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예안교회 이태영 목사 부부. 부부가 6년만에 기도해서 얻은 딸 하은이는 이들의 가장 큰 후원자라고 한다. 이 목사가 “개척교회 못하겠다”고 하면, 하은이는 “아빠 힘내세요. 제가 기도하고 있어요” 라고 한단다. ⓒ이대웅 기자
“예배 때 시끄럽다고 경찰이 출동한 적도 열 번이 넘어요. 천막이라 전도가 안될 것 같죠?(웃음) 그래도 지난 여름성경학교에 2명이 나와 잘 훈련받고 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부흥이 뭔지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빈 자리만 채우면 부흥인가 하는….”

진짜 ‘천막교회’였다. 하지만 진짜 ‘나누는 교회’다. 검단예안교회에서 사역하는 이태영 목사·김희영 사모는 한겨울 강추위에도 연탄난로에 의지한 채 기도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가 시작됐다.

-성도들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30명 정도였는데, 교회 지을 비전을 이야기했더니 절반이 떠나갔어요. 저희가 천막교회이지만, 나누는 교회의 은사를 주셨어요. 작년에는 배추가, 올해는 배추보다 양념이 비쌌는데, 자동차전용도로에 고춧가루 포대가 떨어져 있어 이걸로 김치를 담궈 주변 어려운 30가정에 나눠드렸어요. 김치 300포기를 하느라…(웃음).

우리 목사님은 쌀이 4-5포대만 들어와도 다 나눠주세요. ‘우리도 청년들 2명 데리고 있고, 식구가 9-10명 되는데 왜 다 가져가세요?’ 한 적도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쌀이 떨어질 때가 되면 아는 분들 통해 들어와요. 나누려는 마음을 먹으니 풍성하지는 않지만 사르밧 과부의 기름통처럼 마르지 않네요. 이런 영적인 원리를 깨달으니 마음에 풍성함을 주시는구나 생각합니다. 교회를 보지 못한 주위 분들은 저희 교회가 꽤 큰 줄 알아요(웃음).”

검단예안교회는 요즘 노방전도보다 관계전도에 집중한다고 한다. 오며가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모의 친정에서 가져온 떡도 갖다드리면서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제는 절 다니는 사람도 ‘목사님 오셨네’ 하신다.

이런 검단예안교회가 주변 이웃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안경전도 행사와 함께 개최한 노래자랑 때문이다. 가끔 기도하러 오시는 다른 교회 집사님의 헌신으로 짜장면 3백 그릇까지 준비했는데, 하필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목사는 기도하고 선포했다. “다섯시부터는 비 안 옵니다. 기도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다섯시, 비가 그쳤다.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한 집사님은 가수 위일청 씨를 데려와서 무료로 봉사하셨고, 백석숯불가마 사장님도 이용권 250장을 상품으로 기증하셨어요. 노래자랑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잡곡도 나눠드렸죠.”

-힘들진 않으세요.

“저도 처음 개척 때는 교인 머릿수만 셌어요(웃음). 이제는 이념과 모든 목표가 바뀌었어요. 아버지 사랑을 한 사람이라도 온전히 깨닫게 하는 거에요. 2명이 있든 3명이 앉았든 기쁩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베푸는 것이 목회 아닐까요. 예수님 말씀을 대신 전해주는 거요. 그래서 가진 것 없지만 섬기고 채워주시는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베푸는 교회로 자리매김하니 뿌듯한 일이 계속 생겨요. 하나님이 계속 연결시켜 주세요. 난로가 필요했는데, 상가 7층에 교회가 있는 어떤 목사님이 고층이라 난로가 켜지질 않아 저희에게 주셨어요. 연탄도 한 권사님이 주셨구요. 교만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께서 차고 넘치게 해 주세요.”

-천막교회가 된 이유는 뭔가요.

“지난 2007년에 개척을 시작했어요. 강화도까지 가 봤는데 하나님께서 계속 이곳으로 부르시더라고요. 원래 교회는 컨테이너식 건물이 있었는데, 지난 정부 때 관련 법규정 때문에 철거해야 했어요. 그 컨테이너도 원래 넘겨줄 곳이 따로 있었는데, 불이 나서 교회 건물이 잿더미가 된 한 목사님께 쓰시라고 드렸습니다. 처음엔 저도 울음밖에 나오지 않았지요. 그러다 ‘내 주 예수 계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라는 찬송이 떠오르는 거에요.

지금은 왜 이곳으로 오라 하셨는지 조금 이해가 돼요. 주변이 굉장히 열악한 곳이에요. 알콜중독자도 많고, 부모 없는 조손가정도 많고…. 6학년인데도 한글을 모르는 아이도 있었어요. 천막교회 되기 전에는 아이들 데려다 한글도 가르쳤어요. 교회가 그런 면에서 참 할 일이 많은데, 주변 교회에서는 우리가 그런 일을 하면 오히려 방해하더라고요.

▲교회의 내·외부 전경. 비록 ‘천막교회’지만, 이 목사는 “베드로가 예수님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을 내렸더니 야고보와 요한의 배까지 넘치도록 고기가 가득찼듯, 연합사역을 통해 죽어가는 영혼들을 많이 건져올려 하나님 자녀임을 증거하는 거점교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좋은 땅이었으면 출신이 통합 교단이라 ‘클래식’한 교회 세워서 정통 예배를 드렸겠지요. 그런데 이곳이 근린생활 시설이라 교회 건물을 지을 수 없어요. 그래서 주민생활체육센터 같은 건물을 지으려 해요. 누구나 와서 마음껏 운동하고 자연스럽게 전도도 할 수 있게요. 그래서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드렸어요. 보통 2주면 끝난다는데 관청에서 허가받는 데만 3년 반이 걸렸어요. 그런데 더 좋게 하시려는 계획이 있었어요. 처음엔 조립식 1층 건물을 하려 했는데, 3층 목조 건물을 세우려고요.

십자가는 올리지 못하지만, 성도님들께 선포했어요. 여러분들이 십자가가 되어라. ‘자체발광’하라. 십자가는 우리와 우리, 여러분과 이웃을 이어주는 거잖아요. 하나님께서 큰 교회도 쓰시지만, 한 영혼 구원에 힘쓰는 작은교회들도 많이 사용하시리라 믿어요. 작은교회 사명이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모금 주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천막교회이지만, 밤 11시에 밥 좀 달라고 찾아오시는 할아버지도 계세요.”

-건물을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들텐데….

“저희 성도님들 중에 장애인 2급 판정에 관음증이 있던 한 남성이 계셨어요. 전도를 꼭 따라다니는데, 여성만 보면…. 사람들이 데리고 다니지 말라고 많이들 말리셨죠. 그래서 ‘그럼 이 분은 어디 가서 전도하겠냐’고 했죠. 사실 집에서도 어찌할 수 없어 방치한 사람이었어요. 저희가 매번 목욕도 시켜드리고 6-7개월 섬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분이 재수씨를 데려왔는데, 목사님이셨어요. 도와줄 거 없냐고 하시더니 전도용품을 대드리겠다네요. 그게 기능성 내의인데, 피트월드 한동환 회장님(박재은 권사)이 1만 5천벌을 기증하셨어요. 7만원 짜리인데, 1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성전 건축에 쓰라고요. 일단 해외 선교사님들이나 어려운 교회들에 먼저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다들 우리가 천막교회라고 하면 놀라세요(웃음). 성전건축은 믿음으로 맡겨야죠 이곳에 복음의 터전이 필요하다면 하나님의 방법으로 역사 하시겠죠.”

▲검단예안교회가 헐리기 전 ‘컨테이너 교회’ 때의 모습. 맨 앞줄 양 옆이 목회자 부부다. ⓒ검단예안교회 제공

-건물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제 목회 지침이 ‘경천애인(敬天愛人)’이에요. 요한복음 말씀처럼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잖아요. 저희 교회는 그런 사랑을 나타내고 싶어요. 이 검단 지역을 구원하고 죽어가는 영혼들 건져야지요. 클래식한 교회가 아니라, 체육시설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먹고 즐기는…. 작은교회세우기연합(대표 정성진 목사)과 연계해서 다문화가정 무료결혼식도 열고, 청소년들과 어르신들 위한 사역도 할 거에요. 예수님처럼 찾아가는 목회를 할 겁니다. 4년간 아픈 세월이 많았지만, 더 좋은 곳 허락하실 거에요.

이번 김장할 때 전도하려는 집이 고물상인데, 배추를 많이 심어놓은 거에요. 그런데 너무 형편이 없었어요. 거기다 사러 갔더니 저희가 다 뽑아서 가져가래요. 제값 다 주고 샀어요. 일곱번 씻어서 김장했다니까요.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하지만, 한 영혼 구하러 그 정도 못하겠습니까. 6만원만 달라는데, 8만원 드렸습니다. 그런데 지지난 주 등록하셨어요. 좀 미안하셨나봐요. 배추 필요하면 말씀하시라는데 손사래를 쳤죠(웃음).

우리 사역이 남들이 볼 때는 이상적이고 바보 같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수님이라도 그렇게 하셨으리라 믿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셨잖아요. 우리 예안교회는 산에 있는 고고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 물이 들어오지 못하고 생명수가 흘러 세상을 살리고 예수님의 보혈이 넘쳐 많은 영혼들 치료하는 교회가 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 있고 나서 나누는 게 아니라, 없을 때부터 나누자는 마음이요. 구호가 ‘맛있을 때 나눠먹자’에요. 아까 쌀 얘기 했지만 두고 먹으면 좋은데, 하나님이 절대 원하시지 않더라고요. 있으면 불안해요(웃음). 갖다줘야 마음이 편해요. 김장도 해서 안산, 강화도 끝까지 갖다드렸어요. 가져가시라고 하면 자존심 때문에 안 오시거든요. 가장 큰 은사는, 베푸는 은사가 아닐까 합니다.” 작지만 강한 교회, 검단예안교회 이야기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거점교회 #천만교회 #검단예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