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기관리재단 창립 4주년 기념 위기관리포럼에서 발표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설마 내가 사고를 당할까'라는 한국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선교지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믿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해요."

교단선교부·선교단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2007년 아프간 사건을 겪은 이후에도 한국 선교계의 안전 불감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재해, 질병, 추방 등 선교사 위기관리에 대한 교계와 선교계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린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주최 '위기관리포럼'에 참여한 KCMS 위기관리연구소장 도문갑 목사(GMP), KCMS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 GP연구개발원장 이용웅 선교사, 예장고신 멤버케어위원회 위원 류영기 목사는 패널토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는 전 인터서브코리아 대표 정마태 선교사가 맡았다.

■ 선교사 위기관리의 문제점과 취약점

이날 도문갑 목사는 "선교사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지만, 훈련과 교육, 관리하려니 재원이 부족하다"며 "위기관리의 전체 그림과 성격을 알면 '1:10:100의 원리'를 따라 위기관리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1:10:100은 하나의 자원을 투자해 교육하고 준비하면 위기가 발생해도 10의 유익을 얻을 수 있지만, 만일 준비하지 않으면 손실은 100에서 시작해 거의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커진다는 의미다.

그는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놓치는 '소탐대실'을 피해야 할 뿐 아니라, 위기를 예측하고 예방, 관리하기 위해 교회의 가치 체계부터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 기독교가 신앙적 균형을 잃고, 교회가 하나님의 뜻과 사람이 감당할 책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며, 신학적 정리가 안 되면서 정서적으로 세상에 휩쓸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분명한 가치 체계, 곧 성경적 가치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여 사회 변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느냐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미국에서는 주차 문제와 위험 시 신속한 대피 등을 이유로 주에서 교인 수를 관리한다"며 "세월호를 대표하는 한국의 안전 불감증이 선교지에도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위기관리를 강조할만한 선교계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대 목사는 "성경에서 위기 사건을 빼면 남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며 "거의 다 위기를 만난 개인, 가정, 조직, 국가가 주님의 개입으로 해결되고, 이를 통해 주님의 뜻을 이뤄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관리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경은 우리의 죽음이 어느 때 올지 모르기 때문에 깨어서 기도하라고 하며, 죽음을 넘어선 부활과 생명을 말한다"며 "그럼에도 성경자체가 요구하는 믿음과 준비가 정말 아무런 준비와 대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좀 더 깊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기 목사는 "15년간 국제선교단체인 OMF에 있었고, 이후 교단선교사로 활동하면서 각 선교단체의 멤버케어 형편을 듣고는 비판의 대상이 아닌, 짐을 나눠 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멤버케어에 대해 단체들마다 온도 차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잘 준비된 단체들이 부족한 단체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기 발생 시 KCMS가 한국 선교계 전체 입장에서 좀 더 노력하고 섬겨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왼쪽부터 정마태 선교사, 도문갑 목사, 김진대 목사, 이용웅 선교사, 류영기 목사.   ©이지희 기자

■ 선교사 위기관리 문제, 어떻게 보완할까

류 목사는 선교사 위기관리 중에서도 선교사에게 도덕적 문제가 일어났을 때 "덮으려 하지 말고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선교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한국선교 전체를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선교 현장에서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도문갑 목사는 "대게 사건, 사고는 선교 현장에서 일어나지만 감당할 부분은 본부가 훨씬 큰 상황"이라며 "문제가 터진 현장에서 관리할 측면도 있는데, 정작 발생한 위기보다 더 큰 영향력으로 증폭돼 문제를 크게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도 목사는 "위기 증폭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 등 기타 초동 관리의 부족"이라며 "선교단체라면 미디어의 속성을 알고, 위기 시 미디어 대응법을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기 시 미디어 정책은 아주 상식적이고 간단한데 이를 놓쳐서 생기는 여파는 엄청나게 크다"며 "단체 리더십부터 전체적인 위기관리 훈련을 받고, 선교 현장으로까지 훈련이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마태 선교사는 "캄보디아 방효원 인터서브 선교사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도문갑 목사님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아 실행했는데 매우 유용했다"며 "위기 시 미디어 주도권을 선교단체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이날 빠르게 발전하는 SNS 환경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가 개발되고 삽시간에 전파되면서 현장 선교사도, 본부 선교사도 SNS의 보안이 어디까지 되는지 잘 모른 채 사용한다"며 "선교사 각자 소견에 따라 맡기는데, 지나치게 조심해서 역작용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역을 노출하는 등 무모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특히 보안지역 선교사들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저조차 변화하는 SNS 환경을 잘 모르고, 가이드라인도 없는데 KWMA나 KCMS 차원에서 선교사에게 SNS 활용에 대한 훈련을 시키거나, 현장 선교사에게 가이드라인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영기 목사는 "위기 시 인터넷에 올라온 부정적인 댓글 관리도 쉽지 않다"며 "필요할 경우 전문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마태 선교사는 "위기 시 우리의 초점은 우리 교회, 선교단체, 선교사에 있지만 위기를 당한 현지인들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선교사들은 현지인과 밀착돼 있는데, 현지인들이 위기를 당할 때 선교사들에 대한 지침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P국 현지인교회에서 일어난 테러로 9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을 들며 "사건 당시 보복테러가 우려돼 미디어 보도를 막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교회의 고아, 과부들이 고통 가운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도문갑 목사는 "아프간처럼 내전이 일어나거나 무정부상태가 되면 전면적으로 선교사가 철수해야 한다"며 "누가 최종적으로 철수 결정을 하고, 철수 명령을 내리는 지에 대한 문제, 불가피하게 현지 성도들을 떠날 때에도 미리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문제, 철수 후 현지 교인 보호 문제, 철수 후 죄책감이나 정체성 위기까지 겪는 선교사를 위한 디브리핑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박한 위기 때 현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 가능한 지침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기관리 훈련과 교육 방안

도문갑 목사는 "교회, 선교단체에 위기관리를 상기시키고, 체질화시켜야 한다"며 "특별히 리더십이 바뀌면, 새 리더십이 위기관리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나라나 지역에 선교사가 100명 이상 있다면, 한 사람의 위기관리 전문가를 전임으로 두는 게 좋다"며 "큰 서구단체는 한 나라는 100명, 권역은 200~300명, 본국은 300명당 1명의 위기 전문가를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진대 목사는 "KCMS 입장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훈련과 교육"이라며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만, 큰 교회들은 단기봉사 시즌이 되면 교육을 부탁하고 있고, 한 교단 선교부는 대표와 간사가 훈련을 받은 뒤 내년 본국사역(안식년) 선교사 훈련 때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위기관리 교육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보다 위기관리 자료도 개선되었는데, 교육에 참여한 분들이 도전받고 단체에 돌아가 홍보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강의 위주로 된 이론적, 추상적인 위기관리 교육이 아니라 미국 위기관리단체인 FSA처럼 직접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등 교육이 좀 더 실제적으로 이뤄지도록 단체장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부 위기관리책임자인 우리부터 위기에 대한 실제적인 훈련을 해야 이론적인 훈련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영기 목사는 "모든 단체 지도자들이 3박 4일이나 4박 5일간 모여 위기관리와 멤버케어에 대해 같은 비전을 보고, 사례와 방법을 나누면서 영감을 얻은 후, 사역 현장으로 돌아가 움직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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