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 경북대구5센터
박애병원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모습. ©박애병원

11월 들어 본격화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앞선 2~3월과 8월 1·2차 유행과 다른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1, 2차 유행 때는 주말 검사 건수 감소에 따라 확진자 수 또한 줄었지만 이번에는 그 공식이 깨졌다. 또 1~2개 대규모 집단감염이 아닌 소규모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다수 간 전파가 가능한 연휴 등 특정 이벤트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주말 동안 민간 의료기관 휴진으로 검사량이 감소했는데도 환자가 줄지 않았다는 건 검사량이 늘면 환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규모 감염이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발생했던 1·2차 때와 다르게 5명 이상 소규모 집단감염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것 역시 전파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방역당국의 추적·관리로 감염 사례를 일일이 차단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실내 생활이 늘고 환기를 덜할 수밖에 없는 겨울이란 계절적 요소도 방역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시 코로나19 선별 진료소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지역사회 집단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서초구의 경우 관내 영어유치원 24개소의 강사, 차량기사 등 종사자 595명에 대해서 1일부터 10일까지 선제검사를 시행한다. ©뉴시스

주말효과 사라졌다…"감염 확산 상황서 뒤늦게 확진자 찾아"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지역사회 전파 우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 시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이달 11일부터 19일까지 9일 연속 세 자릿수로 집계됐다.

9일간 국내 발생 환자는 113명→128명→162명→166명→176명→192명→202명→245명→293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1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도 19일 0시를 기해 205.14명으로 200명대를 초과했다. 8월30일~9월5일(218.43명) 이후 두달 반(75일) 만에 처음이다.

최근 확진자 수와 집단감염 내용을 보면 2~3월 대구·경북에서 1차 유행이나 8월 중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2차 유행과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검사량이 줄어드는 주말 들어 평일보다 확진자 수도 줄어드는 '주말 효과'가 사라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발 감염이 확산하던 8월 중순 이후 주말 일일 검사 건수는 15~16일에 각각 6491건, 6683건이었다. 이는 당시 평일 일일 검사량인 8000~9000건보다는 적다.

다음 주말인 8월23~24일에는 1만5386건, 1만3236건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확진자 급증에 따른 검사량 증가 조치로 늘어난 것이다. 당시 2만건 이상에 달하던 평일 검사량보다는 여전히 적었다.

8월23~24일 확진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각각 다음날 오전 0시 기준으로 266명, 280명이었다. 주말 전후 평일에 계속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주말에 발생하는 확진자 수는 적다.

그러나 이달 들어 주말 효과는 사라졌다. 지난 주말이었던 이달 14~15일의 일일 검사량은 각각 9589건, 1만813건, 일일 국내발생 확진자는 208명, 223명이다. 그전 평일에는 1만2000건 이상의 검사에서 확진자 100명대가 발견됐다. 즉, 주말에 검사량이 줄었는데도 확진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에 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확진자를 늦게 찾은 것"이라며 "검사량이 늘어나면 이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주말에도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혜민병원에서 직원 등 관련자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혜민병원에서 직원 등 관련자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집단감염→소규모 집단감염…"연결고리 찾기 어려워"

동일한 감염 경로로부터 세자릿수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대규모 집단감염 대신 5명 이상 소규모 감염이 이어져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지난 유행때와 다른 점이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집단감염은 올해 2~3월 신천지 관련 사례로, 현재까지 5213명(전체 확진자의 17.6%)이 나왔다. 이어 사랑제일교회 관련 1173명(4%),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 650명(2.2%), 이태원 클럽 관련 277명(0.9%) 순이다.

이에 반해 최근 주요 발생 집단감염 사례들은 세 자릿수 이상의 집단감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일가족 관련(32명), 인천 남동구 가족 및 지인 관련(15명), 경기 안산시 수영장 관련(12명), 서울 송파구 지인여행모임 관련(18명), 경기 가구업자 모임 관련(11명), 전남 순천시 음식점 관련(14명)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일가족, 지인모임, 동호회, 체육시설, 음식점 및 주점, 직장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물론 경기 군포 의료기관·안양 요양시설 관련 사례(165명)처럼 일부 요양시설에서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지만, 대다수는 5명 이상의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소규모 감염이 다양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의 추적 속도가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18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기존에는 종교시설, 콜센터 등 전체 노출자 파악이 용이한 집단감염이 주였다면, 지금은 주점, 식당, 체육관, 실외 체육시설, 오프라인 모임 등에서 감염이 일어나고, 다중이용시설에서 전파되고 있다"며 "그 전보다 노출자 추적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지난 1·2차 유행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부분 한 곳에 집중돼 있어서 감염 연결고리를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며 "지금 유행은 감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용인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경기도 용인에서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운영되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다수 전파 '빅 이벤트' 없이 수백명 확진…"집단감염 없었다 단정은 아직"

대규모 전파 가능성이 있었던 핼러윈데이(10월31일) 등 대규모 행사 여파가 지금까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점도 기존 유행과 큰 차이점이다.

앞서 1~2차 유행에선 1월 설 명절연휴 이후 신천지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8월에는 사랑제일교회 종교활동,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10월31일 핼러윈 이후 3주차에 접어든 시점까지 클럽 등 유흥시설에서의 대규모 집단감염은 보고된 바 없다. 핼러윈 다음날부터 확진자(발생일 기준 11월1일~18일) 3019명의 나이대를 보면 50대가 532명으로 가장 많은 17.6%였고 60대(15.5%), 40대(15.1%)에 이어 20대(14.9%), 30대 (14.6%) 순이었다.

8월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집회 확진자가 발생한 건 집회 3일 뒤인 8월18일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달 14일 서울 등 전국에서 분산 개최한 전국 노동자 대회와 관련해선 2주가 지나는 이달 29일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4일이 지난 시점까지 집회 관련 집단감염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핼러윈데이와 지난 주말 도심집회(민주노총 집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최근 확진자가 60세 이상 고령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핼러윈데이 이전인 10월 초에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이후 클럽 등 유흥주점, 유원지 등에 인파가 몰렸다"며 "단순히 핼러윈데이와 집회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급증하고 있는 25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급증하고 있는 25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다가온 겨울철, 방역 '빨간불'…"정확한 지침·철저한 대응부터"

김우주 교수는 "앞선 유행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불리한 조건인 봄과 여름에 일어났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다. 5~6월, 8~9월에 유행이 잡혔던 건 계절적 요인도 있었다"며 "모든 조건이 불리한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겨울철 감염 위험도 증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감염 사례는 사우나발 감염이다. 서울, 충남 천안·아산, 전남 순천 등에서는 사우나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따뜻한 사우나를 많이 찾게 된다"며 "사우나는 특히 지하에 주로 있고, 수면실에 다닥다닥 오래 누워있기 때문에 밀접·밀집·밀폐된 3밀 환경인 사우나에서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 퍼진 감염을 막고, 겨울철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정확한 지침과 철저한 방역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은미 교수는 "1.5단계에서 4㎡(1.21평)당 1인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지만, 이조차 모호하다. 실제 현장에서 이를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확실히 제한할 수 있는 2단계로 격상해 선제 방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2단계로 격상하면 서민 경제가 힘들어진다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방역수칙을 준수하는지부터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며 "거리두기 수칙을 잘 지키는 사업장은 단계를 올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수칙을 지키지 않는 곳은 단계를 내려도 운영을 할 수 없도록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감시하려면 처음에는 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초기에 잘 잡아놓으면 틀이 잡히면서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밀접접촉자만 찾아서 격리하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검사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방안부터 찾고, 검사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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