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비가 올듯 을씨년한 날씨인 오후, 펜스테이션 행의 전철을 탔다. 대개 전철을 타면 나의 전도의 대상자가 될 옆에 앉을 사람을 흘깃 눈여겨 보게되는데 그 날은 그런저런 여유도 없이 그냥 어떤 여성 옆에 앉게 되었다.

난 얼마간 눈을 감고 금요일 저녁에 전할 말씀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있다가 무심코 옆으로 시선을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내 옆에 앉은 백인 여성이 매우 독서에 몰입하면서 간간히 읽은 내용을 재차 음미라도 하려는듯 시선을 차창 밖으로 던지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 여성의 몰입적이나 무표정하고 메마른 영적 분위기에서 문득 나의 옛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 하여 약간의 반가움 섞인 철렁함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아니리라 짐작하면서도 크리스찬이냐고 말을걸자 그녀는 예상대로 아예 상대하기도 싫다는 투였다.

아, 나도 그랬었지… 간간이 곁눈질로 슬그머니 그녀가 보는 책의 제목을 훔쳐보니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뭔가 접촉점의 실마리가 떠오르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자 또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나직히 카프카의 ‘변신’을 난 중학교 때에 읽었다고 운을 떼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족히 중년은 되어보이는 도도한 그녀의 옆자리의 동승객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냉정한 자존심이 의외의 기습을 당한 듯 얼마간 경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 증거로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가 살짝 누그러져 한결 안면 근육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더니 닫힌 말문이 삐긋이 열리는듯 하더니 이내 닫혔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난 재빨리 그러나 상대를 봐가면서 잔잔히 말문을 열었다. 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이성적 사고의 그녀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내 말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라도 주는 것 뿐이었으니…

그래서 난 담담히 독백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젊은 시절엔 카프카처럼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이었다고… 희망도 목적도 없는 무의미한 인생에 지쳐 있었지만 나름대로 그러한 사고에 중독이 되어갔다고… 그러한 사상가들의 책을 즐기며 사유적인 엑스타시마저 느끼곤 했다고… 물론 신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관념적이었다고…

그러다 어떤 계기를 맞아 교회를 나가게 되었지만,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기 전까지는, 그후 성경을 읽고 말씀을 체험하기 전 까지는,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역사와 주님의 거룩한 임재를 경험하기 전 까지는 다 가짜 믿음이었다고… 살아있는 믿음을 통해서 난 비로소 영원한 궁극적인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당신도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이면 현생에서나 사후에 영원한 멸망에 이르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고…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고 축복하시길 원하십니다!

지성으로 연마된 듯한 인내심으로 내 말을 들으며 한숨을 간간히 쉬며 여전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곤 하는 그녀 옆에서 난 어느 덧 메마른 그녀의 영혼에 매달려 구걸하는 거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어느 날 미래에 혹 숨을 거두기 직전이라도 지금 이 순간의 내 메시지가 그녀의 기억 속에 떠오르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작년 크리스마스 사흘 전쯤이었다. 어둑한 밤에 버스에 올라타니 한 젊은 아가씨가 버스 기사와 신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정거장 후 내리게 될 나는 내릴 채비를 갖추며 그녀에게 크리스찬이냐고 묻자 자기는 특정 종교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듣자마자 나는 선채로 속사포로 그녀를 향해 복음을 전하였다. 그러자 그녀가 몹시 상기된 얼굴로 흥분을 갈아앉히듯 가슴을 쓸면서 감동어린 음성으로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 너무 놀라워요, 난 지금 갑자기 당신이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 지금 특별한 이 시즌에…”

그래서 난 바로 어느 영화의 대사를 어렴풋이 떠올리며 대꾸해주었다. “맞아요. 전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셔서 당신에게 보내주신 천사예요…바로 이런 씨즌에는 우리 천사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거든요!”라고 쾌활하게 말하면서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자꾸 히죽거리며 웃음이 나왔다. 사명을 제대로 감당한 하나님의 천사인 기분으로 시종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을 만끽하였던 것이다…

“하나님 앞과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그가 나타나실 것과 그의 나라를 두고 엄히 명하노니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 4:1~2)

박현숙 목사(프린스턴미션, 인터넷 선교 사역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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