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기독교총연합회
북기총이 20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서기 유정은 목사, 전 회장 강철호 목사, 목양국장 김강오 목사, 회장 이빌립 목사. ©이지희 기자

북한의 공식교회인 봉수교회 전도사와 부목사를 지낸 리성숙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소속 목사는 오래전 서방 언론이 평양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에서 이같이 말한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나님은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김일성 주석님을 하나님과 같은 분으로 생각한다고... 그야말로 어쨌든 종교인이니까 기독교인이니까 하나님의 집으로 오는데, 집으로 와선 나의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 그건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김일성 주석님을 더 잘 믿고, 김일성 주석님을 더 잘 받들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중략)."

리 목사는 "그러니깐 죽은 예수가 다시 태어나는 부활은 안 믿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예수가 죽었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는...예, 그렇게는 믿지 않습니다. 우리 지금 과학을, 과학의 시대에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산다는 것을 믿을 사람이 없지요."

그는 이후 미국 LA의 한 교회의 강대상에 서서 자신의 말을 뒤집는다. "이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이시야말로 죄와 죽음의 지배 아래, 또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끝없이 사랑하셔서 자기 몸을 십자가에 희생시키시고 3일 만에 부활하심으로써...(중략)."

리 목사의 발언은 수년 전 한국교회 내에서 한동안 북한 내 신앙의 자유 문제와 봉수교회·칠골교회가 과연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는' 교회인가에 대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리성숙은 '이북 최초의 여성목사'로 봉수교회 부목사, 평양신학원 성서신학 교수로 활동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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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기총은 이날 ‘북한 당국의 기독교 박해와 지하교회 유무 논란에 대한 북기총의 입장문’을 발표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빌립 목사(맨 오른쪽)는 “북한 사회와 (북한 당국이 말하는) 북한교회의 실체에 대해 잘못된 말로 한국교회를 혼동케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교회가 북한 지하교회와 성도를 위해 더 기도하고 북한선교에 대해 더 잘 정립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최근 이와 일맥상통하는 듯한 발언이 한국교회 내에서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가 몇몇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기독교 공동체는 주체 문화와 공존하며 민족종교화로 가고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독교를 민족종교로 정착시켰다" "북한은 헌법에 종교 자유가 있으며, 종교를 억압하거나 핍박하지 않지만 권장하지도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다.

최 목사는 또 "(북한 내) 전국 500여 개의 가정교회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북한은 가정교회를 공식교회로 인정하며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다는 주장은 사기다. 지하교회가 세워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 탈북민 기독교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종교는 인민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 '기독교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의 앞잡이'라는 교육을 직접 받았으며, 성경이나 기독교 자료가 발각되거나 복음을 증거하다 들키면 '남쪽과 내통하는 간첩' 혐의를 씌워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경험한 이들이다.

탈북민 출신 목회자, 전도사, 신학생들이 연합한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회장 이빌립)가 위의 논란에 대해 2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당국의 기독교 박해와 지하교회 유무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20여 명의 탈북민 목회자가 참여했으며, 리성숙 목사의 평양 인터뷰 발언 영상과 북한 지하교회 박해 영상, 북한의 종교 박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함께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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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회장 김권능 목사의 사회로 북기총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들은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고, 북한은 정권을 세울 때부터 기독교를 박해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북한은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기총은 "특히 6.25 이후에는 기독교인들을 '숭미분자들'이라고 하면서 전쟁 실패의 희생양으로 기독교인들을 대거 처벌하였고, 종교의식을 강제적으로 중지시키고, 교회는 모두 압수하고, 성경과 찬송가들은 모두 불태워버렸다"며 "모든 교회는 무너지고 목회자들과 많은 그리스도인이 처형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면서 북한에는 종교 자유가 없으며 '김일성'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시인하는 기독교에 대한 가혹한 박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북기총은 '북한에 500개 가정교회가 존재한다'는 최 목사의 주장에 "북한에서는 평양에 봉수교회, 칠골교회가 있고 지방에 500개 교회가 있다고 하지만 북한의 가정교회는 극히 일부 사람들의 증언 외에 교회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전혀 없고, 최근 탈북민들조차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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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목사가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북한에 지하교회는 없다, 선교사들이 교회나 교단에 보고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것'이라는 최 목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들은 "황해북도 안전보위부에서 제작한 선전용 영상 내용에 등장하는 '차덕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을 나왔다가 복음을 접하고 북한에 돌아간 이들을 통해, 혹은 해방 이전 신앙을 가진 그루터기 신자들 등을 통해 복음이 북한에서 전파되고 있으며, 지하교회는 지속적으로 존재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 영혼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복음을 전했던 선교사들과 그들을 위해서 기도했던 많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대하여 최 목사는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기총은 이날 "북한의 지하교회를 다시 한번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북한 지하교회의 존재유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지금도 신앙을 이유로 체포되고 처형되고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많은 북한 지하교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중국에 살길을 찾아 탈출한 탈북민들과 중국에서 방황하는 탈북민의 육체적 생명을 지켜주고,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하나님이 맡겨주신 우리의 사명이고 책임"이라고 호소했다.

북기총은 "우리가 원하는 복음통일은 북한 주민의 영혼구원"이라는 뜻도 표명했다. "북한 정권을 허물어버리는 것도, 제도적·정치적 통일도 아닌, 북한 주민도 우리와 같이 신앙 양심에 따른 신앙고백을 하고, 신앙공동체와 그들이 세운 교회가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류하고, 북한 주민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복음통일"이라며 "이것이 제도적 ·정치적 통일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북기총은 "지금도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심각하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은혜와 선한 능력 가운데 신앙의 자유가 허락된 그날이 속히 오게 될 줄 믿는다"며 "북한의 잔혹한 기독교 박해로 흘린 순교자들의 피만큼 북한의 교회는 재건될 것이며, 그들을 위하여 흘린 대한민국 교회와 서옫들의 기도의 눈물만큼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체사상과 기독교 신앙 공존한다는 주장은 허황한 말"

이빌립 북기총 회장(열방샘교회, 통일소망선교회 대표)은 이날 "예수님을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 속한 영이 아니며,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그리고 주님이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계심을 전하지 않는다면 참된 기독교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북기총 소속 회원들이 여러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로부터 '최 목사의 발언이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북한 사회와 (북한 당국이 말하는) 북한교회의 실체에 대해 잘못된 말로 한국교회를 혼동케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교회가 북한 지하교회와 성도를 위해 더 기도하고 북한선교에 대해 더 잘 정립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참석자 발언에서 강철호 목사(가운데)는 최재성 목사와 ‘북한의 종교 자유 허용’ ‘북한 내 500개 가정교회 존재’ ‘북한 지하교회는 없다’ 등의 주제를 놓고 맞장토론, 끝장토론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지희 기자

이날 참석자 발언에 나선 북기총 전 회장 강철호 목사는 최재성 목사와 '북한의 종교 자유 허용' '북한 내 500개 가정교회 존재' '북한 지하교회는 없다' 등의 주제를 놓고 맞장토론, 끝장토론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강철호 목사는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 목사의 발언에) 끓어오르는 격분을 참을 수 없어, 코로나19 사태가 있지만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북한이 기독교를 허용한다면 6명의 대한민국 국민(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이 억류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북한 당국에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라고 이제 외칠 때"라며 "그것을 외면하고 평화통일, 복음통일을 말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강 목사는 특히 "최재영 목사에게 '북한 성도들과 만나서 자유롭게 찬송도 불러보고 성경말씀도 같이 공부해봤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종교지도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꼭 종교를 허용하는 것처럼 연출하여 현장을 보여주는데, 최 목사님도 그런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기총 목양국장 김강오 목사는 "한 사람은 대중 앞에서 거짓말할 수 있지만, 3만4천 우리 탈북인은 거짓말할 수 없다"며 "2017년 조직된 '712그루빠'는 북한 내에서 종교 및 미신 행위를 적발하고 신고하며 처벌함으로 많은 종교인을 탄압하고 있는데, 북한에 종교 자유가 있다고 하는 잘못된 발언에 한국교회가 유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북기총 수석부회장 김권능 목사도 "북한은 평양에만 교회가 있고, 지방에 500개 가정교회가 있으며 평양신학원에서 500개 교회 목회자를 양성한다고 주장한다. 또 실질적인 교회 건물이 없는 이유는 해방 후 기독교인이 스스로 돈을 내 나라를 건설하고 교회는 건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방 사람들은 가정교회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어 "주체사상은 '사람의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혁명의 주인은 인민 대중'이라며 우리끼리 자주적인 길을 가자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인민 대중을 이끌어가는 힘은 수령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수령을 신격화한다"며 "주체사상은 핵심은 결국 수령 중심의 사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 신앙과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황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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