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린벨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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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의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정부 부처 내 혼선이 일고 있다는 시선을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말을 어렵게 뱉어내는 모양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15일 주택공급 확대 TF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열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때에는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발언한 바 있어 모두발언은 다소 전격적으로 느껴졌다.

이에 대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정책 결정이 갑자기 바뀐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졌다. 정부 부처간 이견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수년 전부터 서울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견지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서울시 반대를 무릅쓰고 직권으로 강남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공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막판에 접은 적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 이후 신규 택지를 '발굴'해야 하는 입장에서 국토부 내부에선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간절했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워낙 서울시 반대가 심하다보니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전개된 서울시의 상황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을 없앨 수 없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워낙 부정적이었는데 7·10 대책 발표 직전인 9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그린벨트뿐만 아니라 다른 주택 이슈와 관련해 적잖이 서울시와 갈등을 겪어온 국토부 입장에선 이렇게 된 상황에 그린벨트 해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7·10 대책에서 제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신규택지 발굴'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10 대책 당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이후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즈음 청와대도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음날인 14일 홍남기 부총리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10일 발언과는 달라진 것이다.

이날 오후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든 박선호 차관은 오전에만 해도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했다.

박 차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린벨트를 미래세대에 유용한 용도를 위해서 남겨놔야 된다는 지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갖고 그린벨트를 당장 활용하려 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전날 홍 부총리의 발언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국토부와 기재부는 공동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정부 해명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정부간 아직 검토를 안 했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고, 앞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한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입장을 명확하게 하자 서울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꺼낸다면 판이 깨지는 것"이라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지는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는 15일 국토교통부와 시청에서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가진 뒤 입장문을 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고 못 박았다.

시는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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