉽게 예단할 수는 없으나 때로는 그것이 장애가 될 수 있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보고 현 상태에서는 선교사들이 일시 귀국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닌가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교사는 선교지에 있을 때 빛난다. 하루빨리 미얀마 사태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동역과 기도가 필요하다”며 “사역의 가능성 열어두고,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선교사들의 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용구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은 이날 “KWMA가 미얀마 현지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단이나 선교단체, 교회가 판단을 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으나 군부는 무력을 사용하여 무차별 진압하면서 현재까지 700명 이상의 시민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사람이 부상당하고 불법 감금당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 지역 행정 시스템이 마비되고, 대부분 은행이 문을 닫았으며 현금도 하루에 20만짯(약 16만 원)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는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코로나로 문을 닫았고, 현재 대부분 교사가 CDM 운동에 동참해 학교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부는 현지 인터넷 제한 및 검열을 하고, 통행금지를 선포해 외출을 제한하고 불심검문을 하며 코로나19 방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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