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철의 다양한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
레이저를 이용한 나노초 단위의 초고속 충격 상황에서 일어나는 철의 원자구조 변화를 포항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시설을 이용하여 피코초 단위로 측정한 모습을 형상화 함 ©연세대

포항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PAL-XFEL) 시설을 이용한 국제공동연구 주도
전체 과학 분야 권위지 ‘Science Advances’ 게재

연세대학교 이용재 교수(지구시스템과학)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철에 빠른 충격이 가해질 때 일어나는 동적인 변화 과정을 초고속 X-선 측정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본 연구결과는 과학 전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

철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 원소로 지구와 같은 행성의 핵을 구성하고 자기장을 형성하여 지표의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철은 지구의 지각에도 풍부해 광석으로부터 철을 추출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재료 역할을 해왔다. 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위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철의 변형이 유도되는 충격 환경에서의 동적인 변화 과정에 관한 이해는 측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세히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용재 교수팀은 포항에 새로이 구축된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시설(PAL-XFEL, X-선 자유전자레이저, 소장 고인수)을 활용해 충격이 가해진 상황에서 일어나는 철의 변화 과정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피코초(10-12초) 단위의 짧은 펄스 길이를 가진 레이저를 이용해 철의 표면에 충격을 가하고, 이보다 짧은 펨토초(10-15초) 단위 펄스 길이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철에서 일어나는 원자 단위의 동적인 변화를 나노초(10-9초) 영역까지 관찰했다. 이는 마치 철 원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1,000장의 필름으로 나노초 동안 상영되는 영화를 만든 과정에 비유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철은 정육면체의 중심과 각 꼭지점에 철 원자들이 배열되어 있는 구조(bcc 상)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압력이 충분히 높아지면 밀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철 원자의 배열은 육각기둥을 단위로 하는 패턴(hcp 상)으로 바뀌고, 온도도 함께 충분히 높아지면 다시 정육면체를 단위로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정육면체 각 꼭지점과 면의 중심에 철 원자가 배열되는 패턴(fcc 상)으로 변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X-선 자유전자레이저로 촬영한 초고속 충격 상황에서의 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는 이러한 철의 서로 다른 모습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용재 교수는 이번 실험 조건을 “짧은 펄스의 레이저를 이용하여 철에 가한 충격은 대장간에서 망치로 철을 두드릴 때 가해지는 충격보다 약 천 배 크고 약 천만 배 빠르며, 운석이 지구 표면에 충돌하는 상황에 비교된다”며 그 결과를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빛의 속도로도 약 30센티미터만 진행하는 짧은 시간동안 철이 보여준 변화는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화려함과 반전의 매력까지 있었다”고 비유했다.

철에 충격파가 전달되면서 원래의 bcc 상은 서로 다른 정도로 압축된 두 가지 상과 hcp 상의 세 가지 모습으로 변화를 보이다가 이후 충격파의 감쇠와 간섭 효과에 의해 오히려 부피가 팽창된 bcc 상과 fcc 상으로도 변화를 보이며 수 나노초가 지난 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원자 단위의 배열 패턴 차이로 구분되는 상들은 서로 다른 물리적 특성을 띄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변형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물질과 물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새롭게 응용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본 연구를 위해 이용재 교수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X-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이 운영을 시작한 2017년부터 국제공동연구팀을 조직해 실험 제안을 시작했고, 그동안 세 차례 주어진 실험 기회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초고속 동적 충격 실험 환경을 구축했으며, 그 첫 번째 케이스로 철에 대한 측정을 완성할 수 있었다.

본 연구를 이끈 이용재 교수는 “철의 도시 포항에서 철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는 점도 뜻깊은 것 같다”며 소감의 밝히고 “앞으로 더 강한 레이저를 이용해 보다 극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다양한 변화들을 관찰하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용재 교수는 2002년 제올라이트에서의 압력에 따른 물질의 부피 팽창 현상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네이처(Nature)’ 논문을 시작으로 2014년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와 2017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각각 이를 응용한 화학반응과 지각판의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초수화 현상을 보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사업의 지원으로 고압광물물리화학연구단을 운영하면서 본 논문과 같이 충격 환경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동적인 변화로 극한 환경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아래는 용어설명.

방사광가속기(Synchrotron): 전자와 같은 하전입자를 빛의 속도 가까운 운동 상태로 만들고 가속시킴으로써 고에너지 X-선과 같은 다양한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태양빛의 백만배 이상의 밝기로 만들어내는 거대과학시설. 우리나라의 포항방사광가속기(http://pal.postech.ac.kr/)를 비롯해 전 세계에 30여기의 가속기연구시설이 건설되어 운영 중에 있음.

X-선 자유전자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밝기를 약 1억 배가량 증가시키고 기존에는 불가능한 펨토초 단위의 극초단 펄스와 레이져와 같은 결맞음 특성을 지닌 광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직선형 가속기 장치로 원자들의 동적인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해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5 곳에만 건설되어 운영 중임.

철(Fe, iron): 원자번호 26번의 전이금속 원소. 지구 핵의 주요 구성 성분이며 질량 면에서 지구 전체에서 가장 풍부함. 지각 구성에 있어서는 4번째로 풍부한 원소.

상전이(Phase transition): 물질이 하나의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전이(transition)되는 현상. 예를 들면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고, 물이 끓어서 수증기가 되는 각각의 변화를 상전이라고 함.

철에 가해지는 충격 속도 비교: 대장간의 상황에서는 압축 강도가 35 MPa인 철을 10kg의 망치를 이용하여 10 m/s 속도로 내려친다고 가정함. 운석의 상황에서는 충돌 시 평균 속도를 20,000 m/s로 가정하였고, 레이져의 상황에서는 레이져의 속도를 빛의 속도로 가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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