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
생일잔치 ©다일복지재단

다일작은천국은 다일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보호 회복 쉼터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노숙인 및 무의탁 노인들이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마지막 삶을 평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소망을 나누는 다일작은천국 이명현 원장을 만났다.

다일작은천국은 어떤 곳인가. 대상은 누구인가.

다일작은천국은 노숙인 무료 요양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로부터 보조금을 일부 지원받아서 운영하고 있고, 현재 30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대상은 노숙인 환자면 입소할 수 있지만, 1순위는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한 노숙인이다. 2순위는 중증질환 및 거동이 불편한 노숙인 및 일시적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숙인, 3순위는 노숙의 위기에 직면한 절박한 환자가 그 대상이다.

입소자의 대부분은 일반 노숙인 쉼터에 계시기 어려운 환자들이다. 노숙인 쉼터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다일작은천국은 노숙인 환자들이 삶의 가장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다일작은천국을 개소하게 된 동기가 있나.

고독사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늘어났다. 피붙이 하나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무의탁 노인과 거리에서 죽음을 맞닥뜨리는 병든 노숙인들, 가족에게 버려져 홀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시작되었다.

서울시가 노숙인 쉼터 41곳에서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임종을 앞둔 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다일공동체가 맡아주면 좋겠다고 간청을 해왔다. 지극히 작은 자를 예수님처럼 여기고, 가족으로 품어 더불어 살아가자고 하나님 앞에서 다짐했기에 그 요청을 받아들여 2011년 6월에 개소했다. 이 땅에서 가장 외로운 천사들이 노상에서 죽음을 맞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다.

어떤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나.

주요 서비스는 상담, 건강관리, 호스피스 및 천국환송, 정서지원 및 신앙회복, 자립생활지원 등이 있다.

환우들과의 지속적인 상담으로 시설 생활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사회복귀 및 행정을 지원한다. 또한 노숙생활로 생긴 질환의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 병원과 연계하여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임종 예정 환우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및 천국환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노숙인의 자립의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의 기회와 저축 유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일작은천국만의 특화사업은 무엇인가.

노숙인 환자의 호스피스 케어와 천국환송식이 가장 특화된 사업이다.

다일작은천국은 입소한 노숙인 환자가 별세하면 장례를 치러주는 천국환송식을 한다. 이 일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각 지자체는 가족, 친지도 외면한 무연고자가 사망할 경우, 보통 '장례'를 치르는 대신 '사체 처리'를 한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아무도 애달파하지 않고 예배도 없이 행정처리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일작은천국은 천국환송식을 통해 직원과 입소자 모두가 예의를 갖춰 조문하고 입관부터 발인 예배까지 다 드린다. 입관할 때는 참석한 모두가 관에 손을 얹고 천국에서 만나자는 작별 인사의 시간도 가진다. 염도 도맡아 성심성의껏 해주시는 자원봉사 팀이 있다.

염을 해주는 자원봉사는 정말 특별한 것 같다.

맞다. 자원봉사로 염을 해주시는 곳 이름이 '요셉의 사람들'이다. 아리마대사람 요셉의 헌신적인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어려움을 당한 이웃들을 돕고자 만들어진 믿음의 기업이다.

이분들이 오셔서 돌아가신 입소자를 위해 염을 해주실 때마다 직원 모두가 늘 감동을 하고 나 자신도 경건해진다. 자원봉사의 영역이 다양하고 많은 봉사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가장 존경스럽다. 항상 아무런 조건 없이 오셔서 돌아가신 분을 위해 마지막 가는 길을 생화로 꽃단장해 준다.

한 번은 40대 여성 암 환자가 돌아가신 적이 있다. 요셉의 사람들 팀이 그분을 위해 스카프까지 준비해서 정말 예쁘게 단장을 해주셨다. '이다음에 저도 이렇게 해주셔야 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사업을 통해 바라는 효과가 있나.

다일작은천국의 목표는 입소한 모두가 이 땅에서 작은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숙인들이 이곳에 와서 안정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웰빙'과 '웰다잉'이다. 건강이 회복돼서 잘 살 수 있도록 돕거나,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케어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바람은 한 사람이라도 사회와 가정으로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한 번은 말기 암 환자를 독립시킨 경우가 있다. 이분의 경우, 암 말기임에도 잘 회복되어 계속 건강하게 사셔서 다일작은천국에서 보증금 마련을 위한 모금을 해서 집을 구해드렸다. 그리고 기초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부분을 도와드리고, 재가복지 서비스도 받도록 해서 독립을 시켰다. 이분은 직원들만 보면 '다일공동체가 나를 살려줬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신다.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입소자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천국 소망을 품을 때이다. 다일작은천국을 통해 영원한 쉼을 누리며 천국 시민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있고, 입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돌아가신 분 중에 한 분은 임종 직전까지 예배의 자리로 나오신 분이 있다. 앉아서 예배를 드릴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셔서 예배실 한편에 침상을 마련해드렸는데, 비록 누워서이지만 예배를 드리시는 그 모습이 정말 마음에 감동이 됐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가 죽어가면서도 예배드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적인 회복뿐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시는 분들을 볼 때도 보람을 느낀다.

많은 분이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고 입소했음에도 건강을 회복하시고 오랫동안 잘 생활하시는 분도 있고, 퇴소하시겠다고 해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분도 계신다. 때로는 입소자들이 직원들에게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감사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천국 환송 예배
천국 환송 예배 ©다일작은천국

 반대로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

끝내 가족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본인이 죽으면 무연고자로 처리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법이 강화돼서 그분들의 뜻대로 처리할 수 없고, 담당 공무원들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공무원들이 가족을 찾았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족과의 상담을 통해 장례 절차를 밟게 된다.

최근에 돌아가신 분 중에는 16일 만에 가족을 찾았는데, 끝내 장례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천국환송식을 해드렸는데 마음이 씁쓸했다.

과거에는 정이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가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혈육만 하겠습니까'라고 설득하면 가족 중에 누군가는 나타나서 천국환송식에 참여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혈육이 아무도 없이 직원만 유족이 되어 보내드릴 때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다.

반면에 설득해서 성공한 사례도 많이 있다. 그럴 땐 정말 기쁘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서로 단절된 채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남은 가족은 한으로 남게 된다. 노숙인 분들은 대부분 '죽으면 끝이지'라는 자포자기 상태이지만, 남아있는 가족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가족들을 최대한 설득한다. '마음의 상처는 이해하고 공감이 되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보지 않으면 평생 한이 됩니다. 돌이킬 수 없는 한이 됩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서 가족의 역할을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드리면 마지못해 함께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는 참 감사하다.

바라는 점이 있나.

우리 사회의 모두가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회복해나가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소중한 가치를 많이 잃어버렸다. 가족애, 가족의 역할보다 자아실현이 우선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고, 낳아도 남에게 맡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손에 커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야 사회도 건강하고 나라도 건강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가정이 가정 답지 못한 모습이 너무 많다. 가족은 정말 중요하다.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때인 것 같다.

다일작은천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다일작은천국을 통해 웰빙의 역사가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 한편, 웰다잉도 정말 중요하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잘 섬겨서 이곳에 계신 모든 분을 천국에서도 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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