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서헌제 박사(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밥안을 분석한 글을 세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서헌제 박사
서헌제 박사 ©기독일보 DB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현재 법사위원회에서 관련 기관의 검토의견을 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는 별도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정의당안은 법 위반자에 대한 시정조치와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을 직접 인권위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과거 노회찬 의원안과 같은 강력한 내용이다.

정의당의 제안 이유를 보면 헌법의 평등권보장 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실효적인 차별구제 수단들을 도입하여 피해자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차별이 심하고 차별에 대한 구제수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인권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을 제정해야 소수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런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각자가 서로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시안, 경력단절여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복지법, 외국인고용법, 외국인처우법, 문화다양성법, 교육기본법, 근로기준법등이 있다. 이러한 모든 차별금지의 기본법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으며 이외에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등이 있다.

현행법은 차별영역과 차별사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하여 각 해당 법률에서 이에 상응하여 규율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장 중요한 차별인 남녀 성별에 기인한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는 무거운 벌금과 형사처벌이 가해진다. 이에 비해 외국인근로자의 차별에 대해서는 제재가 없다. 외국인의 지위는 각국이 상호주의에 따라 보호하기 때문에 내국인과 동일한 차원에서 평등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차별금지사유의 중요도에 상응하여 금지행위의 대상과 구제의 유형이 달라지는 것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원리에 따라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의 다양성을 부인하고 모든 차별에 대해 획일적인 제재를 부과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민 대다수가 거부감을 가지는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에 대해서도 양성차별, 장애인 차별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현재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사유에 따라 관장부서를 달리하고 있다. 즉 양성차별금지는 여성가족부, 장애인 차별금지는 고용노동부, 외국인 차별금지는 법무부와 같이 법집행기관이 다르다. 또 국민의 자유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판결과 결정에 의해 보호된다. 그런데 인권위가 주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을 판단하는 권한을 인권위로 일원화하고 우위에 두려는 데 있다. 특히 인권위가 법위반에 대해 바로 시정명령, 이행강제금부과와 같은 강력한 권한까지 부여하여 법원의 기능까지 행사하게 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인권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독점하는 결과가 된다.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금지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 현행법은 차별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차별의 중요도와 심각성에 따라 각각 다른 수준의 제재를 부과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다양성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획일화를 통해 숨은 의도인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금지를 주된 타깃으로 하는 매서운 발톱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계속)

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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