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는 아랍 세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 일으켰지만 동시에 독재 정권이 물러난 자리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 냈다. 이러한 우려는 시리아의 소수 종교 단체들로 하여금 가혹하지만 그래도 이슬람적이지 않은 현 독재 정권이 제공하여온 일말의 종교적 관용을 더 선호하도록 만들어 왔다. 시리아보다 앞서 반정부 시위를 경험했고 이제 새 헌법 작성을 앞두고 있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의 이슬람주의자들은 각기 다른 양상으로 이러한 우려에 반응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를 겪고 탄생한 이집트 의회(parliament)는 지난 2012년 3월 중순 100명의 헌법제정단(constituent assembly, 사진)를 구성했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전체 의석의 2/3를 장악한 이집트 의회는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키겠다는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헌법제정단을 그들의 사람으로 채워 넣었다. 여성과 비(非)무슬림 그리고 사막의 베두인(Bedouin)족이나 남부의 누비안(Nubian)족과 같은 소수 민족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 이 헌법제정단에 대해 비난이 높다. 또한 헌법제정단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저명한 법률가와 헌법 학자들도 제외되어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번 헌법제정단이 국가의 화합을 이룰 기회를 내동댕이쳤다고 말하며, 헌법제정단에 추천된 많은 비무슬림들은 사임을 표시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법대로 처리했으며 헌법제정단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만약 세속주의자들이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을 것이라고 이슬람주의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세속주의자들의 염려처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과 강경 보수이슬람주의 살라피주의자들(Salafists)의 연합은 소수 집단의 권리를 무시하고 다수에 의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이는 군부 세력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실을 주고 있는데, 독재 정권의 몰락 이후 현재까지 이집트를 관리해온 군부는 현재 무슬림 형제단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군부와 이슬람주의자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처음 발생했던 튀니지의 변화는 이집트 보다는 덜 격렬하다. 독재 정권 몰락 후 지난 2011년 10월 실시된 헌법 의회(constituent assembly)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41%를 장악한 이슬람 정당 엔나다(Ennahda)는 최근 처음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다시 천명했다. 즉 새 헌법에 ‘튀지니는 아랍 국가이며 무슬림 국가’라는 문구가 포함될 것이지만, 이슬람 법 샤리아(sharia)에 근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수천 명의 살라피주의자들은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Tunis)의 중심부에 모여 무슬림 근본주의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흔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살라피주의자들은 선거에서 단 한석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으며, 제1당인 엔나다는 세속주의자들이 참여한 3개의 정당으로 구성된 집권 연합을 이끌고 있다. 그리하여 튀니지 국민들은 더 많은 정치적 권리 획득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엔나다는 최근 2013년 3월까지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새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의 상황은 시리아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 하다. 시리아의 아사드(Bashar Assad) 대통령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제일 큰 반군 집단인 시리아 국가 위원회(Syrian National Council)에 가담하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무슬림 형제단이 이 단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달래기 위해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범(凡) 반(反)아사드 단체 모임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시리아 지부는 새롭게 작성될 헌법에 자유를 보장하고 소수 민족과 종교 단체를 보호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제안을 먼저 내놓았다. 이론대로라면 기독교인 여성도 시리아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은 해외에 피신해 있는 반 아사드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반 정부 세력이 정권을 탈취하면 기독교인과 알라위(Alawi) 무슬림 그리고 두르즈(Druze) 무슬림 등 소수 종교인들을 탄압할 것이라는 아사드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아사드 진영 안에서는, 시리안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을 지금 의논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고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하면 말한 것과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 정국 변화와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의 행동이 시리아 국민들에게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사항이 되고 있는 것이다.

The Economist,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8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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