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육학회가 4일 이화여대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2015년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학교폭력이란 말이 진부해 질 만큼 학교폭력은 더 이상 충격적인 말이 아니다. 일반적 학교폭력의 경우 사람들은 이제 상식의 선에서 받아들여지지 더 이상 큰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언론에서도 웬만큼 '특별한' 폭력이 아니고는 학교폭력을 잘 다루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또는 청소년 폭력에 대해 둔감해져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이재영 원장)

이러한 문제제기를 갖고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이규민)가 4일 이화여대 대학교회에 모여 "폭력사회와 청소년 기독교교육의 방향모색"을 주제로 '2015년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는 이승연 박사(이화여대) 송순재 박사(감신대) 이재영 원장 등이 했는데, 이들은 각각 '폭력'을 주제로 심리적 접근, 기독교교육적 접근, 실천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승연 박사는 "괴롭힘의 심리학적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먼저 "괴롭힘(bullying)을 포함한 학교폭력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논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말 괴롭힘 피해학생들의 자살 사망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학교폭력 예방과 개입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변화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이승연 박사

그러나 이 박사는 "안타깝게도 학교폭력을 줄여야 한다는 강한 사회적 압력은 학교폭력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학교폭력을 단순히 지금 당장 뿌리 뽑아야 하는 '사회악'으로 규정해 '처벌' 위주로 대응하는 것에 급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박사는 "지금까지 학교폭력 또는 괴롭힘을 다루기 위해 문제행동을 발생시키고 지속시켰던 환경적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와 가해자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개인내적 속성을 변화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지닌 병리적이거나 부적응적인 속성에 큰 관심이 있고,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이를 개선한다면 학교폭력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에 머물러 왔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학교폭력을 둘러싼 집단 역동과 환경적 맥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 피해나 가해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가해자가 얻고자 했던 힘과 영향력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학교 내 구성원들 간의 힘의 균형을 살릴 수 있도록 학생들을 empower 시키고, 처벌보다는 긍정적이고 예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교폭력 예방법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공격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모든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이미 있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행복한 학교 사회를 만드는 것에 우리 모두의 관심을 돌려야 할 때"라 이야기 했다.

송준재 박사는 "폭력사회와 인간성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이론과 실천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접근 방식과 교육청, 단위 학교의 상황을 살피고, 해법과 대책 중 참고나 모형이 될 만한 세례에 대해 생각해 본 후,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부분적이거나 사후 조치를 넘어 좀 더 포괄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해법과 대책에 초점을 맞춰서 '인간성을 위한 교육'을 제언했다. 송 박사는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등의 사례를 들어 "인간성을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면 학교 토양 자체가 폭력이 자랄 수 없는 토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원장은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발표했는데, "최근 몇몇 나라에서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안적 접근으로 등장하고 있는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회복적 정의'는 전통적 사법에서 정의하는 범죄의 개념처럼 '어떤 법을 어겼기 때문에 응당 이러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응보적 관점이 아니라, 범죄는 관계를 깨뜨린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 그 깨어진 관계와 피해를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사법절차 과정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 범죄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범죄로 인해 잘못된 결과를 올바르게 정정하는 책임을 갖게 하도록 한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이재영 원장

특히 이 원장은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이 성경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하고, "교회에서는 간혹 하나님을 마치 높은 의자에 앉아 잘못이 있는 죄인들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재판관의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처벌 목적은 샬롬의 회복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용서의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고, 첫 살인자인 가인을 사형시키지 않고 끝없이 범죄 했던 이스라엘 백성을 섬멸치 않았던 하나님의 끝없는 구속사역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회복적 정의 모델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는 "고질적 학교폭력 문제를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회복적 접근 방법이 하루 속히 일반화 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학교와 교육당국, 지역사회, 시민단체, 사법기간 등 다양한 사회단위에서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하고 유기적 연대를 이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원장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넓은 영역에서 평화와 화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교회와 일선 학교에서 헌신하고 있는 기독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일선 학교에서 혹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의 전문 조정자에게 의뢰해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또는 '갈등당사자 대화모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외부 조정자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육단체 내부적으로 갈등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말하고, "무엇보다 학교 주변 교회들과 연계해 학교폭력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과 이해에서 접근하고 상호 협력하는 지역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학교의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접근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세 사람의 발표 외에도 오후 세션에서 분과별 21편의 논문발표가 이뤄졌다. 행사는 이화여성신학연구소가 공동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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