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 왜 5월에는 이렇듯 사랑과 감사의 날들이 잔뜩 몰려 있을까요? 5월이야 말로 1년 중 가장 싱그럽고 아름답고 화사한 계절이므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 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미국의 여류 저술가요 사회 사업가였던 헬렌 캘러(Helen Keller, 1880-1968)는 원래 인형처럼 예쁜 아기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생후 19개월 만에 심한 열병으로 눈과 귀가 다 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된 것입니다. 그런 그녀가 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한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내가 만약 주님이 기적을 베푸셔서 사흘 동안만 눈을 뜰 수 있다면 나는

첫째 날, 늘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빛나게 해 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만 느꼈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며 사랑으로 가득찬 그 모습을 내 마음 속 깊이에 간직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그 웅장한 자연의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태고적부터 살아온 인류의 궤적을 제 눈으로 확인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보석 같은 별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겠습니다.

마지막 셋째 날, 사람들이 일하고 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을 지켜 볼 것입니다. 그리고는 오페라 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어느 덧 저녁이 되면 네온으로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된 온갖 아름다운 물건들을 구경하며 집으로 돌아와 나를 지난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친 후 다시 저만의 암흑의 세계로 돌아 갈 것입니다.>

헬렌 캘러가 그토록 보고자 했던 세계가 우리에게는 날마다 만나는 일상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두 눈으로 아름다운 꽃들과 나날이 짙어가는 신록들을 보고, 두 귀로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감사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고 불평하고 미워하고 남을 아프게 할 때가 더 많습니다. 헬렌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저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보십시오. 내일이면 더 이상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저 꽃 향기를 맡아 보십시오.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이웃들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내일이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사람처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모든 것이 기적이고 모든 것이 감사하고 모든 이가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단 한 번뿐인 삶, 내일이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진심으로 고마워하시고 더욱 겸허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며 주님께, 부모님께, 선생님께, 이웃들께 깊이 감사하는 5월이 되십시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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