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온 뒤 힌두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인도인 판카즈 카필라(32) 씨와 딸 이사라(4) 양)

"인도에 있을 때는 싸움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한국서 일해 번 돈도 그렇게 많이 써버렸어요.. 그러나 새 종교를 갖고 한국인 아내를 만나면서 새 삶을 살게 됐습니다."

2000년 7월 외국인근로자로 한국에 왔다 지금은 기독교로 개종한 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판가즈 카필라(32) 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힌두교도가 한국에 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다 신의 섭리가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판카즈 씨는 다른 외국인근로자들에 비해 "비교적 편안하게"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까지 약 4년간 포천 가구공장에서 일하면서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는 "좋은 사장님과 동료를 만난 덕분에 직장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돈도 꽤 많이 벌었지만 외로움을 이기려 나이트클럽에도 가고 술도 많이 마시는 통에 지금은 별로 남은 것이 없다. 그는 "집에 더 많이 부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가진 것이 없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많이 갖고 있으면 성실한 종교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카즈 씨가 이처럼 달관한듯한 인생관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새로운 종교를 갖게 된 덕분이다.

2003년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현 나섬교회) 체육대회 참가차 교회에 온 것이 계기였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잘 대해줬다"면서 "어릴 때부터 돈 버느라 바쁜 부모에게서 충분한 받지 못했던 사랑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힌두교도였지만 종교적인 생활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살았던 그는 결국 개종하기로 결심, 세례를 받았다. 현재 이주민·다문화 지원단체인 나섬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유해근 목사를 만나 자신도 목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적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고 대학에 진학하라는 부친의 권유를 뿌리치고 한국에 온 터라 신학대학에 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에 처음 며칠간은 밤잠을 못 이루며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대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불법체류자였지만 유 목사의 도움으로 인도로 가 새로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유 목사는 또 당시까지 한국말을 거의 한마디도 못했던 판카즈가 건국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닐 수 있도록 주선했다.

결혼도 그의 삶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는 어학당에 다니면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 2005년 결혼했고, 결혼 이듬해인 2006년 장로교신학대학에 진학했다.

학비는 유 목사의 도움을 받았고 생활비는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문화이해교육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결했다. 그는 "지금도 예전에 가르쳤던 '초딩'들로부터 연락이 온다"며 "한국 학생들에게 인도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 차례 일선 학교에서 강의한다.

문제는 개종이었다.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틀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는 "인도에서는 비교적 다른 종교에 관대하지만 개종은 금기나 마찬가지로,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동네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목사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의 부친은 "네가 목사가 되는 날이 내 제삿날"이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너와 내가 빨리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며 아들을 보려 하지 않았다.

딸 이사라(현재 4세)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의 관계는 조금 회복됐지만, 개종으로 인한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쩌다 고향에 가서도 그는 인근 지역 교회에 가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2월 인도에서 여동생 결혼식을 치르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약혼식과 결혼식을 연이어 치르는 이틀간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그의 고향인 인도 펀자브 주에서는 한 번 비가 시작되면 며칠이고 계속되곤 한다.

실제로 약혼식을 치르는 날 밤 9시경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야외에 모였던 하객들은 서둘러 비를 피하기 위해 실내로 뛰어들어갔다.

이때 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를 멈추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정말로 비가 멎었다. 그의 양복은 흙이 튀어 더러워졌지만 약혼식은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비는 약혼식이 끝난 새벽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가족과 친지들은 또 걱정에 휩싸였다.

"뭐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그냥 여동생을 붙들고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고, 기도 덕분이었는지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되던 비는 결혼식이 시작되는 9시가 되자 그쳤죠. 결혼식도 잘 치렀구요."

더 놀라운 일은 다음날 찾아온 친구들의 말이었다. 동생 결혼식 장소로부터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치른 친구의 결혼식은 비 때문에 엉망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동생 결혼식을 치르면서 그의 부모는 아들의 개종을 용납했고 아들이 믿는 신을 경외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 1월에도 인도에 갔는데, 아침 교회 갈 시간을 넘기고 늦잠을 자자 아버지가 '너 교회 갈 시간 아니냐'며 깨워주셨고, 어머니는 교회 늦는다며 아버지더러 차 좀 태워다 주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판카즈 씨는 목사가 돼 인도에서 목회활동을 하려 하지만 누구에게도 기독교가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종교를 앞세우면 갈등만 커진다"며 "어느 종교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러다 보면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온다"고 말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도인 #종교 #인도 #기독교 #힌두교도 #힌두교 #판카즈 #장신대 #목사 #신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