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수정
프린스턴 미션 박현숙 목사

해방과 독립

8.15는 우리 나라의 해방일 즉 독립기념일과 아울러 건국일을 기리는 광복절이다. 그런데 근자엔 대한민국의 독립을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건국의 의미로만 제한하려거나 광복절을 해방과는 동떨어진 건국일로만 제한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이는 해방과 독립과 광복을 일차적인 문자적인 의미에만 치우쳐 해석하느라 상호 유기적인 연관성을 고려치 않는데서 비롯한 것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영어: Independence Day, 独立記念日)은 다른 나라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들의 독립기념일은 식민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다. 1910년 8월에 조인, 발효된 한일 합방조약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권이 피탈(國權被奪)되었기에, 해방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획득한 날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8.15해방은 독립이 된다.

그러나 예기치않게 제2차 세계대전 결과 패전국으로부터 분리되는 지역들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면에서 자주독립의 능력이 없는 후진국들중의 하나로 간주되어 미소의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다. 신탁통치란 국제연합의 신탁을 받은 국가가 국제연합 총회 및 신탁통치 이사회의 감독을 받아 일정한 지역이 자체 통치 능력을 갖출 때까지 대신 통치해 주는 제도로 유엔 헌장 제 75 조에 규정되어 있다(나무 위키).

나무 위키의 서술대로 비록 신탁통치가 국내 지도자들에게 또다른 '새로운 식민지화 조치'로 까지 폄하될만큼 인식이 나빴고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국제연합 신탁통치는 그 명분상 자주 독립을 전제로 한 조치이며 실제로 자주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는 국제연합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식민지화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건국만을 국가 독립으로 간주하려는 것은 신탁통치를 제2의 식민지로 보려는 시각이 깔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독립운동가들 중에는 찬탁이나 찬탁에서 반탁으로 돌아선 이들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8.15 해방 기념식이 계속 거행되었다는 사실은 해방과 독립과의 불가분의 관계성을 시사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광복

독립운동가들에게 광복은 한반도의 해방 즉 완전한 독립을 의미했었는데 해방 후 정치 이념의 분할과 함께 예기치 않은 신탁통치를 통과한 후 불행히 일어난 남북분단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건국은 애석하게도 한맺힌 반쪽의 광복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로부터의 해방 즉 독립은 온전히 이루어진 것이어서 후에 광복절이 된 8.15기념일은 한반도의 해방/독립기념과 자주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건국기념을 아우른 국경일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1948년 이전인 1946년과 1947년의 8.15 행사의 공식명칭이 "광복 기념식"이 아닌 "해방 기념식"이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따라서 드디어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듬해인1949년 8월 15일 8.15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설 제1회 기념일인 오늘을 우리는 제4회 해방일과 같이 경축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한 표현은 아주 적확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8.15 한 날 두개의 기념일을 경축하게 된 것이다.

결국 1949년 10월 1일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된 초안의 명칭이 "독립 기념일"에서 "광복절"로 수정되어 통과된 것은 다름아닌 해방과 건국을 아우른 절기로서의 광복절을 제정한 것이었다. 이제 광복절에 관한 위키백과의 서술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광복절(光復節)은 현대 한국에서 기념되는 날로, 매년 양력 8월 15일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국경일로 법제화되어 있다.

광복은 문자 그대로 "빛(光)을 되찾음(復)"을 의미하고, 국권을 되찾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다만 해방 직후 미국소련을 통해 전개된 한국의 군정기에 따라 대한민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분단되었으며, 이후 양측 모두 이 날을 기념하지만 구체적인 의미가 다르다.

대한민국에서는 1945 8 15 해방되고 1948 8 15 대한민국 건국한 과정을 아울러 광복으로 명명하여 기념하고 있으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1945년의 민족해방만을 기념하며 건국은 다른 날짜에 이루어졌으므로 따로 기념한다.(→ 인민정권 창건일)"

위에서 광복은 일제로부터 피탈되었던 우리나라의 국권을 회복한 것과 아울러 자주독립 국가로 건립된 과정을 말해주고 있음을 알수있다. 이와같이 대한민국의 해방과 건국은 모두 광복의 의미를 지닌다.

만일 국경일인 광복절을 혹자가 주장하듯 해방을 빼고 건국을 기리는 것에만 국한시키려 한다면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민족해방일과 건국일로 나누어 해방일을 따로 기려야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북한과 달리 해방일과 건국일이 동일한 8.15 한 날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이는 광복이 가지는 원융한 의미에 대한 몰이해와 가치절하로 인해 야기되는 국민 정서의 어색하고도 어리석은 낭비일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해방과 건국을 확실히 구분하되 광복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 또한 충실히 이해해야 할것이다.

광복의 사명

한편 필자는 기독교인으로서"광복"이란 의미를 다른 차원에서 한번 더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광복"이란 단어엔 '해방'과 "독립" "건국"등 그 어떤 단어에서 맛볼수없는 훨씬 포괄적이고 심오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잃었던 빛을 회복하다"라는 의미는 정치적인 은유를 넘어선 정서적이고 영적인 의미마저 한층 더해주므로 자연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퍽 감동의 울림이 어린 단어로 전달되어온 것이다.

실로 오랜세월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우리 민족의 해방의 감격은 두말할것도 없이 광복의 의미와 상통하는 바가 크다. 비단 정치적인 면에서의 국권의 회복 뿐만 아니라 신앙적인 면에서도 신사참배의 강요와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에서 벗어나 생명의 빛이 한반도에 회복되어진 은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혹자가 "해방"을 "임신"에 "건국"을 "탄생"에 비유하였다는데 이론상으론 합당할지 모르나 실제적인 국민정서와는 많이 동떨어진 표현이다. 이는 마치 교리주의자들이 성령의 역동적 역사에 대해 옹색하게 표현하는 듯한 분위기같은걸 연상케한다.

'임신'은 일부러 공표하지 않는한 드러나지 않은 개인적인 사실에만 머무를수 있는 성격의 사건이기에 온 세계에 알려지고 온 국민이 환호하는 국가적으로 일어난 사건인 해방에 적합한 비유는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해방'은 '탄생'에 비유되는 '건국'에 못지않게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 기적적인 이벤트라 느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흥분스런 사건이다.

모세를 통한 이스라엘의 출애굽의 사건은 시내산에서의 율법 제정 사건보다 더 주도적이고 힘있게 드라마틱한 감동의 장면으로 우리의 가슴에 남겨진다. 대한민국의 해방 또한 헌신되었던 자들이 걸어갔던 역사의 면면을 들여다볼때 마찬가지로서 분명 하나님께서 주도하신 역사의 한 페이지이다. 실로 생각컨대 식민지에서 해방된 세계상의 국가들중 "해방"이나 "독립" 그리고 "건국"대신에 우리나라처럼 "광복"이란 표현을 쓰는 나라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참 생각할수록 예외적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수 없다. 광복, 빛의 회복은 곧 참빛으로 오신 주님의 회복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해방과 건국이 지금껏 "광복"으로 불리게 된 것은 모종의 단체들간의 이념적 갈등의 여부에 관계없이 여기엔 분명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역사를 주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방과 건국이 "잃었던 생명 찾았고...광명을 얻었다..".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가사가 연상되는 복음적인 "광복"으로 유독 명칭된 것이 말이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복음을 전하는 지상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국적을 막론하고 상대편 사람들에게 "광복"이란 명칭을 들어 우리나라를 해방하고 건국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전한다면 그 얼마나 은혜롭고 멋진 일이겠는가?

해방과 건국을 아우르고 넘어서는 우리의 광복절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과제와 사명이 뚜렷이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이 과제와 사명은 정치적인 의미와는 차원이 다른 십자가의 차원이요 그리스도적인 차원이다. 북녘의 동포들을 포로에서 구해내고 눈먼 저들을 다시보게 하고 눌린 저들을 자유케하고 저들의 상처를 싸매고 치유하라는 복음의 메시지가 분명히 들어있는 것이다. 진정 대한민국 크리스찬들을 향한 하나님의 절절한 음성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방이 내용상으론 불완전한 독립을 가졌었듯이 우리나라의 건국 또한 내용상으론 반쪽의 독립이 되어왔으나 이미 해방의 기적을 통해 한반도에 약속의 광복으로 임하신 하나님의 역사는 건국이래 쉬지않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한 광복을 이루어가며 진행되어 오고 있음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힐렐루야!

■ 박현숙 목사는 서울대 수료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칼럼리스트로 활동해 왔으며,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않다"가 있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www.princetonmission.org)을 통한 글로벌 문서 선교일에 종사하고 있다. same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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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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