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석
양권석 교수(성공회대) ©기독일보 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으로 기획해 총 9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순서가 14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양권석 교수(성공회 대학)가 ‘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교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양 교수는 “코로나19를 전쟁에 비유하는데 이것이 적절한가? 전시상황, 예외적 상황이라는 이유로 생존이 우선이라는 논리가 진행되는데 이런 전쟁과 위기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가”라고 물으며 “월터 벤자민(Walter benjamin)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모델을 구하는 것에는 위험이 있다. 과거의 모델에 기대려는 나태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역사를 단순화시켜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문제의 새로움을 방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에드워드 세드(Edward Said)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집단의 생존투쟁을 위한 충성심이 지식인의 비판적 감각을 마취시키면 안 된다. 심지어 전쟁 상황에서도 비판적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지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은 당연히 해야 할 선택의 회피이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상황임을 전제하면서 코로나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뉴노멀’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강요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뉴노멀의 사용맥락을 찾아보면, 2천년대 초반 미국의 조류인플루엔자 유행과 관련해서, 대중의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일상적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사용됐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변화된 경제환경을 설명하고 악화한 상황을 변화로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뉴노멀 개념이 사용됐다. 또,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에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쓰였다”며 “뉴노멀은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보다는 변화된 상황을 일단 받아들이고 감수하도록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시장의 무한 발전과 확장의 신화를 변증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경제적 약자들에게는 더욱 악화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더욱 악화한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직간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뉴노멀이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 선택으로서 뉴노멀을 찾아가고 제안해야 한다. 교회와 에큐메니컬 운동은 뉴노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능동적으로 제안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뉴노멀을 향한 적극적 선택을 하려면 냉정한 비판 정신이 필요하다. 실제로 노멀은 정상이 아니고 병이었다. 그 병의 증세와 특징이 드러난 게 지금이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멀의 병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비판적 시도 없이는 뉴노멀을 향한 선택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상황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려는 것을 피해야 한다. 상징적, 신화적, 정치적 해석이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ncck 토론
©유튜브채널 ‘NCCK TV’ 영상 캡쳐

양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어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단어는 비대면 사회를 일시에 현실화시킨 표현이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공간적 거리두기이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간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친밀감으로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한다. 성서가 이야기 해온 타자 혹은 타자와의 관계 이해에는 거리두기와 친밀감이 포함되어 있다. 비대면이나 거리두기가 함의하는 공간적, 물리적 거리 유지와 친밀한 관계 나눔의 결합은 성서적, 신자적 타자 이해 혹은 타자와의 관계 이해를 새롭게 상상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가 거리두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성서적, 전통적 교회론과 그 화육적, 택트(대면)적 성격이 있다. 예수를 접촉할 수 있는 몸으로 이해한다. 바울도 몸을 성전이라고 했다. 택트적 교회론을 가지고 있어 극복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두 번째로 ‘관습적 교회론’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와 신자들의 관계, 의사결정 구조, 교회의 경제적 구조 등이 관습적 교회론을 형성하는데, 관습적 교회론은 대면의 방식이 아니면 지탱이 안된다”고 했다.

양 교수는 노멀의 관습적 교회론에 있는 문제를 봐야 한다. 노멀에서 뉴노멀로, 그리고 택트로부터 언택트로의 적극적인 선택은 노멀을 지속시키고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노멀의 뿌리 깊은 병을 극복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언택트 사회를 향한 교회의 변화는 교회의 새로운 사목적 선교적 관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교회로 그 자체의 변혁을 위한 능동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비대면 사회의 교회는 건물이나 회중이나 성직질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관계의 질, 관계성에 중심을 두는 교회이어야 한다. 매체는 양가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과 소통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양 교수 외에도 김준형 국립외교워장이 ‘코비드-19 팬데믹과 세계질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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