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칼럼] 지난 2013년 11월 8일 새벽부터 강풍이 몰아치고 사상 초유의 초강력 태풍 '하이옌'(지역명 '욜란다')이 시속379 km로 쓰나미 같은 검은 파도와 함께 10m의 높이로 세 번에 걸쳐서 도시를 순식간에 덮치며 삼켰습니다.

정오가 되기 전 썰물처럼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12,000여 명이 생명을 잃었고 도시도 붕괴되었죠.

UNHCR이 공급한 주거용 텐트
▲UNHCR이 공급한 주거용 텐트 ©최상용 선교사

당시 전 세계의 NGO들이 타클로반을 찾아와 복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코코넛 나무로 전통집을 복구해주는 CRS(Catholic Relief Service), 작은 고기잡이배와 모터를 공급해주는 옥스팜(OXPAM)과 BFAR(Bureau of Fisheries and Aquatic Resources) NGO, 집짓는데 필요한 톱과 망치 못 삽 등을 공급해주는 NGO, 주거용 천막을 공급해주는 UNHCR, 물을 정화시키는 알약을 공급해주는 NGO, 어린이들 학용품을 전달해주는 NGO, 아동옷을 전달해주는 NGO 그리고 쌀을 공급해주는 필리핀 정부기관 DSWD와 가구당 가족수에 따라 현금을 지원해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대만 불교단체 TZU CHI Foundation 등 수많은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이 각기 고유의 업무로 긴급구호에 뛰어들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의료지원을 위해 오키나와에서 파견된 미국군인, 중국에서 파견된 의료지원단, 가장 오랜 기간 파견되어 학교와 도로 등을 보수하고 메디컬 지원을 한 혈맹 한국군 아라우부대 그리고 초등학교를 보수한 미국군과 독일 단체들, 저는 서울역 무료급식소 ‘참 좋은 친구들’에서 파송되어 노숙자들의 아버지인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밥퍼 김범곤 목사님과 함께 현지 NGO와 파트너십으로 매일 2,500명의 어린이들에게 주 5회 무료급식 사역을 1년간 해왔습니다.

무료급식을 끝내면 각 텐트촌을 찾아다니며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슬픈 스토리를 경청했죠. 때로는 함께 울고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때로는 기도를 해주었지요.

그러던 중 한번은 공개적으로 생명을 잃은 자녀와 친지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당장 착수하여 생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추모공원(The Garden of Remenbrance)'을 가장 큰 피해지역인 타클로반 산호세 지역의 산호세초등학교 내에 세웠습니다.

필리핀 추모공원
▲추모공원 오프닝을 위해 한국에서 온 온누리교회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 솔리스트와 함께 왼쪽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최상용 선교사

산호세초교는 태풍 전에는 4,116명의 학생들이 다니다가 태풍 후에는 3,108명만 돌아왔지요. 123명만 사망신고 되었고 나머지 885명은 생존한 부모님들이 차마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실종된 아이들이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모공원이 문을 연 2014년 7월 18일엔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급우를 잃은 어린학생들 산호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 필리핀 교육부 관계자들, NGO 관계자들 그리고 태풍으로 여권부터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나 생존한 희망재단(Hope Foundation) 미국인 선교사 바비와 래리 부부, 삼보 야오카신 타클로반 부시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 신문기자들과 필리핀 최대방송국인 ABS-CBN이 오프닝 전 과정을 취재하고 당일 저녁 뉴스로 4분간 방영하여 타클로반 전 도시를 울렸습니다.

삼보 야오카신 타클로반 부시장과 함께
▲삼보 야오카신(사진 오른쪽) 타클로반 부시장과 함께 최상용 선교사가 추모공원 설립에 대한 감동을 나누고 있다. ©최상용 선교사

그날 저는 같은 해 4월16일 한국의 전라도 해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알리며 자녀를 잃은 슬픔을 잘 아는 여러분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한국의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친구를 잃은 급우들을 위로해달라는 요청에 모두 동의하였고 왼쪽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았습니다. 그날은 국화헌화도 노란 국화로 준비했으며 생명을 잃었던 어린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었죠.

마음 속의 슬픔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필리핀인들이 그날은 함께 부둥켜안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세월호 노란 리본
▲최상용 선교사 필리핀 주님들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최상용 선교사
세월호 노란 리본
▲최상용 선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산호세초등학교 선생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수업하는 산호세초등학교 선생님. ©최상용 선교사

레칸다조 패밀리는 23명이 한곳에 모여 있다가 고목들이 쓰러지며 피신처를 덮쳐 레칸다조 1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22명 전가족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달아주는 노란리본에 그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무너진 도시 타클로반에서 한국의 세월호 참사 부모들과 급우들에게 언어와 인종과 종파의 벽을 뛰어넘어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필리핀 타클로반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원
▲필리핀 타클로반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돌들. ©최상용 선교사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최강력 태풍 '하잉옌'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된 필리핀 타클로반 산호세초등학교 추모공원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동변상련의 아품을 나누는 추모의 공간이 마련됐다. ©최상용 선교사

1,000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은 산호세 초등학교와 304명 생명을 잃은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가 동변상련으로 자매학교가 되어 서로의 아픔과 문화를 교환하며 슬픔과 절망을 너머 희망을 나누는 한 ᆞ필 청소년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며 노란리본을 타클로반에서 전라도 진도 바다로 날려 보냅니다.

■ 최상용 선교사는…
부산에서 태어난 최 선교사는 그리스도대학교 졸업 및 총합 총회신학원을 수료하며 목회의 길을 시작했다. 러시아 선교에 큰 뜻을 품고 국내 러시아 선교 초창기 모스크바로 떠나 10여 년을 러시아 선교를 위해 헌신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국립대에서 언어연수까지 수료했다. 에티오피아 거리의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무료급식 사역을 시작으로 지금은 필리핀에서 남은 여생을 헌신하기 위해 밥퍼·물퍼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 후원계좌 : 농협 352-0435-0928-03 최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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