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강화(10억→3억원)를 두고 당과 갈등을 빚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홍 부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하며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사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당정청의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소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정할 때도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이번에도 홍 부총리는 여권의 압력에 소신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면서 힘을 실어준 상황이라 홍 부총리가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정부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반대로 홍 부총리의 말처럼 후임자가 올 때까지 소임을 다하는 것에 그칠지도 관심이다.

홍 부총리는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 회의에서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현행처럼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개월간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에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를 질) 필요가 있다고 해 제가 오늘 사의 표명(하는 차원)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당정청의 최종 결론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한다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그렇다면) 제가 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된 한 기업의 지분율이 1%(코스닥 상장사는 2%)를 넘거나 종목별 주식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을 팔 때 양도 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이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할 계획이었는데 여당은 주식 시장에 끼칠 여파를 우려해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홍 부총리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글이 1개월여 만에 20만 명의 청원인을 모아 공식 답변 대상이 되면서 홍 부총리와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당정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두고서 맞붙었다. 정부는 재산세 감면 대상이 되는 중저가 주택의 기준을 '공시가 6억원 이하'를, 여당은 '9억원 이하'를 내세웠다. 다행히 당정이 정부안으로 합의하면서 홍 부총리는 체면을 지켰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주식 양도세 기본 공제액 5000만원 ▲통신비 2만원 선별 지급 등에서는 여당안이 관철됐다.

이와 관련해 기재위 회의에서 질의자로 나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홍 부총리 소신대로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은 6억원 이하로 정해지지 않았느냐. 하나는 관철되고, 하나(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는 관철 안 된 셈이니 위로를 받으시고 부총리직을 잘 수행해 달라"고 농을 던졌지만, 홍 부총리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이제 관심사는 당정의 의견이 엇갈렸던 사안에서 홍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다. '나랏빚 브레이크'로 불리는 재정 준칙이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지난 10월5일 "'국가 채무 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마이너스(-) 3%'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형 재정 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며칠 뒤 열린 국정 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게도 쓴소리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기에 재정 준칙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당시 홍 부총리는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완만하지 않다" "재정 준칙은 꼭 필요하다"고 항변하며 연말까지 재정 준칙의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여당에서는 "(홍 부총리가 재정 준칙 도입을 계속 밀고 가면) 같이 갈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왔었다.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이 사안을 두고 이번 일로 홍 부총리가 기존 입장을 유지할 힘을 얻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부총리는 여당과 불편한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통솔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임명권자가 사직서를 반려했으니 제 목소리를 계속 낼 수 있게 되는 명분을 얻은 셈"이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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