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박해하는 용의 왕국에 대하여 요한이 본 일곱 환상이 계시록 12장과 13장에 나와 있다. 이는 박해의 주범인 사탄(용)과 그의 하수인들(짐승)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교회를 핍박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12장에서는 용(사탄)이 여인(성모 마리아)을 공격하는 하늘에서의 싸움을 네 가지 환상으로 묘사했는데, 용이 미가엘 천사장과의 전투에서 패하여 땅으로 추락하였다. 용은 자신이 여자를 해칠 수 없음을 알자 그 여자의 후손( 예수님과 교회)을 해하려고 자기 부하인 짐승들(마귀)을 동원한다.

▲붉은 용 앞에서 바다로부터 올라온 짐승에게 경배하는 백성들을 지켜보시는 하나님(The Lord watching the people worship the beast of the sea in the presence of the red dragon)ㅣ굴벤키안묵시록(the Gulbenkian Apocalypse)ㅣ1265-70년경(ca. 1265-1270.)ㅣ쿨벤키안 박물관, 리스본, 포르투갈(Gulbenkian Foundation Museum, Lisbon, Portugal)

그리하여 13장에서는 용의 부하인 짐승과 여인의 후손과의 싸움을 보여주는 마지막 세 가지 환상을 기록하였다. 바다와 땅으로부터 올라온 짐승들이 교회와 세상 사람들을 공격하여 666이란 짐승의 표를 이마에 찍는 말세의 환상이 우리를 전율케 한다.

■ 다섯째 환상 : 온 땅이 용과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에게 경배하다

요한이 본 다섯째 환상은 바다로부터 올라온 짐승의 기괴한 모습과 용과 짐승에게 온 땅이 경배하는 장면이다.

"나는 바다에서 짐승 하나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본 그 짐승은 표범과 비슷한데,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과 같았습니다. 용이 그 짐승에게 권세를 주니, 사람들은 그 용에게 경배하였습니다. 또 그들은 누가 이 짐승과 같으랴, 누가 이 짐승과 맞서서 싸울 수 있으랴 하고 말하면서, 그 짐승에게 경배하였습니다."(표준새번역 계13:1-4)

짐승이 올라 온 바다는 무저갱과 같은 혼돈한 악의 세계를 가리킨다. 이 짐승의 모습이 표범, 곰, 사자와 같다는 것은 일찍이 바벨론에서 포로생활하던 청년 다니엘이 환상(7장)에서 본 동물로서 바벨론, 메데, 파사, 헬라를 상징하는 짐승들이다.

그러므로 요한이 본 그 짐승은 로마제국이다. 당시 로마제국은 그때까지 모든 적그리스도 국가인 4개국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기독교를 박해하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그가 두려워 모두 용과 짐승들에게 경배하였다고 기록하였다.

위의 그림은 13세기에 제작된 굴벤키안묵시록의 삽화이다. 용과 짐승은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으로 그 거대한 야수 앞에 사람들이 경배하며 찬양까지 하는 모습을 심판의 주인 하나님이 응시하고 있다.

중세 묵시록은 대부분 그 묵시록을 필사한 수도원 이름에서 따왔으나 굴벤키안묵시록은 영국의 석유 사업자이며 말년을 포르투갈에서 보낸 칼루스트 굴벤키안(Calouste Sarkis Gulbenkian, 1869~1955)이 평생 수집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리스본에 세운 박물관 소장품이다.

■ 여섯째 환상 : 마흔두 달 동안 하나님을 모독하는 짐승

"그 짐승은 큰 소리를 치며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입을 받고 마흔두 달 동안 활동할 권세를 받았습니다."(계13:5)

짐승은 용으로부터 하나님을 훼방하는 권세를 받았다. 역사적으로 하나님을 모독한 행위를 보면 바벨론왕 느부갓네살은 예루살렘성전을 불사르고 성전기물을 가져갔으며, 수리아왕 안디오커스 에피파네스는 성전에 돼지 피를 뿌렸으며, 로마의 폭군 네로는 자신을 세상의 구주로 자처한 일 등이 연상된다.

짐승의 권세는 마흔두 달 동안 행사할 수 있다. 마흔두 달은 3년 반의 기간으로 7년대환난 기간 중에서 교회를 극심하게 핍박하는 <후 3년 반>을 가리킨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ㅣ짐승의 수 666(The number of the beast is 666)ㅣ1805.ㅣ로젠바흐박물관, 필라델피아(Philadelphia, Rosenbach Museum and Library)

■ 일곱째 환상 ; 오른손이나 이마에 666 표가 찍힌 사람들

요한이 본 마지막 환상은 바다에서 나온 짐승이 아닌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구약에 의하면 여성괴물인 리워야단(레비아탄:Leviathan)은 깊은 바다에서 살고(사27:1), 남성괴물인 베헤못(Behemoth)은 광야에 산다는 말(에녹서)이 있듯이 계시록에도 바다와 땅의 짐승이 함께 나온다.

땅에서 나온 짐승은 두 뿔이 있는 어린양 모습이나 용처럼 말하는 기이한 형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외모는 어린 양(그리스도)이나 그 중심은 용(사탄)인 것이다. 요한은 그를 미혹하게 하는 자이며 거짓 선지자라고 풀이해 준다.

영국의 시인·화가이자 환상적인 신비주의자로 살았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중세 때부터 어느 누구도 그림으로 그리기 어려운 주제인 <짐승의 표 666>이란 그림을 남기고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앞에는 두 뿔이 있는 순한 양의 모습이나 중심에는 붉은 빛을 내는 용의 눈을 가진 괴물인 짐승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잘 생긴 인간의 모습으로 거대한 용의 날개 속에서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다.

이 짐승은 사람들에게 오른손이나 이마에 짐승의 표인 을 받게 한다.

"또 작은 자나 큰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자유인이나 종이나 할 것 없이, 다 그들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였습니다.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사람, 곧 그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을 나타내는 숫자로 표가 찍힌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팔거나 사거나 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여기에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각이 있는 사람은 그 짐승을 상징하는 숫자를 세어 보십시오. 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 육십 육입니다."(계13:16-18)

짐승은 세상 사람들에게 오른손이나 이마에 짐승의 표를 받게 하였다. 이는 대환난을 피할 수 있도록 144,000명에게 이마에 성부와 어린 양의 이름으로 도장을 받도록 한 성도(계7:1-4)를 본 따서 이 짐승은 사람들에게 짐승의 표를 받게 한 것이다.

표를 받게 한다는 것은 당시 로마가 강요한 황제예배에 참여한 자들에게 주었던 참가확인서를 배경으로 한다. 표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아무나 팔거나 사거나 할 수 없게 하였는데 이 표는 배급표와 같은 역할을 하였으므로 이 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었다.

이 표는 짐승을 상징하는 숫자이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이라고 하였다. 짐승과 같은 그 이름의 수는 AD 10세기에 아라비아 숫자가 발명되기까지 문자로 수를 표시하였다. 666에 해당하는 이름의 수를 가진 짐승이 누구인가에 대한 신학적 연구가 오랜 기간 논의 되었다.

그런 이름을 가진 이는 로마제국의 폭군 "네로"를 먼저 친다. 네로 이름의 히브리어 표기는"네론 카이살"인데 그 히브리식 숫자를 계산해 보면 666이 된다.

다른 해석으로는 666은 로마를 가리키는 "라테이노스"란 헬라어의 숫자란 주장과 헬라의 악신 "테이탄"의 숫자란 것이다. 테이탄은 헬라신화에 나오는 하나님을 적대하는 거대한 신이었으며 계시록 저자인 요한은 기독교를 가장 탄압한 로마황제 도미시안을 테이탄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설로는 666은 역사적 특정인이 아니라 상징적인 수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6은 완전수인 7에서 하나가 모자라는 불완전 숫자로서 666은 마귀의 수, 인본주의 수인 것이다. 777이 하나님의 삼위일체 수라면 666은 불완전한 마귀의 삼위일체 수라는 이론이다.

에 대한 학설을 종합해 보면 짐승의 표인 666은 가까이는 요한 당시 적그리스도 세력이었던 로마제국이나 폭군 네로와 도미시안을 가리키고, 멀리는 예수님 재림 전에 나타날 모든 적그리스도 세력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짐승의 표 666에 관한 요한의 증거는 대환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마에 누구의 도장을 받을 것인지 다시 한 번 믿음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세상의 적그리스도 권력과 타협하고 거짓 선지자에게 미혹되어 나도 모르게 짐승의 표가 찍혀 마귀에게 경배하고 현세의 만족을 탐하고 살기는 쉽다. 그러나 이 세상의 온갖 고난과 핍박을 이겨내고 주님 재림하실 때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인 치심 (도장 찍음)을 받는 성도들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정훈칼럼 #강정훈교수 #성서화칼럼 #성서화탐구 #요한계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