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나안교회 입구 오른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새가나안교회 입구 오른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서다은 기자

전국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곳은 2곳이다. 한 곳은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고, 한 곳은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새가나안교회'다. 두 곳 모두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형편에 놓인 부모가 지방에서 올라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가기도 한다.

 

새가나안교회는 2014년, 교회 정문 옆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그리고 6년간 정부의 재정적인 도움 없이 오로지 교회 성도들의 후원만으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새가나안교회에서 베이비박스를 책임지고 있는 김은자 권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가 들어오면 울리는 알림 벨

교회 1층 입구 우측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문이 열리면 교회 내부에 있는 알림 벨 4개가 동시에 울린다. 교역자와 당직자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어 벨이 울리면 바로 뛰어가 아기를 확인한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는 대부분 부모의 피치 못할 사정이나 장애 등의 이유로 버려진 아기다. 탯줄이 잘리지 않은 채 버려진 아기, 태어난 지 몇 시간 남짓 된 태변범벅이 된 아기, 엄마 옷에 대충 쌓여 온 아기 등 베이비박스에 오는 수많은 아기는 갓 태어난 신생아다.

이 아기들은 꼭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먼저, 112에 신고하면 경찰과 119 소방대원들이 함께 출동해 사진을 찍고 아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그 후 바로 평촌에 있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건강검진을 받는다.

아기를 위해서는 건강검진이 제일 중요하지만 김 권사는 이때가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이기도 하다. "혈액채취를 위해 피를 많이 뽑아야 하는데 워낙 신생아라 피가 잘 안 나와요. 아기는 자지러지게 우는데 피는 뽑아야 하고, 피가 잘 안 나오면 온몸을 주무르고 난리를 쳐요. 아기와 함께 울고 불며 검진을 하죠."

검진을 통해 이상이 발견된 아기는 입원하게 되고, 건강한 아기는 교회로 데려와 김 권사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케어 한다. 이후에 일시보호소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오면 시청 직원이 와서 아기를 데려간다. 장애 판정을 받은 아기의 경우 별도의 장애아동 시설로 배정된다. 교회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축복받지 못하는 탄생

우리나라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 한 생명의 탄생이 정말 귀하고 축하받을 일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출산을 장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출산지원금과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축복 속에 태어나지 못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 지자체는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위한 분유 한 통, 기저귀 한 개 지원할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익명의 산모로부터 아기를 위탁받아 보호하는 베이비박스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 권사는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둘러싼 지원체계도 열악하지만, 가슴 아픈 순간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불안해할 때라고 설명한다. "먹고 자는 게 일인 신생아가 눈을 뜨고 두리번거리고 주변을 살피고 불안해해요. 아무래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아기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아기한테 까지 영향이 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만 받아도 모자랄 아기들인데 마음 아프죠."

베이비박스 아기는 부모의 이름조차 알 수 없어서 출생신고를 할 때도 어려움이 있다. 아기의 이름은 보통 교회와 담당 공무원이 상의해서 결정하지만, 성씨는 법에 따라 결정된다. 법이 바뀌기 전에는 일시보호소 소장의 성을 따랐는데 최근에는 관할 시장의 성을 따르게 됐다.

이러한 법으로 인해 아기가 가정보호위탁 또는 입양을 가게 될 때 생기는 문제가 있다. 입양의 경우 대법원을 통해 성씨 변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보호위탁은 법원에서 성씨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통 가정위탁은 아기가 성장해 만 18세가 될 때까지 보호하는데, 성장 과정에서 아이가 유치원에 가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위탁 부모와 성이 달라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는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적

김 권사는 베이비박스 아기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입양이라고 말한다. 가족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그래서 김 권사는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입양을 먼저 보내고, 입양이 안 돼 시설로 가야 할 때 차선책으로 가정보호위탁을 보내는 것을 방침으로 세웠다.

김 권사는 감사하게도 새가나안교회 성도들이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를 입양하거나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도에 메르스가 터졌을 때, 베이비박스에 아기들이 연달아 7명이 들어왔어요.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아기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돌보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도청, 시청, 일시보호소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했죠. 원래 베이비박스 아기들은 가정위탁 승인을 잘 안 해주는데 메르스가 터지면서부터 위탁이 시작됐어요."

 

새가나안교회 내부 베이비방
새가나안교회 내부 베이비방 ©서다은 기자

메르스로 인해 새가나안교회 집사, 권사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은 아기들을 한 명씩 데리고 집에서 보호하게 됐다. 그러다가 아기와 정이 들어서 가정위탁을 하던 중 3명의 성도의 가정이 아기를 정식 입양했다. 현재도 두 가정이 아기를 입양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새가나안교회는 아동 양육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건물에 대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고, 29명 미만 양육시설은 법으로 승인을 잘 내주지 않아 사실상 꿈이 좌절됐다. 하지만 김 권사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성도나 성도의 지인들이 입양과 위탁을 많이 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고, 아팠던 아기도 사랑과 관심 속에 건강이 회복하고 잘 성장하는 것을 볼 때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새가나안교회 이기동 담임목사님께서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교회 안에서 위탁,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면하세요. 이 아기 중에서 큰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

새가나안교회에서 베이비박스를 시작한 2014년도에는 어려운 점이 정말 많았지만, 제도가 차츰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절차와 마련되지 않은 보호 체계로 시설에 가기 전까지 교회가 책임지고 있는 위험 부담이 많은 실정이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일 년에도 몇 십 명의 작은 생명들이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는 기적이 일어나지만,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있다.

김 권사는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칭찬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며 일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있어도 이러한 장치를 몰라서 여전히 차가운 곳에 버려지고 결국 죽음 맞이하는 아기가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출산율도 적은데, 낙태까지 허용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인구가 있어야 나라도 있는 건데… 여태까지 무언가를 바라고 베이비박스를 운영하지 않았어요. 담임목사님과 성도들이 모두 정말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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