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장애인 나들이 봉사활동 모습
2019년 장애인 나들이 봉사활동 모습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
우리 사회에는 자원봉사 실천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제51보병사단 복지업무부사관 업무를 맡고 있는 박주현 원사는 힘겨운 암 투병 생활 끝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며, 삶 속에서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2018 국방부 국군 모범용사', '2019 자랑스러운 전승인', '2019 자랑스러운 인사병과인 봉사부문 대상', '2019 안양시 봉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좋은 일은 함께 할 때 진정으로 좋은 일'이 된다고 말하는 박주현 원사를 만났다.

남을 돕는 더 가치 있는 삶

박 원사는 2008년 말기 혈액 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남은 수명이 6개월에서 1년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부모님, 부대원, 그리고 자신의 한 몸과도 같은 군복과 작별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작별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래서 암과 싸우기로 결심했다. 여덟 번의 항암치료 중 많은 부작용과 고통이 수반됐지만, 가족과 친구, 부대원 등 주변의 모든 이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특히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그 길만 걸어온 박 원사는 복직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노심초사했지만, 2007년 군인사법시행규칙 개정으로 돌아갈 곳이 보장되어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박 원사는 다시 군복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을 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투병생활 중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기에 제가 받은 것을 나누며 삶으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회를 찾다가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제가 거주하는 지역 내 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저도 모르게 신바람이 나서 봉사를 하다 보니 복지관에서 봉사시간이 가장 많은 봉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아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 휴가 등 시간을 내서 봉사하고 있고, 후원도 마찬가지로 지출의 우선순위를 나누는 것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주고받는 사랑

박 원사는 장애인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다. 그래서 9년째 장애인복지관에서 환경미화, 행사 지원, 나들이 동행 등의 꾸준한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박 원사는 중증 장애인을 도울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언어표현도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하다 보니 소통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그들과 깊은 교감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중증 장애인들은 그 누구보다 감정을 세밀하게 느끼기 때문에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박 원사를 특히 반긴다.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한 이용자는 다운되어 있다가도 제가 가면 바로 알아보고 저와 함께 에너지 넘치게 활동하며 기뻐합니다. 휠체어에 종일 앉아 있는 다른 이용자의 경우, 이분이 하는 얘기를 봉사자 대부분이 거의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만나다 보니 이분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대화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장애인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담사의 역할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 원사는 봉사하며 보람도 느끼지만,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배울 때가 많다.

"장애인들이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밝고 기쁜 마음으로 지내는 모습, 저의 작은 도움을 고마워하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습니다. 그들이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건강하고 생각이 부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선진 병영문화 활동 모습
선진 병영문화 활동 모습 ©박주현 원사
비울 때 채워지는 행복

박 원사는 '인간은 누구에게나 쌓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미 9개를 가졌어도 10개를 얻기 위해 욕심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계속 쌓기만 하면 아래에 있는 것은 햇빛이 안 들거나 통풍이 안 될 때 썩을 수밖에 없다. 썩은 것이 주변으로 번지면 다른 것 역시 영원할 수 없다'는 원리를 깨달았다. 쌓은 것을 나누며 다 비워 '0'이 되었을 때 속상하거나 새로 채워야 한다는 막연함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울에 달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이 삶에 가득 차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TV를 보다가 이재민, 난민, 결식아동 등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나오면 돕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 일을 제 아내는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웃음). 다 도울 수 있으면 좋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의 경우 10년 넘은 곳부터 몇 달 안 된 곳까지 목록으로 정리해야 할 만큼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후원도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나누면서 쌓아놓은 것이 비워졌는데, 어떠한 기회를 통해 그것이 새롭게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는 최근에 코로나19로 봉사하는 것이 제한되자 매일 천 원씩, 그리고 동전이 생길 때마다 저금하기 시작했다. 복지관에 올 수 없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장애인을 위해 올해 2월부터 저금한 돈과 자신의 차량을 매각한 후 받은 대금을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염성 강한 '나눔' 바이러스

박 원사는 자원봉사와 후원이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실천한다. 그리고 그런 박 원사의 모습을 두 아들이 닮아가고 있다. 큰아들은 군 생활 중 월급을 모아 휴가 기간에 복지관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함께 했고, 작은 아들은 방위산업체 근무 중 모은 월급과 적금으로 정기후원에 동참하고 봉사활동도 했다. 박 원사는 본인들의 용돈 쓰기에도 부족할 텐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따라와 준 두 아들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박 원사는 좋은 일을 혼자만 하는 건 결코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가족뿐 아니라 병사, 동기 등 주변의 사람들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씨를 뿌려야 가을에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밭에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나무가 자라길, 열매가 열리길 바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주변에 권유할 때, 지금이 100세 시대인데 신체가 건강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때 심어놓아야 노후에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박 원사는 권유를 하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웃는 낯으로 대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수용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쌓여 사람들을 당길 힘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실천하고 있고,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러 번 얘기해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된 군인을 키우는 인성교육

박 원사는 군인으로서 병사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5년에는 사단의 배려로 인성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해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도부터 육군 인권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장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이 옳다는 집착보다는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배우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51사단 장병들이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소외된 이웃을 돕고 상생의 가치를 깨닫도록 하고 있다.

"군인은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장애와 생각의 빈곤이 병영 갈등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고통받게 하고 대군 신뢰를 실추시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깊이 듭니다. 마음의 장애는 주변을 어렵게 만들기에 인성교육이 꼭 필요함을 느낍니다. 동시에 마음의 장애를 빠르게 걷어낼 수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군인이 아니라 전우 간에 서로 참된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019년 5월에는 51사단과 예하부대 모범장병으로 구성된 3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적·자폐성·뇌 병변 장애인 30여 명과 짝을 이뤄 제주도를 탐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증장애인 분들과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 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인원이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가능할지 미지수인 현재 상황에서 그전에 제주도 여행을 통해 장애인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드린 것을 무한하게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박 원사는 경인교육센터 사회복무요원 인권·소양 교육 강사, 초·중학교 진로 멘토링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의 부자

박 원사는 직접 나눔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몸속에서 에너지가 더 솟구치고 긍정적인 면역력도 생겼다고 설명한다.

"봉사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 투자를 하고 있지만 피로를 못 느끼고 결정적으로 마음의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을 순위로 매긴다면 제가 워런 버핏이나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CEO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하는 봉사가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그걸로 인해 제가 얻는 피드백은 말로 할 수 없고, 값으로도 매길 수 없습니다."

박 원사는 복지관 현관문을 처음 열고 들어가면서 가졌던 마음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일관되게 자원봉사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눔에 대한 가치를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홍보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자신을 보살펴준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군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현재 국군귀한용사 어르신 한 분을 자원해서 돌보고 있습니다. 이 일에 관심을 두고 신경 쓰고 있고 올해 3월 처음으로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 모금에 참여했는데, 내년에는 지금의 2배 금액을 기부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재난 재해 등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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