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균 목사
홍석균 목사

본문 : 골로새서 4:7-18

몇 년 전에 일이다. 대한민국 10대 기업인들이 모인 최고경영자회의가 열렸었다. 사회 현안과 경제정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오랜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한가지였다. “사람이 없다.” 너무나도 역설적이지 않은가?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자가 110만 명을 뛰어넘었다고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와도 일자리를 못 구한 인력이 남아돌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쉽게 납득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말은 준비된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면접을 해 보면 실력과 전문성, 인격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 없다고 성토한다. 경영인들은 준비된 사람을 원한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합한 사람을 찾아도 없으니 기업인들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고대국가에서 왕이 사신은 보낼 때는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을 보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은 그만큼 실력과 인격이 준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바울이 골로새 교인들에게 편지하면서 신뢰하는 한 사람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은 두기고였다. 두기고는 바울의 3차전도 여행 끝 무렵에 합류한 전도대원이었다. 바울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는 사람이었냐면 8절에 나와 있다. 그는 바울의 상황을 알리는 손과 발의 역할을 했고, 성도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바울의 상황을 잘 알리고, 성도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잘 감당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7절에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두기고가 내 사정을 다 너희에게 알려주리니 그는 사랑받는 형제요 신실한 일꾼이요 주 안에서 함께 종 된 자니라”(7절)

첫째는 ‘사랑받는 형제’로 준비되었다. 그가 사랑받는 형제로 칭함 받는 것은 가족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집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가? 무장해제를 한다. 넥타이도 풀고, 가방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서 쉼을 가진다. 식탁에 앉아서 가족들과 담소도 나눈다. 가정은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기 때문이다. 두기고가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그는 사역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사역을 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역과 업무를 열심히 하는데,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성과를 낼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예수님은 사역을 위한 사역이 아니라 사람을 남긴 사역을 하셨다. 병든 자의 손을 잡아주고, 고통 받는 자들을 향해 눈물 흘리셨다. 또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키워내셨다. 두기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에 사람들에게 형제라 칭함 받게 되었다.
둘째, ‘신실한 일꾼’으로 준비되었다. 두기고가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할 때 단편적으로 이해해서 안 된다. 단지 사람만 좋은 사람으로 이해해서 안 된다는 뜻이다. 일에 열매와 결과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바울이 두기고를 보낼 때는 사람만 좋아서 보낸 것이 아니라 충성스러운 일꾼이었기 때문에 믿고 맡겼던 것이다. 그는 뭔가를 하나 맡기면 실수 없이 딱 부러지게 일을 처리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인성(人性)이 준비되어야 할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것만 있어서 안 된다. 투철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바울이 두기고를 종이라고 할 때 신실한 종이라고 한 것은 일을 맡겨놓으면 한결같이 일을 처리했던 것이다.
셋째는 ‘섬김의 종’으로 준비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종’은 헬라어로 ‘둘로스’로서 강압적인 복종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헌신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랑의 관계에서 생기는 헌신을 가진 자를 뜻한다. 주안에서 종 되었다는 것은 기꺼이 섬김의 도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희생하고 헌신하지 않는 자는 절대 쓰임 받지 못한다. 생명을 출산하는데 생명을 걸지 않으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가치 있는 일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그만한 시간과 물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가? 결과가 어떻게 쉽게 만들어지겠는가? 당연히 기꺼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내어놓을 때 가능한 것이다. 두기고는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공동체와 성도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았다.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주자(朱子)가 문인을 훈도할 때 사용된 말로서 준비된 자에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이 멋지게 쓰임 받기를 원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원한다. 비전을 이루길 열망한다. 그렇다면 그만큼 준비되어 있는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하나님은 준비된 만큼 사용하신다. 그래서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준비되어져 가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점점 그릇을 넓혀 갈 때 새롭게 길을 여시는 곳에서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기고가 잘 준비되었을 때 바울의 신뢰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 또한 겸손히 잘 준비되어 갈 때 하나님의 무한신뢰가 되길 축복한다.

홍석균 목사(한성교회 청년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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