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올해 동아시아 경제의 최대 난제인 '통화전쟁'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통화금융협력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거버넌스의 수준을 선진화시켜 구조개혁과 경제개혁을 성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 한국경제학회(회장 김정식), 한미경제학회(회장 최재필)가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콜로네이드 보스턴 호텔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2015년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의 주요 키워드는 '통화전쟁·원유전쟁,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난제'와 '구조개혁·경제회생 성공 여부는 거버넌스 선진화 수준'이다.

이번 모임은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주요국의 경쟁적 양적환화 정책, 중국경제 성장 둔화 등에 따른 대외 리스크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학회·한미경제학회와 공동으로 이번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 금번 세미나 토론자로는 리차드 쿠퍼(Richard Cooper)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 제프리 프랑켈(Jeffrey Frankel)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김인철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전방남 미국 드렉셀대학 교수,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통화전쟁과 원유전쟁이 초래할 파장을 어떻게 해쳐갈 것인지가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일본·유럽의 양적 완화 가속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는 슈퍼달러 초엔저로 대변되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초빙연구위원은"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동남아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화유동성 점검과 함께 동아시아 통화금융협력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방남 미국 드렉셀 대학교 교수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의 포트폴리오 투자의 유출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 미국?유로존?일본 등의 통화정책 변화, △ 국가간 금리 차, △ 수익의 변동성 등을 들었다. 그는 또 "미국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monetary policy normalization)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자본유입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들 국가의 자본유입 감소폭을 축소시키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 교수는 전망했다. 이어서 그는 "뱅크 론(bank loan)을 통한 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급격한 자본 유출 등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내외 여신을 통한 뱅크 론을 통한 자본이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철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성균관대)은 아시아 신흥국이 당면한 정책 이슈로 △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적정 외환보유액, △ 환율정책, △ 통화·금리정책, △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 적정 물가안정 목표(inflation targeting)치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이어서 김 교수는 적정 환율·외환보유액 수준은 중앙은행의 통화·금리정책과 정부당국의 외환정책 간 연계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명목 GDP(국내총생산)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결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기재부 등)과 중앙은행이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율 변동성과 자본 통제 수준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적정 수준을 설정할 경우 특정 수준을 목표(point-targeting)로 삼기 보다는 일정한 범위 중심의 타게팅(range-targeting)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구조개혁과 경제재건과 경제회생의 성공 여부는 거버넌스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 수준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과 독일을 들었다. 일본과 독일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각각 25%, 21%를 넘어서는 초고령 국가다. 지난 20년 간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은 정체와 퇴행을 거듭한 반면 독일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의 거버넌스 수준을 비교한 결과, 일본은 '부패?법치?관료의 질'로 측정한 2012년 국가시스템 지수가 0.59(2000년 0.56→ 2012년 0.59)로 독일 0.65(2000년 0.62→ 2012년 0.65)에 비해 낮았다. 이와 달리 독일의 시민사회 수준도 일본보다 높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분석 기간(2000~2012년) 중 거버넌스 지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였지만 독일과 일본에 비해 국가시스템과 시민사회 지수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의 수준 차이가 경제성장에 중요 결정요인임을 방증한다"며, "장기적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시스템 개혁과 시민사회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경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금융시장 인수합병 활성화가 미국 경제, 특히 미국의 구조조정의 원활화를 제고하고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해 미국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며 "한국도 구조조정 활성화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차드 쿠퍼 교수는 "최근 유가급락은 석유 탐사와 개발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지만 최근 탐사개발비용 하락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며 유가하락은 미국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경제가 세일가스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높은 혁신성,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강건성과 적응성, 이민 등에 힘입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젊은 인구구조로 인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최근 미국 생산성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연방정부 셧다운 부채상한 등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미국의 성장 둔화는 장기정체론자들의 주장처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한 실질균형금리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생산성 둔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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