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워필드의 변증(辨證) 원리

최더함 박사
최더함 박사

기독교의 초자연주의를 거부하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해 정통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맹렬한 공격을 주도한 사람은 워필드다. 1986년 프린스턴 신학교의 개학 강연을 통해 위필드는 단언코 “기독교는 초자연주의의 종교이다”라고 선언했다. 워필드는 이 강연을 통해 다음의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함으로서 기독교를 자연주의의 길로 끌고 가려는 세력을 향해 마치 말라기 선지자가 배교의 길을 걷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것처럼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동시에 워필드는 기독교에 대한 다방면의 공격들에 대한 변증의 역할과 사명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했다. 위필드는 기독교의 기반이 되고 기독교를 형성하며 떠받치는 핵심이 무엇인가를 간파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학문으로서 변증학을 기독교 유신론을 지탱하는 지렛대로 보았다. 그의 변증학은 다섯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① 철학적 변증으로서 인격적 존재인 하나님의 존재를 밝힌다.
② 종교학 혹은 심리적 변증학으로서 인간의 종교성, 종교철학, 종교 역사, 비교종교학 등을 다룬다
③ 하나님의 계시와 초자연주의를 다룬다.
④ 역사적 변증학으로서 기독교의 신적 기원을 확증한다.
⑤ 성경적 변증학으로서 성경이 죄인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시 문서임을 확증한다.

나아가 워필드는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주경신학을 필두로 역사신학과 조직신학으로, 마지막으로 실천신학으로 이어진다고 보면서 이들 모두가 변증학의 고유한 과제로 보았다. 물론 그의 변증학이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모든 기독교 변증학을 다 포함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의 뒤를 이은 코넬리우스 반틸(Cornellius VanTil, 1895~1987)에 따르면 “개혁주의적 변증은 기독교의 본질을 그대로 반영하는 개혁주의적 인생관과 세계관을 다른 것으로부터 옹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만 한다”면서 방법론에 있어서 기독교 변증은 ‘가정(假定)의 적절성’(the relevancy of hyphotheses)에 관건이 달렸으며 오직 ‘성경전제주의(聖經前提主意)’(Presupositionalism)에 입각한 변증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반틸의 변증은 자연과학이나 이성에서의 고찰과 관계없이 오직 성경의 전제와 가정을 가지고 기독교의 유일한 진리를 변증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이는 자연주의에 대한 기독교의 초자연주의를 변증하기 위해 성경 이외의 여러 자료들, 즉 종교나 사회과학의 연구들을 방법론에 포함시키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워필드의 변증에 대한 확장이자 극복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워필드의 자연주의에 대한 기독교 초자연주의의 변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초자연주의 변증의 내용과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신론(有神論)적 진화론의 모순과 한계를 밝혔다. 먼저 워필드는 기독교의 초자연주의적 요소를 배격하고 자연주의적 기독교를 생산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모범된 인간으로 위상을 정리하려는 당대의 반(反) 초자연주의 경향을 강력히 비판하고 초자연주의가 없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근대의 합리주의가 주창하는 반 초자연주의의 경향은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구별을 지워 버리는 범신론적 철학에 뿌리박고 있다고 고발했다. 워필드는 자연주의적 경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유신론적 진화론’(theistic evolution)을 들었다. 이는 창조의 신이 창조 시에 자연계의 생명체에게 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여 지금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생겨났다고 보는 창조론의 하나로 다윈으로부터 제시된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현대과학의 성과들을 인정하고 현생 인류도 유인원과 인간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되었다고 본다. 특히 유신 진화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반기독교적이라고 부정하는 자들을 가리켜 근본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그러나 결국 이들도 하나님의 창조라는 초자연적인 사건을 인정하지 않는 자연주의자들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워필드는 이런 유신 진화론자들의 자연주의적 경향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내쳤다. 특히 그는 과학을 통해 창세기를 부정할 경우 해결되는 문제보다 발생하는 문제가 더 많다고 했다. 창세기의 역사성을 부정하면 출애굽기를 부정해야만 하고 결과적으로 성경 전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특히 원죄의 문제를 거부하거나 비유로 설명할 경우 그리스도의 대속과 구원 개념이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그것은 성경의 창조론을 인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교묘하게 부정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둘째, 자연주의자들의 잘못된 신론을 공박했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워필드는 자연주의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하나님을 설명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이라고 말할 때 그분은 정의상 자연과 구별이 안 되는, 그냥 자연에 얽혀 있거나 자연 안에 내재해 있는 그런 신이 아니며, 우주라고 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힘에 의해 한정되거나 제한받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했다. 물론 하나님은 자연 안에도 계신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자연 위에 계신, ‘자기 손으로 행한 모든 것을 초월해 있는 분‘으로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인 하나님이시며 우주의 창조자며 유지자이시라고 했다. 나아가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자 그대로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으로 자존적인 존재가 아니며 진화나 수정의 산물도 아닌, 초자연적으로 창조된 것이고 초월적인 하나님에 의해 존재하도록 불러내진 것이라 했다.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이 매우 희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은 수백 개에 이를 정도인데 이것 자체가 하나님의 초자연성을 증명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우주는 하나님께 의존해 있고 하나님은 우주의 창조자이실 뿐 아니라 우주의 통치자이며 주인이시고, 또 하나님의 활동은 세상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라는 것이다. 워필드에 따르면 하나님의 존재 자체가 초자연적이다. 그분은 자연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연 위에 있으며 자연을 넘어 존재하신다. 한마디로 하나님은 초자연적인 활동가이시다. 동시에 신자 안에 내재하시는 영원한 신이시다. 이 하나님이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초자연적인 창조와 구속을 믿어야 하며 죄로 인한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를 회복해야 하는데 그 회복은 자연적 원인을 통해 작동하는 섭리적 수단 가운데서 교정책이나 회복의 방식을 찾지 말고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교정책이나 회복책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리스도인은 ‘초자연적 계시’에 대한 참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행위에 의한 계시뿐 아니라 말씀에 의한 계시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초자연적인 구속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유익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가 어떤 분이고, 왜 이 땅에 살았으며, 자신의 죽음으로 무엇을 성취했고, 무덤이 그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의미는 무엇이고,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신적 말씀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성경 무오(無誤)와 인과율(因果律)의 법칙이다. 워필드는 성경 무오와 영감(靈感)된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어떤 해악된 시도를 거부했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들은 성경의 하나님을 불신한다. 왜냐면 그들은 성경의 무오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도 결국 인간 작품의 결과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하나의 자연주의라는 가설을 만들어 성경을 불신하도록 유도한다. 워필드는 이런 자연주의적 발상에 대해 기독교 초자연주의의 근거를 제시하며 변증한다. 그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하나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초자연적인 활동에 대한 인과율에 대한 이성적인 추론이다. 즉, 창조된 세계는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창조 활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창조 세계의 원인은 당연히 하나님이시다. 물론 이는 이성적인 추론이라는 점에서 안셀무스(Anselm)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신존재증명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워필드의 인과율에는 성령 하나님의 영감이 개입된 이론적인 증명이라는 점에서 중세 신학적 증명론의 한계를 극복한다. 다른 하나는 신앙의 법칙이다. 워필드는 성경이 초자연주의를 증언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성경을 ‘진솔하게 전심을 다하여’(frankly and heartly) 이를 인식하고 믿고 신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확신을 전제로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구속과 계시, 그리고 구원의 진정성의 근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모든 물질적 존재는 그것을 생성케 한 원인을 가진다. 이것이 자연법칙이며 인과율이다. 철학자들은 예외 없이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제1 원인을 도출한다. 이러한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과 논리는 진리를 이해하는 근원이자 도우미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초월적 창조 활동을 이성과 논리로 추론, 증명하는 방식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워필드는 인간은 성령의 조명 가운데서 지식에까지 새로워지지 않으면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골 3:10)는 성경을 근거로 든다. 오직 성경만이 모든 결과에 대한 원인을 이야기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 했다. 인간의 이성은 죄의 영향으로 온전한 합리성을 가질 수 없다고 보고 인간 이성에만 정초(定礎)하고 신학하려는 자연주의와 자유주의 신학과 유신론적 진화론 등을 맹공했다. (계속)

최더함(Th. D, 역사신학, 바로선개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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